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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의 욕망 "혼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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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의 욕망 "혼자가 좋다!"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③]
출판업계가 불황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겠지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이 9.2권, 월 0.76권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즐길 거리가 점차 많아지는 데다, 책을 읽을 삶의 여유가 없다는 점이 원인일 겁니다.

그러나 위기에도 기회는 오기 마련입니다. 언제나 불황을 이긴 베스트셀러는 나옵니다. 지금도 전국 곳곳의 출판사에서 좋은 글을 가진 작가와 새로운 아이디어의 편집자, 색다른 시도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디자이너들이 독자에게 멋진 책 한 권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은 이 불황의 시대에 독자의 마음을 훔친 베스트셀러를 이모저모 뜯어보고, 그 성공 원인을 분석하는 새로운 월간 기획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소개합니다.

출판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베테랑 두 분을 모셨습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전 민음사 대표)와 이홍 출판기획자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민음사, 황금가지, 리더스북 등의 출판사에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직접 만든 출판계의 신화입니다.

이들이 때로는 신랄한 비평가이자 때로는 친절한 컨설턴트로 변신합니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이들이 직접 베스트셀러를 선정해 책의 성공 원인과 이후 과제를 짚어봅니다. 현장에서 그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출판사의 편집자, 기획자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봅니다. 교보문고가 전국의 판매 데이터를 제공해 분석의 신뢰를 더욱더 높였습니다.

이제 세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에 다룰 책은 최근 무서운 기세로 자기 계발서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입니다. 대학 재학 시절 실제 외톨이로 지냈다는 사이토 다카시 메이지 대학 교수의 새로운 저작입니다.

이미 국내에도 여러 권의 책으로 잘 알려진 다카시 교수는 이 책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자신을 채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을 충실히 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설명합니다. 왕따의 폐해가 거론되는 한편 소셜 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관계의 확장이 일어나는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부족함이 없는 책입니다.

이 책이 다른 베스트셀러 자기 계발서처럼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까요? 이 책이 수십만 부가 팔리는 메가 히트 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지난 10일 오후 4시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간 두 사람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 이홍 출판기획자(좌)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우)가 세 번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는 자기 계발서

이홍 : 세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자기 계발서를 다룹니다. 최근 빠른 기세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이 책은 출간 40일 만에 4만5000부가량 팔렸습니다. 곧바로 책의 성공 요인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죠.

장은수 : 이 책의 초기 성공 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아보고 싶습니다. 일단 교보문고와 함께 시작한 '얼리더' 이벤트가 작게나마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벤트의 첫 책이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었죠. 책 출간 전에 신간 평을 독자에게 맡겨 서평을 받는 기획인데, 여기서 초기 입소문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쪽이 본원적이지만, 저자가 기존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점이 컸다고 봐야겠죠. 사이토 다카시 책이라는 점만으로 독자들이 움직였죠.

그런데 독자들 블로그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 하나가 보입니다. 자기 계발서에 흔히 기대하기 마련인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독자가 반응한 지점은 성공이 아니라 다른 두 가지 요소입니다.

하나는 소셜 미디어 시대, 초연결 시대에 대한 인간적 반발심을 책이 건드려줬다는 점입니다. 소셜 미디어에 자신을 한없이 공개하고 살아가야 하는 요즈음 같은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고 싶어 합니다. 익명의 온라인 상대에게 노출이 계속되다 보니 진정한 자기 계발 시간은 오히려 부족해집니다. 이 점은 우리 현대인의 마음을 괴롭게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나를 나답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진짜 자신을 만들어내는 것은 소셜 미디어에 쓰는 글이 아니라 자신과 홀로 대면하는 시간이라는 겁니다.

둘째로 '일인분 사회'라는 중요한 사회적 트렌드를 꼽고 싶습니다. 혼자서 방해받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인 전용 식당이 생길 정도로, 현대 사회에는 원하지 않더라도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사회적 트렌드에 아직 많은 사람이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죠. 혼자 사는 삶을 감당할 방법을 정신적으로 도와주어야 하는데, 이 책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초연결 시대에 '나답게 살고 싶다'는 욕구와 어쩔 수 없이 일인분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특히 30대 싱글들의 욕구를 이 책은 정확히 건드렸다고 봅니다.

