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중들에게 Jtbc 예능 프로그램 <썰전> 출연자로 더 익숙할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그는 오랫동안 야당에 몸 담았던 '당료' 출신의 정치인이었다. 정치인이 곧 '(국회)의원'(혹은 의원이었거나 되려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협소하게 인식되는 대한민국적 시각에서 보면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을 만도 하지만 말이다.
일찍이 이철희 소장을 알아보고 방송에 '데뷔'시킨 건 <프레시안>이다. <프레시안>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시작한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를 통해 이철희 소장은 정치를 바라보는 그만의 날카로운 '시각'을 대중들에게 처음 선보였다.
이철희 소장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쳇말로 '떳지만', 그래서 이제는 '방송인'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린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의 정치관은 변하지 않았다.
"좋은 정치는 유권자의 이해와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책임지는 정치다."
이철희 소장이 16개월 동안 월간 <인물과 사상>에 연재한 글을 묶어 <이철희의 정치 썰전>(인물과사상사 펴냄)을 냈다. 이 소장은 책머리에서 "정치를 더럽고, 나쁘고, 무익한 것으로 여기는 정치 불신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오히려 서민이고 약자들"이라며 "정치가 보통 사람들이 삶을 바꾸기 위해 의존하고, 참여하고, 활용하는 '보통의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이 소장과 진행한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무능한' 박근혜, '박 에포크'는 지났다
프레시안 : 책 <이철희의 정치 썰전>에서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유승민 사퇴(박근혜 대통령의 월권행위) 등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이 무능하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135쪽)고 했다. 그런데 정말 무능할까?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노동개혁 등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유능한 정권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특히 선거를 앞세워 여당을 장악하고 보수와 기득권의 이익을 관철하는데 굉장히 적극적이다.
이철희 : 박근혜 정부는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자초했던 선조 이래 가장 무능한 정권이다.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의 유·무능을 구별할 때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현 정부 들어 보통 사람들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다. 정권은 심지어 나아지게 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사회적 안전, 삶의 안정, 육체적·정신적 안식까지 '3안(安)'이 모두 실패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대한민국은 불안사회다. 사람들이 쉴 수가 없다. 어디 의지할 데도 없다. 그런 관점에서 박근혜 정부는 참 무능하다.
정치는 다수의 동의를 얻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종의 타협이다. 이 면에 있어서 박근혜 정부는 '빵점(0점)', 아니 마이너스(-)다. 하지만 정치를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본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한다. 팟캐스트와 칼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타고난 싸움꾼(natural-born fighter)'이라고 했는데, 흔히 하는 말로 '족탈불급(足脫不及, 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압도적으로 잘하고 있다.
☞ 이철희 "박근혜 대통령은 '내추럴 본 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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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보수의 이해를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는 것은 크게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단기적이고 표피적인 수준이라 좀 회의적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변하고 있는 보수란, 어떤 보수인가. 지금 우리 눈에 가장 많이 띄는 보수는 수구(守舊)다. 그중에서도 '수꼴(수구꼴통·꼴통보수)'이 전면에 나서 있다. 박근혜 정권은 이 세력 뒤에 숨어서 대기업 같은 '시장 보수'의 이해를 자기 방식으로 관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상당히 낡은 보수다. 신자유주의가 수정 또는 교정되고 있는데, 박근혜 정권은 이를 보다 적나라한 상태로 관철하려 하고 있다. 특히 안보를 중심으로 한 수구 보수(안보 보수)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또 하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으로 보수의 기반이 넓어졌느냐'를 따져야 한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선거 기반 또는 정치 기반을 확장했느냐, 위축시켰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의 기반을 넓혔나? 아니다. 좁아지고 있다.(보수층의 이해가 얽힌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률은 최근 두 달 동안 14%p가 떨어진 40%(11월 13일 정례조사)를 보였다. 편집자)
다만, 기반이 위축됐는데 왜 선거 결과로 나타나지 않느냐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유는 야당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너무 무기력하기 때문에 선거 결과(표)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복을 타고났다. 그렇다 보니 조직화된 소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만으로도 선거에서 이기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그가 내건 원칙과 신뢰 담론, 태도가 결코 좋은 결실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박근혜 대통령이 행정가로서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때문에 한국의 민주주의를 앞당긴 4·19 혁명이나 5·18 군사쿠데타처럼 우리 역사에 역사적 분기점watershed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던 시절, 벨 에포크La belle époque(1871~1914년까지 서유럽이 평화·번영을 누렸던 시기, 아름다운 시절)에 빗대면 박 에포크Park époque가 지나간 추억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29쪽)
'아몰랑' 박근혜, '창조 정치' 중
프레시안 : "통상의 관행이나 문법에서 벗어나기 일쑤"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참 특이한 정치인"(127쪽)이라고 평했다. 또 지난 6월 25일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며 국무회의에서 보인 모습은 "한마디로 무서웠다. 민주정의 대통령이 아니라 사극에서 볼 수 있는 왕정의 여왕, 진노한 여왕"(129쪽)이었다고 했다.
