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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에는 "제발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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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병신년에는 "제발 같이 살자!" [독서통] <섬을 탈출하는 방법> 쓴 조형근 한림대학교 교수
외환위기 이후 모두 깨달았습니다. 한국은 정글이 됐습니다. 노동자 각자가 자기 살길을 찾아 싸워야 했습니다.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됐습니다. 회사는 언제든 내 책상을 뺄 수 있고, 이웃은 언제든 내 뒤통수를 치리라는 생각이 믿음으로 변했습니다. 이미 <프레시안>이 '독서통'을 비롯해 여러 자리를 빌려 각 분야 전문가의 입으로 전해드린 내용이죠. 신자유주의 광풍이 휩쓴 한국에 이웃의 정, 마을 공동체 정신은 박제된 신화가 돼 버렸습니다.

독서통은 이 고단한 현실을 극복할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사실 현실 진단은 이미 내려져 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그리는 장밋빛 미래상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일 뿐이었습니다. 금융 자본주의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경험을 이미 온 세계가 했습니다. 다만, 아직 이를 극복할 방법론을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섬을 탈출하는 방법>(조형근·김종배 지음, 반비 펴냄)은 지금 우리 사회를 섬으로 비유하고, 현실을 극복할 방안을 모색하는 책입니다. 팟캐스트 <사사로운 토크>에서 다룬 대안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대담 형식으로 옮겼습니다. 이번 독서통은 저자인 조형근 한림대학교 교수를 모시고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물론 진행자인 김종배 <시사통> 대표도 공동 저자입니다만, 미묘한(?) 자리의 특성상 김종배 대표는 이번 독서통 시간에는 되도록 침묵을 지켰습니다.

이 책은 협동경제, 사회적 경제 모델 등의 여러 대안을 찾는 한편, 현재 우리보다 더 나은 사회로 여겨지는 스웨덴, 독일 등 여러 나라의 현존 모델도 진단해봅니다. 다만 시간 관계상 독서통은 이를 모두 다루진 않았습니다.

독서통은 김종배 <시사통> 대표와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가 공동 진행합니다. 29일 서울시 마포구 <시사통> 스튜디오에서 열린 섬 탈출 모색의 자초지종을 알려드립니다.



▲ "우리 시대의 유토피아, 바로 신자유주의였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팟캐스트 이야기를 책으로!

김종배 : 화요일 오후의 독서통입니다. 이번 주 소개해드릴 책은, (오늘은 저자인 '지식통'의) 조형근 교수님께서 직접 소개해 주시죠? (웃음)

조형근 : <섬을 탈출하는 방법> 입니다. '각자 도생의 경제에서 협력과 연대의 경제로'라는 부제가 있습니다.

김종배 : 출판사는 반비입니다. 조형근 한림대학교 교수님의 저서입니다.

강양구 : 또 한 분이 더 있죠? (웃음) <시사통> 김종배 선생님이 공저입니다.

김종배 : (웃음) 저는 되도록 이 책이 나오게 된 과정까지만 말씀드리고, 오늘은 뒤로 물러나 투명인간처럼 있을 예정입니다.

제가 <시사통> 말고도 2013년에 '공부하는 팟캐스트'를 표방하면서 <사사로운 토크>라는 별도의 팟캐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때 조형근 교수, 현재 '지리통'을 진행하시는 임동근 서울대학교 교수와 인연을 맺었죠. 두 교수께서 팟캐스트를 통해 풀어낸 콘텐츠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이 모두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도시 정치학을 다룬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경제학사를 훑어본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이 그것이죠. 마지막 하나가 대안 경제인데, 그게 이번에 이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강양구 : 저는 세 책을 다 읽었습니다. 세 책 다 주옥같죠. (웃음) 저의 경우에는 팟캐스트는 안 듣고 책으로만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했습니다.

