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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위태한 북·중 관계, 고소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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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위태한 북·중 관계, 고소한 일인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 신진학자들의 북한에 대한 비아냥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의미 있는 한 포럼이 열렸다. '제1회 한중청년포럼'으로, 중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의 청년학자와 한국에서 학위를 받은 중국의 청년학자들 사이의 학술교류였다. 이 포럼에는 통역이 따로 없었고, 참가자들은 한국어든 중국어든 편리한 언어로 자유롭게 교류를 했다.

첫 번째로 진행된 이번 포럼의 주제는 '일대일로(一带一路) 하의 한-중 관계'였는데,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일대일로를 통해 한-중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 젊은 학자들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물론, 겉포장은 한중 청년 학자들 사이의 학술교류였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벼운 학술행사만은 아닌 듯 보였다. 일단 중국 외교부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고, 첫날 오전에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중국 외교부 관계자가 배석해서 한국 청년 학자들의 건의사항을 직접 청취하기까지 했다. 지난해와 올해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인문교류와 청(소)년 교류가 강조된 바 있는데, 이번 행사는 중국 외교부가 한 축이 되어 진행된 일종의 한-중 청년 인문교류의 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한-중 관계의 발전이 중국에게 중요한 외교 자산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행사는 지속적이고 더 발전적인 한-중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중국 정부가 학계와 협력해서 진행한 공공외교의 하나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 제1회 한중청년포럼 참석자들 ⓒ허재철

청년 인문교류, 한-중 관계의 초석

이번 행사 동안 양국의 청년 학자들은 학술 교류는 물론이고 틈틈이 개인적인 친분도 쌓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 기간에 이미 참가자들로 구성된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 만들어져 인사말, 자료, 사진, 농담 등이 오갔고, 이를 통해 이들 사이의 인적 네트워크가 점점 더 촘촘하게 엮여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인문교류의 힘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이번 행사는 필자에게 한 가지 더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체류해 있던 기간, 북한의 국가공훈합창단과 모란봉악단도 베이징을 방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도 한-중 청년포럼과 마찬가지로 겉포장은 문화공연을 위한 방문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음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건 아마도 소원했던 북-중 관계의 복원을 바라는 염원이었을 것이다. 물론 공연이 무산되어 아쉬움과 함께 북-중 관계에 대한 염려가 다시 증폭되고 있지만 말이다.

이렇게 행사 기간 동안, 필자의 머릿속에는 '한-중 청년포럼'과 '북-중 관계'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교차하고 있었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의 청년 교류야말로 시급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북-중 관계의 발전이 결코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결적 사고에서 보면, 중국이 북한과 멀어지고 우리와 가까워져서 한-중이 협력하여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그렇게 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것으로 보이며,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이에 대해 더욱 극단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다. 대북제재와 북한의 무력시위라는 지금까지의 악순환이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북-중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협력이 활성화되고, 이것이 북한의 경제 상황 개선 및 의식변화 유도로 이어지는 상황이 우리에게 여러모로 이익이 될 수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이번 한-중 청년포럼의 주제이기도 했던 '일대일로'(一带一路)이다.

중국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구상은 단순히 중앙아시아, 유럽과의 교역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중국이 동북지역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큰 시야로 보면 일대일로의 한 부분임을 알 수 있는데, 중국은 한반도를 통해 일본까지 일대일로가 연결되길 희망하고 있다.

또 비록 가입이 무산되긴 했지만, 북한도 일대일로의 금고 역할을 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국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대일로 구상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북-중 관계의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북한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경우, 우리는 북한의 인프라 구축에 소요될 비용을 중국과 분담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물류 집단안보 환경이 형성되어 북한 리스크를 억제하는 기능도 가능할 수 있다.

위태위태해 보이는 북-중 청년 네트워크

하지만 한-중 관계와는 달리 북-중 관계의 장밋빛을 그려나갈 북-중 청년 사이의 교류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과거 중국의 청년들은 북한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지조(知朝)파로 성장하여 북-중 관계의 기초를 다졌지만, 지금의 중국 청년들은 더 이상 북한으로의 유학을 원하지 않는다. 한-중 청년 사이의 네트워크는 점점 더 촘촘해지고 견고해지고 있는 반면, 북-중 청년 네트워크는 언제 끊길지 모를 정도로 위태위태해 보인다.

심지어 조선어(한국어)를 전공하는 중국의 공산당원 대학생에게 북한으로 유학 갈 생각이 없느냐고 물으면, "북한에 가면 재미도 없을 것 같고, 통제된 생활을 못 견딜 것 같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사이트에서는 북한의 지도자를 희화화한 영상이 아무렇지 않게 공유되고 있다. 이번 한-중 청년포럼에 참석한 중국의 한 젊은 학자는 북한 경제 얘기가 나오자, "북한은 아마 자기네 경제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중 관계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으며, 북-중 관계의 어두운 미래는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북한의 국가공훈합창단과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 취소를 둘러싸고, 국내에서는 북중관계의 분열 조짐에 희열을 느끼는 듯 한 모습을 보이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북-중 관계 악화는 우리에게 축복이 아닐 수 있으며, 심지어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북-중 관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는 좀 더 진지해져야 하고, 특히 한-중 청년뿐만이 아니라 북-중 사이에서도 청년 인문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허재철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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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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