이철희 :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롤 모델을 창조하고 있다. '창조 정치'라고 봐야 한다.(웃음) "행정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이고, 정치에서는 그 누구도 다른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한다. (중략) 그야말로 '아몰랑'이다."(131쪽)
현실의 권력체계에서 다른 기관이나 제도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게 민주주의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통령제를 만든 사람들은 한 사람, 즉 대통령의 권력이 너무 세면 민주주의가 저해된다고 생각했다. 미국 대통령은 외교에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내치(의회)만 놓고 보면 열등하다. 의회가 제동을 걸면 아무것도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내치로만 보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보다 강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인색한 평가가 많지만, MB는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을 때, 그것도 여당(한나라당)인 박근혜 의원이 반대 토론까지 나서서 이뤄낸 반대 60%(찬성 30%)라는 결과를 수용했다. 더 놀라운 것은 MB는 이후 박근혜 의원과의 관계를 화해모드로 바꿨다. "차기는 박근혜"라고 말했던 친박 정진석 의원을 그해 7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발탁했다. '이명박근혜' 연대가 시작된 것이다.
대통령은 그래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진하다가도 국회 표결, 야당 반대, 국민 저항에 직면하면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본인 마음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왕정(王政)이다. '박정희 유신 체제'를 생각하면 된다. 당시 '유신 대통령'은 삼권(三權,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위에 군림하는 초월적 존재였다.
불행하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내가 옳다'라는 생각으로, 본인이 삼권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고 여기는 것 같다. '내가 나선 선거마다 이기지 않았느냐. 잘못한 게 있다면, 국민에게 혼나야 하는데(표로 심판받아야 하는데) 아니지 않느냐'라는 생각으로 자기를 정당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도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에서도 대통령 직(프레지던시, Presidency)이 이럴 수 있구나'를 보여주고 있어 이후 또 누군가가 반복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퇴임 후 대통령'을 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2018년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전임자(前任者)로 조용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 무대에 일상적으로 등장하지 않아도, 현실 정치 행위자로 수시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4년과 2012년 당을 살려낸 것이 자신이라는 생각 때문에 새누리당에 대한 오너십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새누리당 시조로, 자신을 중시조中祖始로 여기는 셈이다. 이러니 삼권분립 운운하며 아무리 월권이라고 비판해도 안중에 없는 것이다.(138쪽)
새누리당, '박근혜당'으로는 못 이긴다
프레시안 : 2016년 총선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박근혜 치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을 '박근혜 선거'로 재편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이 진실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진박(瞋朴)-가박(假朴) 논쟁까지 벌어졌다.
이철희 : 새누리당을 명실공히 '박근혜당'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친박 연대'를 넘어 '친박 부대', '친박 친위대'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단언컨대,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망하는 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 왜 저렇게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을까.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존재가 사라졌지만, 그 사람을 이을 차세대 리더십이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기강과 규율이 살아 있는 보수정당과 이마저도 없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진보정당 간 문화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다르지 않다.
지금 새누리당은 '이명박근혜'에 버금가는 리더가 없다. 김무성 대표는 처음부터 '이명박근혜'에 견줄 대상이 아니었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현재까지는 좀 약하다. 새로운 차세대 리더,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면 새누리당도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 골목대장 간 쟁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일사불란하게 당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 또한 결과적으로 혼돈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본다.