이홍 : 솔직히 저는 책의 내용에는 조금 실망했습니다. 제목이 말하는 '혼자 있는 시간'의 개념에서 정작 혼자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자는 고독, 혹은 혼자 있는 시간에 끊임없이 뭔가를 하라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공허함이나 여유와는 조금 다르죠. 굳이 이야기하자면 '혼자 있는 시간에 얼마나 혼자 분주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요. (웃음)

앞서 장은수 대표께서는 책에 '성공'이라는 단어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만, 오히려 이 책의 전체 구성을 보면 독서, 일기, 운동, 사색 등 많은 자기 계발서가 다루는 소재를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테마 속에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가 성공을 말하고 싶은 의도는 없었어요. 다만 글의 방식이 기존 성공 철학의 요소를 잘 버무려 가져왔다는 느낌입니다.

사소하고 잡다한 주변 지식이나 이야기를 특정한 테마와 결합해 절묘하게 엮어 쓰는 전형적인 일본식 자기 계발서(이 책이 굳이 자기 계발서인가는 별개의 문제)의 내공을 보여준 책입니다. 국내 저자에게 이렇게 쓰라고 한다면 졸렬한 기분이 들어 안 쓸 겁니다. 하지만 결국 독자에 맞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상업적 미덕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장은수 : 맞는 말씀입니다. 이 책의 성공을 통해서 출판의 시장 세분화 개념을 조금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지나친 시장 세분화는 독자 자체가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합니다만, 자기 계발서와 같이 실용적 책을 만들 때는 오히려 시장을 정확히 세분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책에 나오는 말이지만 사이토 다카시는 작년 한 해에 무려 30권의 책을 일본에서 펴냈습니다. 우리나라 편집자라면 저자의 이러한 움직임에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그렇게 쓰면 내용이 중복될 수 있습니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된 책을 내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문학이나 인문학과는 달리 자기 계발서와 같은 실용적 영역에서는 독자가 다르면 내용이 비슷해도 상관없습니다. 가령, 수학자가 일반인을 위해 수학책을 쓰는 경우 중학생을 위한 책을 쓸 수도 있고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책을 쓸 수도 있습니다. 같은 내용도 독자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신발이 신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크기를 갖추는 것과 비슷합니다. 모든 연령대를 위한 하나의 명작을 만드는 데에만 출판이 집착할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 출판이 같은 내용으로 다양한 책을 펴내지 못하는 것은 독자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다룬다 할지라도 진짜 외로운 사람이 읽는 책과 공부하려는 사람이 읽는 책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편집자들은 하나의 주제를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일본의 편집자들은 독자 그룹마다 다른 책을 원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알맞은 책을 펴내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독자 중심 출판을 일본 출판에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홍 :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같은 내용을 여러 권의 책에서 인용합니다.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효진 옮김, 걷는나무 펴냄)에 사용한 예시가 이 책에도 변형되어 등장합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다작이나 내용 중복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저자가 가진 재주라면 재주입니다.

내용뿐만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다양한 독자의 층위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는 무척 중요합니다. 우리 출판의 딜레마는 책 100만 권을 팔아도 100만 명의 독자가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출판사가 가진 데이터는 오직 성별과 나이뿐입니다. 이건 독자 층위가 아닙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확보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자기 계발서 사보는 사람은 30대 여성, 왜 모를까?

이홍 :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고자 합니다. 바로 독자 데이터의 중요성입니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무려 300만 명의 독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프로필이 인상적입니다. 이 정도면 흔한 말로 '스쳐도 안타'는 충분할 힘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오근영 옮김, 걷는나무 펴냄), <잡담이 능력이다>(장은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독서력>(황선종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등의 책을 썼지요.

(같은 저자의) <잡담이 능력이다>를 위즈덤하우스에서 펴냈으니, 독자 데이터의 실체가 궁금해집니다. 출판사에 여쭤보겠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낼 때 구체적인 독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초 전략을 짰나요?

위즈덤하우스 : <잡담이 능력이다>와 비슷하게 남성 독자가 절반 이상이 되리라고 봤습니다. 대체로 자기 계발서 분야의 독자는 남성이 더 많으리라는 판단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40대 남성 독자를 주요 대상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 책은 초반부터 여성의 구매가 생각보다 강했습니다.
장은수 : 교보문고 자료를 보면 우리가 자기 계발서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자기 계발서 분야의 성별 독자 비율은 54대 46으로 여성 독자가 더 많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역시 56대 44로 여성 독자 비율이 높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 비율이 30% 이상으로 가장 높고요.