김종배 : 저자로 제 이름이 올라가 있긴 하지만, 사실 저는 이름만 올린 거예요. 문답식으로 정리하면 훨씬 더 독자에게 잘 다가갈 것 같아서 독자를 대신해 묻는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섬을 탈출하는 방법>의 콘텐츠도 모두 조형근 교수님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조 교수님이 단독 저자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까지만 하고요, 어쨌든 책의 관계자이니 오늘 저는 독서통 진행에서 빠지겠습니다. (웃음)

강양구 : 그런데 김종배 선생님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섬을 탈출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세 권의 책에서 계속 반복되는 질문 패턴이 있습니다. 독서통 진행 때도 같은 질문을 하시죠. "제가 정말 몰라서 묻는 건데요"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몰라서 그렇게 질문하시나요? (웃음)

조형근 : 심지어 저는 그 얘기를 이 책 서문에 썼습니다. 방송 때 "정말로 몰라서 묻는 건데요" 하는 김종배 선생님의 질문이 정말로, 원고에 없는 얘기예요. 그럴 때마다 정말 당황합니다. 청취자께서 이 책을 읽으시면 그 질문에 제가 대답을 잘하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는 많이 허둥댔죠. (웃음) 여러분이 보시는 책은 출판사가 보내준 녹취록을 바탕으로, 방송 이후 새롭게 내용을 보충해 다시 정리한 것이죠.

김종배 : 제가 방송 때 하는 질문의 90%는 실제로 몰라서 묻는 거예요. (웃음) 다만 10% 정도는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학계에서 당연하다 생각하고 생략하고 넘어가는 것들이 있죠. 그런데 그 분야를 잘 모르는 대중은 바로 그 지점부터 훑어야 맥락이 이해가 될 때가 있거든요. 그걸 짚고 넘어가려고 질문을 던지는 일도 있습니다.

강양구 : 팟캐스트를 정리한 책이다 보니, 편집자가 중간중간 '빵' 터지는 부분을 자르지 않고 그대로 살려놓으셨더라고요. 재미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김종배 선생님의 영어 실력이 드러나는 대목. (웃음)

▲ 로빈슨 크루소의 삶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우리 삶과 다르지 않다. 섬에 익숙해질 것인가, 탈출할 것인가. ⓒwikimedia.org

로빈슨 크루소의 시대는 끝났다

김종배 : 이 책 같은 경우, 애초 팟캐스트 방송 이름은 '대안 경제'였어요. '지금 삶이 너무 힘든데, 평생 이러라는 법이 있느냐. 새로운 삶의 모델을 찾아보자'는 취지의 방송이었죠. 이 책에서 말하는 '섬'이라는 건 현재의 개개인이 각자도생하는 고립된 삶을 강요하는 사회 구조를 말하는 거죠.

강양구 : 책머리에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도 하셨더라고요.

조형근 : 네, 맞습니다. 사실 제가 어제 팟캐스트 '지식통'에서 유토피아 사상의 계보를 말씀드렸거든요. 플라톤부터 토머스 모어를 거쳐 프랜시스 베이컨까지. 그런데 아마 귀 밝은 청취자라면 이 방송을 듣고서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셨을 거예요. 제가 방송에서 16, 17세기 이야기를 하다가 바로 19세기로 넘어가요. 그 사이(18세기)를 공백으로 뒀죠.

실제 유토피아 사상에서 그 시기가 공백입니다. 물론 전혀 없었던 건 아니고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했죠. 그 공백을 메웠던 일종의 유토피아 사상의 상징이 바로 로빈슨 크루소예요. 새로운 종류의 유토피아죠. 뭐냐 하면, 고립된 사람이 합리적으로, 혼자서도 사적 소유의 관념을 실천하면서 효용 극대화를 실천하는 전혀 새로운 유토피아죠.

그런 맥락에서 보면, 유토피아의 에너지가 소진된 것처럼 보이는 우리 시대에도 사실 유토피아가 있었던 겁니다. 굉장히 강력한 유토피아요. 바로 그게 신자유주의입니다. 신자유주의가 유토피아를 약속했던 거죠. 이렇게만 하면 정말 좋은 세상이 온다, 이렇게요.

김종배 : 그런데 해보니 '어, 이게 아니네!' 이렇게 깨닫게 되었죠. 특히 2008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해서요.

조형근 : 그렇죠. 그래서 이제 세상에 믿을 놈이 정말로 하나도 없게 됐죠.

강양구 : 지금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건 명백히 아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이 보이지 않는 시대인 것 같아요.

조형근 : 그렇죠.

김종배 : 일반적으로 진단이 나오면 처방이 따라와야 하는데, 지금은 진단은 되는데 처방이 안 되는 시대, 그렇죠? 그렇다면 결국 단서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이 책이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형근 : 예, 그렇습니다. (웃음)

기본 소득은 우파도 좋아한다, 왜?

강양구 : 책을 읽은 소감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약간 울컥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특히 뒷부분을 읽고서요.