만약 차세대 리더가 등장하지 않을 경우, 야당이 끊임없이 김대중·노무현을 외치는 것처럼 새누리당도 과거에서 답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TK(대구·경북)라는 고정 지지층을 가진 정치인이자 전직 대통령 '박근혜'에게 다시 의지할 수도 있다.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마약 같은 처방이다.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웃음)
그래서 새누리당 내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가 이 흐름에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 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지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이철희 : 지금 추세라면, 내년 선거도 '박근혜 선거'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 생각대로, 일방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목에서 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총선을 '박근혜 찬반'으로 치르면 좋을까? 아니다. 선거 전략을 '박근혜' 개인에 대한 찬반으로 구상하면 안 된다. '보수정부 10년에 대한 평가, 즉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느냐?'라며 성과나 업적을 따져야 한다.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의 본래 의미는 한 개인을 나쁘게 묘사하고 악마화시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개인이 했던 정책이나 결과에 대한 평가다. 이를 잘 구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도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했다는 데는 동의할 수 있다. 정권 3년이 지나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잘한 게 없기 때문에 삶이 더 나빠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도 '노무현 정권이 잘한 것도 있지만 못한 것도 있다'고 얘기하면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노무현 찬반'으로 접근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나쁜데?'라고 항변할 수밖에 없다.
이때 빠지면 안 되는, 유혹을 견뎌야 하는 부분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평가를 정치 도적적인 민주주의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삶의 문제와 연결되지 않으면 동력화(動力化)되지 않는다. 야권이 '보수 정부 10년, 또는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서민의 삶이 얼마나 힘들어졌는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박근혜 선거로 치른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대선에 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낙점하는 인물이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다. (중략) 박근혜 선거로 치른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새누리당은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이다.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질 것이고, 당은 내분으로 사분오열될 것이다.(177쪽)
'선거의 여왕' 박근혜, 신의 한 수를 두다
프레시안 :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왜 갑자기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꺼냈을까?
이철희 :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하루에 48번 대통령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할 정도로 본인이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관여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타고 가던 배가 침몰해도, 북한이 설치한 지뢰가 터져도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에 관심이 없다'고, 감히 결론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신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는 불철주야 고민한다고 본다.
1974년 유신체제에서 시행된 교과서 국정화 조치가 77년 교과서 파동으로 뒤집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바로잡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선거를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로 치르면 본인이 불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 같다. 매년 '슈퍼예산'을 편성하며 재정을 확대하고 있지만, 평균 경제성장률은 1%대로 보통 사람들의 표를 끌어들일 성적표가 없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선거의 펀더멘털(fundamental, 한 나라 경제가 얼마나 건강하고 튼튼한지를 나타내는 경제의 기초요건)이라는 경제 상황으로 총·대선을 치를 생각이 없는 것이다. 대신 '박근혜 찬반' 또는 '보수 대 진보' 간 싸움으로 선거를 정치화시켜야한다는 생각에,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의도적으로 기획했다고 본다. 확정고시로 이미 끝난 일을 국무회의에서 "역사를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며 재차 불을 붙였다. 야당을 자극해 선거에서 싸우자는 얘기다.
여론만 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집권여당에 불리하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때도 박근혜 대통령은 불리했다. 그런데 돌파했다. 선거판 자체를 정치화·진영화 시켜서 '박근혜냐, 아니냐'의 싸움으로 끌고 가야 이긴다고 보는 것이다. 또 본인의 의도대로 이끌고 갈 자신이 있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야당이 '발끈'하게 계속 문제 제기하는 것이다.
이에 야당이 놀아나면, 선거는 보나 마나 끝난 싸움이다. 끌려다니면 안 된다. 바둑 위기십결(圍棋十訣) 중 기자쟁선(棄子爭先)이라는 게 있다. 돌 몇 점을 버리더라도 선수(先手)를 놓치면 안 된다는 뜻이다. 큰 흐름으로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이 끌려가는 싸움이다. 이대로 라면, 선거 승리를 위한 '프레임(frame)'을 주장하기 어렵다.
야당의 선거 프레임은 과거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처럼 "보수 정부 10년,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가 되어야 한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훨씬 좋은 정책과 새로운 인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는 싸움이다. 이번에는 정말 심각하다.
새누리당의 누군가가 정치적 열정과 간지奸智, 리더십을 사지고 등장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 2012년 박근혜처럼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도 있다. (중략) 새누리당이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떻게 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새누리당이 못해도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못하면 새누리당이 승자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새누리당이 잘해도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잘하면 새누리당이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정치의 역동성이자 가변성이다.(179쪽)
* '이철희의 정치 썰전' 2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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