자기 계발서 분야는 남성 독자가 관심을 가진다는 생각이 편견인 셈이죠. 우리는 흔히 기업에 다니며 성공을 추구하는 남성이 자기 계발 욕구가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유리 천장(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성차별, 인종 차별 등의 이유로 일정 단계 이상 승진하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하는 용어)을 깨고 싶어 하는 여성의 자기 계발 욕구가 강한 셈입니다.

▲ <혼자 있는 시간의 힘>과 자기 계발서 전체의 남녀 독자 비율. 여성의 비중이 더 큼을 알 수 있다. ⓒ프레시안


이홍 : 출판사에서 주신 답변지와 달리 이 책의 번역 제목(원서 제목은 '고독의 힘')을 보면서 저는 당연히 여성 독자를 좀 더 의식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개인화야말로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라고 했는데, 이런 개인화와 관련된 주제들에 더 익숙한 독자층이 젊은 여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은수 대표의 이야기에 덧붙여 보면, 우리의 편견과 달리 이미 오래전부터 2030 여성이 자기 계발서를 적극적으로 읽어 왔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출판사에 한 가지를 더 여쭙겠습니다. 여전히 남성층을 더 의식한 초기 기획 의도가 유효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위즈덤하우스 : 처음부터 확실히 구매층을 남녀로 나눈 건 아닙니다. 이 책은 '혼자'를 강조한 기존의 여성적 책보다는 실질적 필요성을 조금 더 강조했습니다.

저희가 처음 고려한 카피는 "무리 지어 다니면서 성공한 사람은 없다"였습니다. '성공'이라는 키워드의 힘이 여전히 조금 있으리라고 봤습니다. 불황 시대고, 사람들은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대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성공의 가치를 얻고자 하는 욕구도 있으리라고 봤습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주요 독자 타깃을 40대 남성으로 잡았습니다.

실제로는 여성이 적극적으로 반응하자,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이메일, 소셜 계정 등을 통해 누리꾼이 자발적으로 그 제품을 홍보하도록 만드는 기법)을 실시할 때 남성과 여성에게 선별적으로 접근했습니다. 남성을 타깃으로 할 때는 '성공'을, 여성을 대상으로는 '고독'이나 '외로움'의 키워드를 보다 활용해 페이스북 등에 알렸습니다.
이홍 :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죠. 위즈덤하우스에는 주요 독자 데이터가 정리되어 있나요?
위즈덤하우스 : 자체적으로 확보한 높은 수준의 자료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서점 등) 유통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 후 어떤 경로를 통해서 독자가 책을 샀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싶지만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홍: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독자적인 데이터 수집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위즈덤하우스 : 온·오프라인 카페를 운영하고, 출판사 블로그 등을 운영하면서 소수의 독자 데이터는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저희 출판사의 충성 독자이지, 대중적 지표가 되어 주실 독자는 아닙니다.

이분들의 의견을 반영해 책의 제목이나 내용을 만들어보기도 합니다만, 오히려 실패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분들의 의견이 저희와 너무 같습니다. (웃음)
장은수 : 한국 출판사가 서점을 중심으로 한 판매 영업에 집중하기 때문에, 독자 데이터를 얻기 위한 별도 활동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입니다. 위즈덤하우스는 <이동진의 빨간책방> 등의 팟캐스트로 독자와 만나고 있습니다만, 이런 활동만으로는 독자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팟캐스트 청자들의 데이터를 가지는 곳은 애플이나 통신사지, 출판사는 아니니까요.

흔히들 소셜 미디어를 독자와의 접점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로는 독자의 구체적인 얼굴을 알 수 없습니다. 지금으로써는 독자를 알고자 할 경우 회원 가입 시 독자에 대한 기초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거나, 잡지와 같은 인쇄 미디어를 가져야 합니다. 아니면 독자 엽서라도 책에 끼워 넣어야 하지요.

독자에 대한 기초 데이터 수집 없이는 독자 중심의 기획이나 효과적 마케팅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출판사의 서점 의존도만 더 높아질 뿐이죠. 이는 독자에게도 결국 좋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지니까요.