사실 제가 어렸을 때는 선배들과 같이 대안 사회에 대한 세미나도 하고 그랬어요. 책 뒤에 참고 문헌으로 적어놓은 책들을 보니, 예전에 읽은 책도 꽤 되더라고요. 그런데 소위 진보 언론에서 기자로 밥벌이하는 저조차도 어느 순간에 그런 '대안'을 괄호 안에 넣어두었더라고요. 현실 가능성이 없는 거로 생각한 거죠. 책을 읽고 나서 '아, 이런 대안을 까맣게 잊고 살았구나!'하는 생각을 새삼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책 중간에 꽤 많은 비중을 할애해서 사회적 경제를 다뤘잖아요. 협동조합도 한 장에서 다뤘고요. 그런데 저희 회사인 프레시안이 바로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고, 저를 포함한 구성원 여럿이 마음고생 몸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런 생각도 났고요.

아마 청취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기 경험이나 처지에 따라 여러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김종배 : 맞아요. 현실 곳곳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형근 : 실험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생존의 문제죠.

강양구 : 책에서 너무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여기서는 시사와 관련된 흥미로운 대목만 몇 가지 짚어보죠. 일단 기본 소득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최근 화제가 되잖아요? 성남시 이재명 시장이 청년 배당을 준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고, 서울시의 박원순 시장도 비슷한 정책 아이디어를 도입했다가 보건복지부에서 딴죽을 걸어서 논란 중이고요.

김종배 : 외국도 마찬가지죠. 핀란드, 네덜란드에서 기본 소득 도입을 놓고서 논쟁이 있잖아요?

강양구 : 핀란드, 네덜란드에서는 우파 정부가 기본 소득 도입을 제기하고 나섰죠. 네덜란드는 전체적으로 도입하는 건 아니고, 한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한다고 합니다.

조형근 : 일인당 115만 원 정도 지급한다고 하죠.

강양구 : 이런 뉴스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따지자면 좌파 성향으로 분류할 만한 두 지방자치단체장이 기본 소득의 아이디어를 채용해서 정책을 밀어붙이는데, 우파 중앙 정부가 훼방을 놓잖아요? 그런데 다른 나라로 눈길을 돌려보면 오히려 우파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본 소득을 주장하는 거죠.

김종배 : 일단 기본 소득 개념부터 확인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요. '매월, 혹은 매년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조건 없이 제공한다'고 정리하면 될까요?

조형근 : 예. 직업을 갖고 있건 없건, 소득이 있건 없건, 자산이 얼마건 간에 자격 심사 없이 무조건 제공한다는 겁니다. 한 가지 각주를 달자면, 기본 소득을 둘러싼 많은 논의를 살펴보면 5년 이상 합법적으로 거주한 외국인에게도 시민권이 없어도 기본 소득을 주자는 안이 많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기본 소득을 우파까지 나서서 도입하자고 한단 말이죠. 이처럼 기본 소득 개념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강양구 : 네, 독일에서 기본 소득 도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유통 재벌이라고 하더군요.

조형근 : 네. 독일 DM그룹의 베르너 회장이죠. 독일 같은 경우 우파부터 좌파 정당까지 '기본 소득을 도입한다'는 데는 합의가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할 거냐를 두고 10년, 20년씩 토론을 이어나가는 상황입니다.

우파가 기본 소득을 주장하는 것을 놓고서 진정성을 의심해보자, 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불가피한 면도 짚어보고 싶습니다.

일단 '꿍꿍이가 있을 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부터 짚어보죠. '차라리 기본 소득으로 다양한 복지 수당을 통합해버리면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우파에게) 있습니다. 실제 복지 국가에서 재정 적자 주범으로 복지 지출이 많이 비판받는데, 그 경우 상당히 많은 부분이 복지 시스템 유지에 들어갑니다.

강양구 : 그 대목에서는 우파도 솔깃할 것 같아요.

조형근 : 그렇죠.

강양구 : 어쨌든 복지 국가 유지를 위해 심사하고, 점검하고, 분류하는 과정을 대폭 생략하면….

조형근 : 그런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일인당 계좌로 돈을 쏴주면 되죠.

강양구 : 국가(정부) 규모가 굉장히 축소될 수 있겠군요. 작은 정부를 좋아하는 우파 구미에 맞고요.

조형근 : 맞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논의하는 쪽을 보면, 상대적으로 오른쪽 정당의 세력일수록 그 면을 강조하면서 효율성 관점에서 접근해요. 예컨대 인센티브와 결합해서 차등을 두려는 시도도 있죠.

