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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씀이 큰 중국도 허리띠 조르는데…평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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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씀이 큰 중국도 허리띠 조르는데…평창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 2022년 동계 올림픽 유치 성공
중국이 2022년 동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7월 31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개최지 투표에서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은 총 85표 중 44표를 얻어 카자흐스탄의 알마티(40표)를 누르고 개최지로 선정된 것이다. 우선, 이웃 국가이면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외교 파트너 중의 하나인 중국이 동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것에 대해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명실상부 스포츠 강국, 다음은 FIFA 월드컵?

중국의 이번 동계 올림픽 유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세간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듯, 2018년의 평창 동계 올림픽과 2020년의 도쿄(東京) 하계 올림픽에 이어 2022년 베이징에서 동계 올림픽이 개최된다는 점에서 동북아가 세계 스포츠의 중심에 서게 됐다. 2년 간격으로 동북아에서 열리는 동-하계 올림픽은 이 지역의 스포츠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오는 8월 22일 베이징에서 IAAF(국제육상경기연맹)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를 개최하기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 동계 올림픽 유치까지 성공함으로써 2008년 하계 올림픽을 포함해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3개나 개최하는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으로 불리게 됐다. 이제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의 '그랜드 슬램(Grand Slam)'을 달성하기 위해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유치만 남은 셈이다.

▲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중국 수도 베이징이 2022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아래는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이를 대형 화면으로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는 베이징 시민들. ⓒAP=연합뉴스

또한, 올림픽 개최가 경제적으로 상당한 파급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 3개국에서 연이어 개최되는 올림픽은 이 지역의 경제 발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근대 올림픽의 이상이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 평화의 증진'에 있는 만큼, 한-중-일 사이의 우호 증진과 지역 평화 정착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활용' 중국, '백지화' 일본, 평창은?

이와 같이, 중국의 2022년 동계 올림픽 유치 성공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고무적인 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점들도 있다.

무엇보다, 베이징 현지가 강설량이 적고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번에 동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요인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작년 12월 모나코에서 총회를 열고 올림픽 개혁안인 '올림픽 아젠다 2020' 가운데 '복수의 국가와 도시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IOC는 "단일 도시에서 개최하던 올림픽을 여러 도시에서 분산 개최하는 개혁안이 통과됐다"고 하면서 "이번 결정으로 올림픽 개최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도시가 적극적으로 올림픽 개최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올림픽 아젠다 2020'에는 올림픽 개최 시 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시설을 활용하거나 임시 또는 철거 가능한 경기장을 짓도록 하는 것을 권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최근 올림픽 개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유치를 철회하는 도시들이 증가하자 IOC가 내놓은 고육지책인 것이다.

이번에 중국이 내놓은 개최 방안에서 '근검 절약 대회'라는 기치는 바로 IOC의 '올림픽 아젠다 2020'을 가장 충족하는 내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언론이나 대중들은 이번에 중국의 수도 베이징이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베이징 시와 장자커우(张家口) 시가 공동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대회의 정식 명칭도 '2022년 베이징-장자커우 동계 올림픽'(2022年北京-张家口冬季奥运会, 2022 The Winter Games in Beijing&Zhangjiakou이다. 즉, 중국의 공동 개최 카드가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의 대표적 경기장이자 지금은 베이징을 상징하는 현대 건축물로 유명한 냐오차오(鸟巢)와 슈이리팡(水立方), 완스다센터(万事达中心)도 재활용된다. 종합경기장이었던 냐오차오에서는 개폐회식이 치러지며, 수영장이었던 슈이리팡은 컬링장으로, 농구장이었던 완스다센터는 아이스하키장으로 탈바꿈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에서 우리의 평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건설 비용과 사후 관리 비용, 그리고 경기 침체에 따른 민간 투자의 부진 등으로 인해 그동안 평창 동계 올림픽을 분산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일본 나가노(長野) 현과의 분산 개최는 국민 정서를 이유로, 국내 다른 지역과의 분산 개최는 강원도민의 정서를 이유로 좌절됐다.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을 활용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은 아예 검토도 하지 않는 듯 보인다.

씀씀이가 크다는 중국도 분산 개최를 하고, 우리보다 잘산다는 일본도 2020년 하계 올림픽의 주 경기장 건설 비용이 너무 비싸게 나오자, 결국 백지상태로 돌아가 재설계에 들어갔다. 그런데 우리는 여러 우려 속에서도 도대체 무슨 베짱으로 평창 단독 개최를 밀어붙이고 있는 걸까?

춘절과 겹친 동계 올림픽, 파란 하늘 볼 수 있을까?

2022년 베이징-장쟈커우 동계올림픽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시진핑 체제의 집권 이데올로기인 '중국의 꿈(中國夢)'은 크게 두 개의 목표를 갖고 있는데, 일명 "두 개의 백 년(兩個一百年)"으로 불린다. 두 개의 백 년이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을 말하는데, 이때까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2022년 동계 올림픽은 그 중 첫 번째 100년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22년은 시진핑 지도부의 집권 막바지로 시진핑 체제는 동계 올림픽을 집권 성과를 선전하는 절호의 기회로 여길 것이다. 마침, 2022년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는 기간은 춘절(春節) 연휴와 중국의 정월대보름인 원소절(元宵節)과 겹친다. 원래 이 시기에 베이징 시내는 폭죽 등으로 인해 대기 오염이 더욱 극에 달하게 되는데, 시진핑 체제로서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즉, 앞으로 더욱 강력한 규제를 통해 베이징시의 대기오염을 개선해 나가고, 2022년 춘절 기간에는 폭죽 사용을 금지하여 파란 하늘을 만들어 낼 것이다. 춘절 기간, 중국 국민들로 하여금 '가족과 함께', '따뜻한 방에서', '푸짐한 음식을 먹으며',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파란 하늘의 오성홍기를 보고 감동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시진핑이 꿈꾸는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1부 마지막 장면이 될지 모른다. 중국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허재철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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