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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언더우드는 왜 조선에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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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언더우드는 왜 조선에 왔을까? [화제의 책] <언더우드 내한 관련 자료집, 1859-1885>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박형우의 연구실은 자료로 인해 발 딛을 틈조차 없을 정도다. 연구실 한쪽에 놓인 복사기-스캐너는 하루 종일 막대한 양의 디지털 자료를 생산한다. 그가 연구비 때로는 자비를 들여서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서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1차 사료가 세상에 빛을 보는 순간이다.

컴퓨터 용량을 훨씬 뛰어넘는 외장 하드에 담긴 자료의 양은 측정할 수가 없을 정도다. 박형우 본인도 자신이 생전에 이 자료를 모두 검토할 수 있을지 회의할 정도다. 이런 열정과 집념의 열매가 바로 최근 출간된 <언더우드 내한 관련 자료집, 1859-1885>(연세대학교 대학출판문화원 펴냄)이다.

선교사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년)와 연세대학교의 각별한 인연을 염두에 두더라도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다. 의과대학 교수, 더구나 해부학과 발생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가 왜 언더우드일까? 그가 가욋일로 시작한 의사학(醫史學)에 대한 관심이 발단이었다.

박형우는 틈틈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인 제중원을 중심으로 근대 서양 의학 도입 역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연구는 북한의 의학사 더 나아가 서양 의학 도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독교 의료 선교 역사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호러스 알렌, 존 해론, 올리버 에비슨 등의 내한 과정에 대한 연구 성과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박형우가 에비슨(1860~1956)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의 동료 언더우드에 관한 미발굴 자료도 다수 쌓였다. 그간 언더우드에 관한 대부분의 선행 연구가 1885년 내한 '이후'에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에, 그가 찾은 자료는 언더우드가 어떤 이유로 또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내한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박형우는 이 자료의 활용을 고민하다가, 아예 언더우드의 내한 이전의 자료를 집대성한 <언더우드 내한 관련 자료집, 1859-1885>을 펴내게 되었다. 아마도 향후 언더우드 내한 이전의 자료 수집을 위한 노력은 멈출 것 같다. 왜냐하면, 연표와 색인을 포햄해 총 410쪽으로 구성된 이 책 한 권에서도 논문 여러 편이 나올 정도의 1차 사료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기존 언더우드 관련 연구가 대부분 미국선교본부와 재한선교회 등 교회 내부 자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라면, 박형우의 자료집은 교회 자료뿐만 아니라, 언더우드 가족과 관련된 모든 공적, 사적 1차 사료를 망라하고 있다. 특히 영문 원본뿐만 아니라 번역도 함께 포함하고 있어, 후속 연구를 위한 소중한 1차 사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 <언더우드 내한 관련 자료집 : 1859-1885>(박형우 지음, 연세대학교 대학출판문화원 펴냄).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내한 관련 자료집, 1859-1885>에 포함된 자료는 박형우가 영국과 미국 등에서 직접 수집한 것이다. 인명부, 우체국 소장 자료, 언더우드 가문 관련 기록, 인구주택총조사 자료, 출생결혼사망자 색인, 묘지 기록, 출생 및 세계 기록, 선박 승객 명단, 신문 부고 기록, 증명서, 학적부, 대학 및 신학교 교직원 학생 일람, 노회록, 동창회 편람, 선교 보고서, 선교본부 회의록 및 연례보고서, 사료관 소장 언더우드 관련 개인 기록 등의 그 범위도 광범위하다.

자료집의 구성을 보면, 제1부는 언더우드의 집안 배경에 관한 자료로, 영국, 웨일스, 미국에 있는 조부모, 부모, 형제 자매 관련 자료이고, 제2부는 뉴욕대학교와 뉴브런즈윅신학교 등 언더우드의 교육 배경 관련 자료이다. 제3부는 선교사 임명과 내한 관련 자료가 정리되어 있다. 마지막 제4부에는 미국 해외선교본부 자료 및 미국장로회 역사관 소장 자료가 소개되어 있다. 본서에는 원문은 물론이고, 관련 사진 및 문서 자료도 포함되어 있다.

박형우는 책의 서문에서 그간 언더우드에 관한 연구가 "새로운 자료 발굴 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2차 사료나 기존 논문의 재인용을 통해 기술되는 현상이 생각보다 광범위"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역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1차 사료에 대한 경시가 언더우드를 비롯한 연구가 성장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저는) 이 책에서 여러 자료를 모아 번역한 가장 기본적인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 책에 담긴 자료들이 저와는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분들에 의해 재해석되어 기존에 나와 있는 5권의 언더우드 전집과 함께 언더우드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대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성적인 창작물이 넘쳐나는 지금 이 시간에도, 박형우는 국내외 서고나 박물관에 쌓인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1차 사료를 발굴하고, 정리하고, 번역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언더우드 내한 관련 자료집, 1859-1885>는 다음 세대가 밟고 지나갈 역사의 디딤돌을 오늘 세대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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