반면 왼쪽으로 갈수록 (기본 소득을) 국민이라면, 설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누구라도 받을 수 있는 권리, 즉 배당권으로 생각하죠. 마치 주식회사의 주주가 주인으로서 배당받을 권리가 있는 것처럼, 국민이 주인이라면 국가에서 나오는 공유 재산을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는 거죠.

그럼, 이제 우파도 기본 소득 도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면을 점검해 보죠. 이건 우파뿐만 아니라 좌파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겁니다. 기존에 우리가 오래 꿈꿔 온 현실적 유토피아로서 복지 국가라는 대안이 과연 유지가 가능한 것일까, 이것에 대해서 회의가 드는 상황이라는 거죠. 지속 불가능한 모델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이 책의 스웨덴 모델 부분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스웨덴 모델은 케인스주의에 입각한 완전 고용을 전제로 합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고성장, 또 안정적으로 고용된 다수 노동자가 고부담 즉, 많은 세금을 내서 그것을 재원으로 높은 수준의 복지를 누리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절감하다시피,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화되잖아요? 우리가 기술 발전을 인위적으로 거부하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한, 이 추세를 막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죠.

강양구 : 완전 고용 신화라는 건 앞으로도 없다?

▲ 다양한 대안 모델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어떤 길을 갈 것인가. 모범 답안은 없다. ⓒpixabay.com

유럽식 복지 국가, 쉽게 만들 수 있을까

조형근 : 뭔가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난다면 모르지만, 예견 가능한 한에서는 이 추세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안정적으로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노동자 계급이 갈수록 약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렇다면, 인구 절대다수가 안정적 삶을 누릴 수 없게 되고, 세금을 낼 수 없게 되고, 재원이 없어서 복지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죠.

보통 이렇게 얘기합니다. "재벌에게 더 많이 내라고 하면 되지!" 그런데 복지 국가가 그런 식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케인스주의 복지 국가 모델은 노동 경제 복지 모델이라고 얘기합니다. 다수가 정상적으로 노동한다는 상황이 전제되고, 그중 일부가 실업자가 될 때, 일시적인 기간 국가가 실업 수당을 주고, 취업을 알선한다는 거죠.

그런데 다수가 실업자인 상황이 만성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면, 과연 기존처럼 노동 연계 복지 모델이 가능하겠느냐. 이 문제 인식을 우파 좌파 모두 큰 틀에서는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파든 좌파든 기본 소득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부분이죠.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조금 더 왼쪽으로 갈수록 기본 소득 모델을 더 급진적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기본 소득을 철저히 할수록 경제 구조가 더 바람직해질 수 있거든요.

요즘 우리가 매일 금융 자본주의를 비판하잖아요? 자본금융화의 핵심은 자산 거품의 상승입니다. 그런데 자산 거품은 구조적으로 꺼질 수밖에 없죠. 결국 (현 경제 체제에서) 기본 소득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자본 이득세를 포함해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노동 인구가 갈수록 부실해지니까요.

강양구 : 토지 건물을 비롯한 부동산 또 이자 소득, 주식 거래 등에 더 많이 과세해야 한다는 거죠?

조형근 : 그렇죠.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구체적 안이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 그런 모델이죠. 일반인의 증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자산 거품에 대해 과세하는 방법이죠.

여기에 키 포인트가 있습니다. 왼쪽에서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꾀한다고 할 때는 결국 경제 체제의 민주화, 즉 소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옛날처럼 전부 다 국유화한다는 수준은 아니라도 상당 부분 사회적 통제가 가능해야 하죠. 지금처럼 자산이 거품이 되면 설혹 사회주의 정당이 정권을 잡는다 할지언정, 폭력적으로 빼앗지 않는 한 자산을 인수할 수 없어요.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이 정도의 생각도 있을 정도로 기본 소득의 사상적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기본 소득만 준다고 사회는 나아지지 않는다

강양구 :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기본 소득 논의가 국내에서 한창 꿈틀댈 때,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와 저녁 식사 자리에서 기본 소득을 놓고서 잠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장 교수가 딱 한 가지 문제를 언급하더군요. 요약하면 이런 문제의식입니다.

지금은 재화나 서비스 등 모든 것이 시장에 맡겨져 있잖아요? 기본 소득은 자신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을 개개인에게 준다는 거죠. 그런데 재화나 서비스 등 모든 게 시장에 맡겨진 현재 상황에서는 개인의 기본 소득을 운용할 때 결국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다면, 기본 소득이 되레 공공 영역을 축소하고 시장을 불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죠.