독자를 모르는 한국 출판사

이홍 : 독자 데이터의 중요성을 거론한 진짜 이유는 이것이 출판 전략의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내고자 하는 책을 포지셔닝할 때(차별화할 때) 기초 데이터가 있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원하는 독자에게 알릴 수 있습니다.

사이토 다카시의 전작들을 보면 가벼운 인문 교양 서적이었지, 자기 계발서는 아니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독자도 기존의 자기 계발서 독자에만 한정되지는 않으리라고 봅니다. 다소 반복되는 질문입니다만 <잡담이 능력이다>를 구매한 독자 중 <혼자 있는 시간의 힘>도 함께 구매한 독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 출판사가 인지하고 계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위즈덤하우스 : 해당 자료는 없습니다.
이홍 : 막강한 베스트셀러 저자의 책인데도 출판사가 비교 데이터조차 확보하지 못한 셈이군요. 이 경우 어쩔 수 없이 출판사가 포지셔닝을 조금 더 강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이 책을 누구에게 던져줄 것이냐에 대한 나침반이 없으니까요.

정답은 아닙니다만, 요즘은 '자기 계발서 배신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색다른 이야기, 복잡한 테마가 들어와 뒤섞이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늘 하는 이야기인데 이제는 '자기 계발서'라는 말 자체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판의 기획과 시각이 장르 중심에서 독자 요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출판사는 여전히 기존의 장르 개념에서 포지셔닝을 이해하려는 관성에 의존합니다.

기존의 장르 개념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해도 어려움은 여전합니다. 자기 계발서 분야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책의 제목을 정하고 카피를 뽑는 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위즈덤하우스 : 기존 자기 계발서의 특성인 성공의 욕구, 발전 욕구를 자극하고자 하는 생각을 쉽게 버리긴 힘듭니다. 그래서 저희는 책의 두 번째 카피로 '혼자 있는 시간에 인생의 기회가 온다'를 뽑았습니다.


▲ 장은수 "저자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는 책 많이 읽고, 공부 많이 하라는 겁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장은수 : 독자 데이터가 없다면, 출판사는 자신이 내고자 하는 책의 진정한 의미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 저자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는 책 많이 읽고, 공부 많이 하라는 겁니다. 진짜 자기 계발이죠. 보통 자기 계발서보다 인문적 충고가 강합니다. 단순한 팁을 알려주기보다 본원적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저자는 흔히 말하는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다'는 개념, 즉 낭만적 고독에 대해서 드러내놓고 반대합니다. 그보다는 그 시간을 잘 활용하라고 권하죠. 따라서 이 책의 마케팅에서 혼자 있는 시간에 사회적으로 확산 가능한 적극적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성공 신화가 붕괴했습니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허위임을 사람들은 잘 압니다. 이제 독자들은 출세하려고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인생을 돌려다오'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기존 성공 모델에 따라 사는 것은 설사 성공하더라도 좋은 삶일 수 없다는 생각이 만연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혼자 있는 시간에 독자가 이처럼 열광적으로 반응했다면, 그 이유는 혼자서도 버틸 힘을 키우기 위해 적당한 사회적 지위를 얻자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계발서에서 성공의 전통적인 의미를 강조하는 책이 줄어들었을 뿐, 다른 의미의 바람직한 사회적 삶을 강조하는 책들은 여전히 인기입니다.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 전경아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가 대표적이죠. 자신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힘을 얻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를 보여줍니다.

이홍 : 결국 책을 만드는 사람은 내고자 하는 책이 지향할 최소한의 지점은 규정해야만 합니다. 그게 안 되면 한 권의 책이 가지는 기획과 콘셉트의 균일성이 무너집니다. 물론 자기 계발서의 개념이 변화한다면, 기존 장르적 관습도 함께 깨야 합니다.

위즈덤하우스는 자기 계발서를 잘 만드는 곳입니다. '사이토 다카시의 독자는 누구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시도를 지금부터라도 해봤으면 합니다.

장은수 : 가능하기만 하다면 다음 책을 만들기가 굉장히 쉬울 겁니다. 일본 출판의 장점 중 하나가 '1500명의 독자에게 확실히 팔 수 있는 책을 만든다'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다양한 책을 만들 수 있지요. 한국 출판은 왜 불가능할까요? 독자를 모르니까 책을 만든다 하더라도 판매 여부가 불투명해서일 겁니다.

