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370: KBO 리그의 역대 타율 기록은 원년 MBC의 백인천이 세운 .412로 아무리 테임즈가 역대급 기록을 쓰고 있다 하더라도 차마 범접하지 못한다. 그러나 백인천은 당시 72경기 298타석에 나와 4할이 넘는 타율을 보여줬는데, 테임즈는 이미 그걸 훌쩍 뛰어넘는 95경기 404타석에 등장했다. 최소 10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들만 놓고 본다면 어떨까?
100경기 이상 나온 선수들 중 .370 이상의 타율을 올린 선수는 리그 역사에 단 6번 나왔었다. 테임즈가 이 기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가게 된다면 리그 역사상 7번째로 100경기 이상 나오면서 .370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기록이지만 더 대단한 것은 테임즈는 매우 높은 타율을 기록하면서 홈런포까지 빵빵 쏘아올린다는 것이다. 100경기 이상 .370 이상 타자 중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1999년의 마해영으로 35개의 홈런을 쳐냈지만 테임즈는 이미 6일까지 34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최소 40개 이상의 홈런을 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높은 타율과 많은 홈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매우 희귀한 일이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370 이상의 타율과 40개 이상의 홈런을 한 시즌에 기록한 적은 역사상 단 한 번(2002년의 배리 본즈, 타율 .370, 46홈런)에 그친다.
출루율 .485: 이대로 시즌이 끝나게 된다면 테임즈는 2001년 호세(출루율 .503)와 원년의 백인천(출루율 .497)에 이어 역대 출루율 3위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투수와 타자의 승부에서 투수가 타자를 잡아낼 확률이 더 높은 종목이다. 그러나 거의 5할에 근접한 출루율이 의미하는 것은 투수가 타자를 잡아낼 확률이 반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으로 야구라는 종목의 밸런스를 파괴하고 있다는 얘기다.
안타(123개)보다 볼넷(127)이 더 많았던 호세의 5할 출루율 기록을 깨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시즌 막판으로 가면서 순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경우, 굳이 본즈놀이를 하고 있는 테임즈를 상대하는 것 보다 차라리 거르는 팀들이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에 테임즈의 출루율은 이미 신계에 위치한 지금보다 더 올라가 계왕계에 도달할 가능성도 상당해보인다.
장타율: .798: 역대 1위.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원년 백인천의 장타율 기록(.740)을 무려 5푼 이상 뛰어넘는 말도 안 되는 수치로 100경기 이상 나온 선수 중에선 작년 강정호(.739)의 기록이 우습게 보일 정도다. 홈런도 많이 치지만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치면서 단타를 2루타로, 2루타를 3루타로 만들어내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면서 장타율이 더 상승하게 됐다.
리그 2위와도 압도적인 차이를 벌리면서 역대 1위인 기록.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엔 비교대상이 있을까? 1901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장타율 .798 이상의 시즌은 단 5회 나왔다. 그 중 3회는 배리 본즈(2001, 2002, 2004), 나머지 2회는 원조 홈런왕 베이브 루스(1920, 1921)의 차지였다. 즉 테임즈 급 이상의 장타율은 야구의 신이 되든지, 약물의 신이 되든지 해야 나올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OPS 1.282: 이것도 역시 역대 1위에 해당된다. 종전 역대 1위 기록은 역시 백인천(1.152)이 가지고 있으며, 원년의 기록을 제외한다면 작년 강정호(1.095)가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몬스터 시즌을 보내면서 연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한국행 비행기표를 선물하고 있는 박병호(1.141)도 이대로 간다면 역대 2위, 조금 더 활약해준다면 역대 1위의 기록을 경신할 기세지만, 테임즈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테임즈와 박병호의 OPS 차이는, 박병호와 역시 마찬가지로 몬스터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강민호의 OPS 차이보다 더 크다.
이 부문에서도 KBO 리그에는 적수가 없는 테임즈. 눈을 바다 건너로 돌려보자. 메이저리그에서 올해 테임즈 이상의 OPS를 기록한 시즌은 1901년 이후 7회 있었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베이브 루스(1920, 1921, 1923), 테드 윌리엄스(1941), 배리 본즈(2001, 2002, 2004)라는 인간이 아닌 분들의 이름만 나온다. 1920년의 베이브 루스는 소속팀이었던 뉴욕 양키스를 제외하면 그해 아메리칸리그 그 어느 팀보다 더 많은 홈런(1920년 아메리칸리그 홈런 2위 팀이었던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는 팀 홈런이 50개, 루스는 54개)을 치면서 홈런의 시대를 열었고, 1941년의 테드 윌리엄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마지막 4할 타자로 남았다. 그리고 배리 본즈도 홈런 신기록, 출루율 신기록, 장타율 신기록, OPS 신기록 등을 세우면서 리그의 역사를 갈아치웠던 바로 그 시즌들이다.
34홈런: 홈런 1위 박병호(36개)에 가려진 참 인간적인 기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테임즈의 홈런이 대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늘까지 97경기를 치른 NC 다이노스의 잔여경기는 47경기. 2.79경기당 1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고 있는 테임즈는 단순히 계산해본다면 남은 경기에서 16.84개의 홈런을 기대해볼만 하다. 모든 경기에 출장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그냥 16개의 홈런을 더할 경우, 테임즈는 올해 50개의 홈런을 치게 된다.
KBO 리그에서 50개 이상의 홈런이 나온 적은 그동안 4회 있었다. 당시보다 올해 경기수가 더 늘어났기에,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는 법이지만 그럼에도 50홈런은 결코 폄하될 수 없는 대단한 업적이다.
28도루: 28개의 도루 자체는 역대 기록에 비교하기에는 택도 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역대 도루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다 ‘똑딱이’였고, 테임즈처럼 파워와 스피드를 모두 갖춘 경우는 정말 희귀한 경우다. 홈런과 같은 방법으로 계산해 볼 경우, 테임즈는 13.86개의 도루를 추가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리그 역사에 전무후무했던 40-40의 대기록이 나오게 된다.
리그 역사상 40개 이상 도루를 한 선수가 30개 이상의 홈런을 친 적도 단 2회(1997 이종범 30홈런 64도루, 1998 박재홍 30홈런 43도루)에 그친다. 거기에 테임즈의 도루가 대단한 것은 도루 실패가 단 5회에 그친다는 점. 30-30을 기록한 위 선수들보다 도루 성공률은 더 높다.
40-40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4명(1988 호세 칸세코, 1996 배리 본즈, 1998 알렉스 로드리게스, 2006 알폰소 소리아노)만이 달성한 위업이며, 그나마도 그 중 3명(칸세코, 본즈, 에이로드)는 모두 약물복용자이다.
이 외에도 테임즈는 경기수(95)보다도 많은 타점(99), 득점(97)이라는 어이없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KBO 리그에서 100경기 이상 나온 선수 중, 경기수보다 많은 타점을 올린 선수는 아래 표의 5명에 그친다.
마찬가지로 100경기 이상 나온 선수 중 경기수보다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는 작년 서건창(128경기 135득점)이 유일하다.
물론 야구의 장기레이스는 길며, 시즌은 한참 남아있기에 테임즈가 어떤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까지 테임즈가 보여주고 있는 성적은 사람이 올리고 있는 기록보다는, 야구의 신이 올리고 있는 기록에 훨씬 가까워보인다. 남은 시즌 KBO 리그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테임즈가 얼마나 많은 묵은 기록들을 갈아치울 수 있을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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