새누리당 경북 지역 국회의원의 성폭행 의혹 사건이 터졌습니다. 지난달 13일 오전 11시경에 대구의 한 호텔에서 40대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건데요. 피해 여성이 해당 의원과 합의를 본 후 진술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만 피해 여성의 최초 진술 내용과 당시 현장 CCTV 영상이 부합해 의혹이 사실일 확률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사건의 본질이 정말 이렇게 확인되면 입을 뗄 필요조차 없습니다. 저질막장 행태를 논하고 평할 이유는 없는 것이니까요. 헌데 묘합니다.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사건의 파장이 엉뚱한 데로 향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건이 공개된 후 새누리당 안에서, 그리고 보수언론 안에서 미세한 면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성폭행 행위 그 자체 뿐 아니라 전후 사정도 함께 부각시키고 있는 건데요. 귀기울여 듣다보면 이게 더 악성으로 느껴집니다.
해당 의원이 성폭행을 했다는 시각은 지난달 13일 오전 11시경으로, 요일로는 월요일이었고, 국회 일정상으로 소속 상임위의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또 성폭행 장소는 해당 의원의 지역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대구의 호텔이었다고 하고요.
새누리당 안에서, 그리고 보수언론에서 부각시키고 있는 이 전후사정은 성폭행 사건의 저질막장 성격을 한층 강화합니다. 해당 의원이 중요한 회의까지 제끼고 지역구도 아닌 곳에서 술 먹고 성폭행을 했다는 얘기가 되니까 '하라는 일은 않고 저질막장 행태만 보였다'는 점을 키웁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국민의 날 선 시선이 해당 의원, 또는 그 의원이 소속된 새누리당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 전체로 확장되는 순간 불똥은 엉뚱한 데로 튑니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국민의 절대 다수는 의원 정수 확대에 부정적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제 할 일 안 하고 있다는 불신 때문에 의원 정수 확대 주장에 귀를 열지 않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 성폭행 사건은 이런 국민 불신에 불을 지릅니다. 국회를 향한 고정관념을 콘크리트 수준으로 강화합니다.
국민 여론이 이 방향으로 가속되면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그만큼 감속됩니다. 의원정수 확대는 말도 못 꺼내게 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주장은 힘이 빠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새누리당이 바라마지 않는 것입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이미 말하지 않았습니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게 되면 의원정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고요. 김무성 대표도 어제 말했습니다. 미국 LA에서 동포 언론인들과 만나 "지역구 의원 수가 늘더라도 비례대표를 줄여서 지금의 300석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당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요. 새누리당은 이처럼 의원정수를 바리케이드 삼아 선거제도 개편을 물거품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성폭행 사건에 자극받은 국민 여론은 결과적으로 이런 새누리당의 전략을 강화합니다.
정말 어이없게도 새누리당 의원의 성폭행 사건이 새누리당의 정치적 기득권을 강화하는 겁니다.
이 기사는 8월 3일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바로 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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