올해 북엑스포아메리카(BEA)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핵심 이슈가 데이터에 근거한 출판입니다. 앞으로 데이터를 직접 다룰 수 있느냐에 따라 출판의 미래가 좌우될 것입니다. 미국 출판사들은 계속 빅 데이터 전문가를 영입하는 중입니다. 우리 출판사들도 시도 가능한 범위에서라도 데이터를 수집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한 세대 위쪽의 선배들은 열심히 독자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제가 출판계에 입문할 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출판사가 독자 카드를 받았습니다. 저희 세대에 들어서면서 이를 활용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죠. 해외에서 쉽게 저자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인터넷 서점이 커지면서 시장이 저절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자를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출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 성숙기에 해야 할,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을 건너뛰어 버린 겁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같은 불황기에 들어서자마자 급속도로 매출이 떨어진 출판사가 부지기수입니다.

모범적인 제목의 자기 계발서

이홍 : 이제 책의 제목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제목의 힘을 좋은 판매량의 이유로 꼽고 싶습니다. 한국어판 제목을 누가 지으셨나요?
위즈덤하우스 : 여럿이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나온 제목입니다.
이홍 : 제목을 정말 잘 지으셨습니다. 제가 출판사에 다닐 때 주로 자기 계발 서적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제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자기 계발 서적의 성공 요인에 제목의 힘이 70~80%는 차지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지난 대담에서 <황금방울새>(도나 타르 지음, 허진 옮김, 은행나무 펴냄)를 두고 '올해의 카피상'을 이야기했는데, <혼자 있는 시간의 힘>도 '올해의 제목상'은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웃음)

저는 좋은 제목은 그 안에 책의 모든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제목 중 하나가 <나는 남자보다 적금 통장이 좋다>(강서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입니다. 책의 대상은 여성, 특히나 젊은 여성이고, 전달하고자 하는 건 '연애보다 자기 성취'라는 내용이 쉬운 단어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이 책 제목도 좋습니다. '혼자'와 '시간'이라는, 우리 시대 사람들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가 함축되어 있지요. 그 결과 혼자 있는 시간이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게 됩니다.

한편으로 이 제목은 '나는 너에게 간섭하지 않을 테니, 너도 나를 건드리지 마'라고 하는 개인 중심적인 의식을 담기도 했습니다. 욕망을 건드리는 단어의 선택이 좋았습니다.

이 책이 만일 성공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책의 제목은 좋은 사례로 인용하고 싶어집니다. 제목과 표지 하단의 카피가 완벽한 교과서입니다. 카피는 제목을 결정적으로 해설하고 있죠. 굳이 따로 돈을 들여 띠지를 두르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완벽합니다. 출판사 편집자들이 제목이나 카피를 고민할 때 반드시 참고할 만한 책입니다.

▲ 이홍 "좋은 제목은 그 안에 책의 모든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장은수 : 공감합니다. 매우 매력적인 제목입니다. 이홍 선생이 말씀하셨듯이 제목을 원제의 '고독'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으로 풀이한 건 훌륭한 편집으로 보입니다. 독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건드려줬죠.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도 좋습니다. 저자의 솔직한 자기 고백에 근거를 두고 있기에 책의 주제 의식이 선명하게 전달됩니다. '당신의 고민을 나도 경험했다'라며 공감을 끌어내는, 상당히 좋은 출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하나 좋았던 건 동서고금의 문학이나 철학 작품을 가져와서 근거를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괴테의 작품이나 선불교의 내관법 등을 인용하죠. 이는 글을 우아하게 만듭니다. 읽는 사람이 '뭔가 중요한 것을 얻었다'는 생각을 품도록 해줍니다.

사고를 우아하게 만드는 건 아주 중요합니다. 한국 자기 계발서의 약점은 읽고 나면 아등바등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준다는 겁니다. 그러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나도 괴테처럼 살 수 있다'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니 남들에게도 권할 만합니다. '돈 버는 데 장사가 최고'라는 책을 읽고 나서 남한테 권하기는 좀 어렵잖아요? (웃음)

콘텐츠 구조도 잘 짰습니다. 다른 편집자들이 참고할 만합니다. 내용이 가벼워서 설렁설렁 쓴 것 같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독자들이 생각할 법한 일들을 빼먹지 않고 하나씩 잘 챙기고 있고, 그 하나하나의 의미를 짚을 수 있도록 이야기전개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일본의 고전 문학 작품이 많이 인용됩니다. 이 작품들을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주제와 이어지도록 새로운 해석을 부여하면서 전체 스토리에 적절히 녹여냈습니다.

