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군 전략가들은 한반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어떤 전략적 입장을 갖고 있을까?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정책 목표는 '평화와 안정'으로 대표된다.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들리는 이 중국식 레토릭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안정'이다. 한반도가 안정되어야 중국의 국가 목표인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고, '평화 애호국'이란 중국의 대외 이미지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속마음이 어떤지는 실제 행동을 보아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중국이 의미하는 '안정'은 남북한 중 어느 한 측이 문제를 일으키면 반대하겠다는 것이지만, 상대측이 이에 대응하는 경우도 반대하겠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0년 3월에 발생한 '천안함 폭침'이다. 중국은 내심 북한의 소행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그 여파를 더 우려했다. 그래서 나온 표현이 유관된 각 측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눈뜨고 뺨 맞았는데 대화하고 악수하라는 식이었다.
중국 군 전략가들의 한반도 인식
중국의 군 지도부와 전략가들이 북한의 도발이나 남북한 관계의 변화와 상관없이 한반도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전략적 인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반도의 지리적, 지정학적 중요성이다. 한반도는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과 가장 근접한 지역이자 중국의 동북 3성 중 랴오닝 성, 지린 성과 약 1400킬로미터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또 서해는 보하이(渤海) 만과 연결되어 있는 '전략적 통로(通路)'이다. 즉, 한반도는 '대륙 세력'(중국)과 '해양 세력'(미국)이 만나는 접경에 위치하고 있고, 이는 불변의 고려 사항이다.
둘째, 지리적 조건은 역사적 조우(遭遇)와 맞물려 있다. 한국 전쟁 시 중국의 군사적 개입, 유엔군의 인천 상륙 작전, 일본의 만주 지역 및 중국 침략을 위한 한반도의 선점, 그리고 구한말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간의 각축 등 현대사만 보더라도 많은 예가 있다. 1894년의 청일전쟁, 그리고 그 이전 중국과 일본의 침략사에서도 한반도 혹은 서해의 제패는 관건적 이슈였다.
셋째, 중국 '경제 발전'상의 중요성이다. 한반도의 안정은 중국의 국가 목표인 경제 발전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주변 환경'의 안정은 중국의 중장기 국가 안보 목표에 해당한다. 한국은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고 3대 교역국으로서, 한국과의 경제 협력은 중국의 개혁 개방 추진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북한의 경제 규모나 중-북 간의 교역액은 비록 적으나 북한 체제('북한 정권' 아님)의 유지는 한반도의 안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 안보 이익과 연계되어 있다. 사실, 중국의 군 지도자들도 경제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넷째, 중국의 군 전략가들은 한반도가 '중화 세계' 혹은 중국의 세력권(소위 '주변')에 속해 있다고 보고 있다. 환언하면, 한반도는 중국의 강대국화와 부국강병, 그리고 '중국몽(夢)' 등의 실현을 가늠하는 시험대이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미국과의 관계임을 잘 알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와 같은 현상은 '천안함 폭침' 이후 한-중 관계에서 미-중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의 이 같은 인식은 한반도의 통일 과정이 시작되면 더욱 첨예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군사적 측면에 국한할 경우, 이 같은 인식(perception)과 의도(intention)는 능력(capability)과 결합되어야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후에 본 연재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으나, 한반도 주변에 배치되어 있는 중국 지상군의 '신속 대응군'(현재 군 구조 개혁 중), 칭다오를 모항으로 하는 재래식 및 핵 잠수함, 그리고 보다 기동성이 높은 공군력과 전략 미사일군은 우리가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전력이다.
특히, 향후 5년에서 10년, 즉 2020~25년 중국군은 현재의 제한적 국지전 수행 능력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전역(戰役)급 작전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역내 다양한 안보 현안에 중국이 연루되어 있는 상황으로 인해 동아시아 및 한반도의 안보 환경은 지대한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전략적 대비 방향
군사적 대비 측면에서 한국은 소규모 분쟁 가능성에 대한 대응 능력 및 도발을 거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억지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영해상의 소규모 분쟁에 대비한 해공군력을 보유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제한적 방어 충분성' 원칙에 입각하여 한국에 대한 무력 도발을 거부(혹은 도발시 비용을 증폭)할 효과적인 방어력을 구축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전략은 분명 미-중 간의 세력 구조 변화, 남북한 간의 상황, 역내 안보 환경 등을 고려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고, 사실 중국에 대해서는 평시 신뢰 구축과 전면적인 협력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한국은 군사적 대비 차원에서 중국의 군 현대화 내용 및 추이에 대한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 강화, 그리고 정부, 학계 및 언론의 전문가 간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중국의 전력 현대화에 치중한 연구를 지양하고, 보다 '비(非)장비'적인 측면(리더십, 교육, 훈련)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