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스스로 목숨 끊은 사람 숫자가 전쟁 사망자 숫자보다 많다. "한국 사회는 전쟁터"라는 표현은, 그저 비유가 아니었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한국 자살 사망자 수는 7만1916명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발생한 주요 전쟁 사망자(민간인+연합군) 숫자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이라크 전쟁 사망자는 3만8625명이다. 8년 넘게 진행된 전쟁으로 죽은 사람 숫자가 5년 동안 한국에서 자살한 사람 숫자의 절반 남짓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인구는 각각 3258만 명, 3182만 명 규모다. 한국 인구는 4900만 명 수준이다.
물론 전쟁 사망자 수는 정확한 집계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기계적인 비교는 무리다. 그러나 한국의 자살률이 심각하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한국인 10만 명당 자살률은 29.1명인데,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국가 가운데 1위다. OECD 평균은 12.0명이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 숫자는 더 충격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은 약 500만 명이다.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했던 사람은 약 2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자살을 실제로 시도한 사례는 매년 15~30만 명 수준이다.
한국의 자살률이 원래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92년에는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10위가 자살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0년에는 8위가 됐고, 2013년에는 4위를 기록했다. 암,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 다음 순위다. 요컨대 한국에선 교통사고, 당뇨병, 간질환 등으로 죽는 사람보다 자살 사망자가 더 많다.
요즘 뜨고 있는 '헬조선' 웹사이트에서 "한국에서 자살한 사람 숫자가 시리아 내전 사망자보자 많다"라는 글이 최근 화제가 됐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자료는 이를 뒷받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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