이홍 :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책의 주제의식인 '간섭하지 않고, 간섭받지 않는다'는 생각, 곧 내 시간 안에 갇힌다는 개념은 비단 이 책뿐만 아니라 일본 문학에서도 많이 다루는 주제죠.

장은수 : 네, 맞아요. 굉장히 일본적입니다.

이홍 : 이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 사람이 왜 일본 소설을 많이 읽느냐, 왜 일본 자기 계발서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결국, 그런 주제의식이 우리로서 낯설다고 여겨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편안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장은수 : 일본은 신도로 통칭하는 불교에 가까운 세계관이 일상을 지배합니다. 전통의 힘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다릅니다. 지난 100년간 너무 빠른 속도로 근대화되면서 우리 정신 문화가 가졌던 내면의 힘이 대부분 고갈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출판사만이 아니라 삼성전자도, 우리 사회 전체도 모두 성숙기에 할 일을 건너뛰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성장하느라 지나친 것들을 뒤늦게 메워야 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명문대를 나왔다 해도 단지 점수 기계에 불과할 뿐, 내면을 풍요롭게 채운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우리 사회 전체가 거대한 공허를 느끼고 망연자실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내관, 즉 내면의 힘이 창조성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도 울림을 준다고 여겨집니다.

이홍 : 정말 내년에는 '혼자'라는 키워드의 책이 쏟아질 수도 있으리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12년 전에 미국 저자가 <혼자 있는 시간의 힘>과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한 책을 낸 적 있습니다. 그 책도 '간섭하지 않고 간섭받지 않는 하나의 개인을 선언하라'고 합니다. 전화기를 끄고, 떠나서, 책을 읽고 사색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책과 달리) 안 팔렸습니다. 당시는 그 메시지가 낭만적이지만 비현실적이어서 먹히지 않은 거죠. 그런데 시간이 지난 지금은 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습니다. 좋은 책이란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의 욕구를 건드리는 것입니다.

장은수 : 지금 한국인들이 지키고 싶어 하는 최소의 사회적 단위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보면 젊은 층에서는 부부일 겁니다. 우리 둘이서만 잘살고 싶어요, 이런 거겠죠. (웃음)

철저히 혼자이고자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좀 더 넓은 관계, 즉 부모와의 관계는 좀 느슨하게 가져가고 싶다는 욕구가 점차 커지는 중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조직에 완전히 소속되고 싶지 않다기보다, 소속되었더라도 '나를 건드리지 마라'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욕구가 이 책의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 새로운 경향이 될까?

이홍 : 이런 대안적 메시지의 출판은 앞으로도 유망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장은수 :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자기 계발서가 개인이라는 꿈을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 어떻게 자극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면 좋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로부터 '어떻게 살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새로운 답이 시도되겠죠.

이홍 : 이제 마지막으로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의 마케팅 이야기를 할 차례입니다. 서점 MD들에게 이 책을 어떻게 소개했나요?
위즈덤하우스 : 초기 일주일간 독자 반응을 본 후,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팝업 광고를 띄워 홍보했습니다. 띄우자마자 바로 반응이 왔습니다.
이홍 : 이 책의 판매 그래프를 보면 그야말로 급격한 순위 상승세를 보입니다. 이런 폭발력을 불러일으킬 이벤트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심지어 검색어에 자주 노출된 상태도 아니었고, 초기에는 왕성한 바이럴 마케팅을 한 것도 아닙니다. 신기할 정도입니다.
위즈덤하우스 : 초기에 페이스북을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을 꾸준히 실시했습니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자주 보는 시간대인 밤 10시에 맞춰, 매일 담당자가 관련 이미지를 올렸습니다.

이와 더불어 페이스북 광고 상품을 활용했습니다. 페이스북 내에서 구매하기가 가능해졌죠. 이를 이용하는 독자를 분석해서 8월 둘째, 셋째 주부터 모바일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그리고 8월 둘째 주부터는 JTBC가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출판물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주요 타깃은 모두 혼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혼자 있을 만한 시간대에 광고를 집중했고, 페이스북에서는 레고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레고 역시 혼자 있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취미니까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프레시안
이홍 :
한편으로는 이 책의 가파른 판매량이 전형적인 일본 베스트셀러의 움직임이기도 합니다. 보통 일본 베스트셀러는 급격한 상승과 절벽 같은 내림세를 보입니다. 이유야 다양하겠죠, 기대만큼 실망이 컸을 수도 있고, 볼 사람이 빨리 소진되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제가 계속 포지셔닝이나 타깃팅을 궁금해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책은 다른 일본 서적은 물론, 저자의 다른 책보다도 훨씬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두 달 후 어떻게 될 것인가가 궁금해집니다.

장은수 : 저는 출판사의 마케팅만으로는 이 책의 판매에 한계가 뚜렷하다고 봅니다. 내용이 아주 혁신적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메가 셀러가 됩니다. 언론 등의 칼럼에서 인용할 만한 강한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의 요점은 '책 많이 읽고 공부 열심히 해라' 정도의 평범한 메시지입니다. 이런 메시지로는 확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어쩌면 타깃 독자에게 필요한 만큼의 내용만 담았기에, 일본 책이 쉽게 베스트셀러도 되지만 그만큼 빨리 꺾이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처럼 내용만으로 독자 확산에 한계가 있다면, 출판사가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홍 : 전체 출판 독자 중 얼리 어답터는 3~5% 정도입니다. 그리고 조기 수용자 그룹이 15% 정도죠. 둘을 합쳐 최대 20%가 초기 구매자이고, 중기 수용자는 25%, 후기 수용자는 15% 정도입니다. 결국, 이를 다 합치면 60~65%가 되고, 전체 잠재 독자의 40%는 책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만일 두 달 후 이 책이 더 팔리지 않는다면, 얼리 어답터와 조기 수용자를 다른 책보다 빨리 소진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기에서 후기 수용자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하죠. 이 경우 후기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빨리 시행하거나, 아니면 아예 끊어야 합니다.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를 낸 후 오히려 망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책의 독자를 계속 같은 층위에서 바라본 이유입니다. 후기 수용자의 기대치와 초기 수용자의 기대치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문학 마케팅은 이 부분이 쉽습니다. 특별히 출판사가 고민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후기 수용자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의 힘>과 같은 책은 의식적으로 출판사가 시기에 맞게 책이 담은 메시지를 새로이 알리지 않으면 초기 독자에 갇혀 버립니다.

장은수 : 제 생각에는 결국 '공부'가 다음 단계 마케팅에서 하나의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시민 사회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가령 독서 모임 등을 하는 사람들이 필독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출판사에서 노력하면 어떨까 합니다.

이홍 : 이런 어려움의 단계를 넘어선 대표적 책이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지음, 최현숙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입니다. 출판사가 의식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60~70만 부 팔릴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에 에이스 침대 광고가 있습니다. 출판 시장만으로는 이미 다 팔렸는데, 에이스 침대 광고에 아침형 인간 이미지가 차용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폭발이 일어났죠. 단순히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개념을 넘어, 아침형 인간의 품위를 광고가 만들어주면서 후기 수용자 이후로 넘어갔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도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넘어갈 고리를 잡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이 알리는 이야기가 유행이 되어줘야 하는 거죠.

장은수 : 사회적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게 결국 마케팅의 힘일 겁니다. 그러려면 서점을 넘어서는 마케팅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위즈덤하우스 : 책이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한겨레>에 '아이들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희도 욕심이 납니다. 앞서 두 분이 말씀하신 2차 시장, 즉 기업, 공공 도서관에서 혼자 있는 시간의 의미를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으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장은수 : '아이들을 위한 혼자 있는 시간'이란 제목의 책을 내면 어떨까요? (웃음)

지금은 저자를 초청하는 게 사회적 확산을 위한 가장 유력한 방안이 아닐까 합니다. <미움받을 용기>의 경우도 저자 기시마 이치로를 불러서 대형 강연회를 열고, 이를 통해 시장을 이차로 공략했습니다. 예상되는 판매 한계를 넘어서려면, 그 돌파 지점을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를 출판사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이홍 : 이제 세 번째 대담도 끝났습니다. 오늘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통해 자기 계발 서적의 새로운 트렌드와 확장성, 그리고 한계를 들여다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어떤 책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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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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