조형근 : 중요한 지적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책의 서문에서 소개한 여러 대안 사이의 경합 관계, 우열 관계 등은 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대안 간의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요. 실제로 현실에서 대안을 만들어 가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올 겁니다.

기본 소득 하나로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사회적 경제도 마찬가지고요. 책에서 소개한 가장 급진적인 대안인 참여 계획 경제도 마찬가지고요. 조금 전 말씀하신 반론은 우파가 주도하는 기본 소득 안이 그대로 통과됐을 때 아주 타당합니다. 우리가 현재는 신자유주의의 아버지로 생각하는 밀턴 프리드먼이 사실 기본 소득 아이디어의 중요한 창시자 중 하나인 것도 그런 맥락이고요.

강양구 : 삐딱하게 보자면, 기본 소득을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죠. 복지는 없애고 일인당 N분의 1로 돈을 나눠 줄 테니, 각자가 일인 기업가가 되어서 알아서 해보라는 식으로요. 현재 핀란드 우파 정부의 태도가 이런 거고요.

조형근 : 예, 그렇습니다.

스웨덴 모델을 다루면서 이 책에서 쓴 이야기인데, 복지 국가 모델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탈상품화입니다. 그러니까 시장에 예속된 우리 삶을 다시 시장으로부터 되찾아오는 게 필요합니다. 사람이 상품처럼 거래되는 상황을 가능한 한 없애보자는 게 스웨덴 모델의 목표 가운데 하나였거든요.

이런 점에서 기본 소득 논의를 보자면, 그냥 기본 소득을 주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이를 통해서 우리 삶이 얼마만큼 시장에 내동댕이쳐지지 않게끔 할 것인지가 아주 중요하죠. 그래서 기본 소득은 비시장적 삶에서 재생산될 수 있는 여러 가지와 결합되어야 합니다.

강양구 :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는 한 가지 팁을 말씀드릴게요. 미처 두 분 저자께서 언급하지 않은 공백을 채워가며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 책에는 기본 소득과 함께 '지역 화폐'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기본 소득이 주어진다면 돈벌이를 위한 일을 지금보다 조금 덜해도 되잖아요?

그때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요? 그냥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데 쓰지 말고, 자기 재능을 이웃과 나눌 수가 있겠죠. 자기가 기타를 연주할 줄 안다면 이웃에게 기타 강습을 해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이웃으로부터는 또 내가 필요한 어떤 것을 받는 거죠. 기본 소득과 지역 화폐가 연결되는 거죠.

조형근 : 맞습니다. 그렇죠.

김종배 : 강양구 기자 말처럼 이 책에서는 대안 모델을 각각 따로 짚었지만, 이 대안들이 각개 약진하는 건 아닙니다. 대안 모델 간의 연대도 모색되어야 한다는 얘기죠.

▲ 협동 사회 경제 네트워크의 대표격인 원주협동경제네트워크. 대안 경제는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한살림


새누리당도 원하는 협동 사회 경제

강양구 :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이 바로 연대입니다.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내심 기대했던 게 기존에 자리 잡은 큰 협동조합의 도움이었어요. 사실 전환할 때 저희가 찾아가기도 했어요. (웃음) 그런데 실제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 간 연대는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조형근 : 협동조합 간 연대가 힘들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 분야가 사실 생활협동조합(생협)이죠. 생협 조합원 많으시죠? 그런데 생협끼리 경쟁을 합니다.

강양구 : A 생협 매장이 목 좋은 곳에 있는데, 바로 옆에 B 생협 매장이 들어서는 거죠.

조형근 : 딜레마입니다. 경쟁 자체는 필요할 수도 있어요. 경쟁이 없으면 무조건 선발 주자의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과다한 경쟁은….

책에는 못 쓴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도 협동조합 간 연대 사례가 있습니다. 원주협동경제네트워크가 대표적이죠. 본격적으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건 몇 년이 안 됩니다만, 원주가 협동조합의 오랜 역사를 가진 곳입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여러 형태의 경제 생활을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형태로 묶으면서 네트워크로 발전했죠. 네트워크 안에서 일정한 부분은 경쟁도 있지만,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자원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도 있고요.

우리가 협동조합을 포함해 사회적 경제를 이야기할 때 항상 따라오는 게 지역이지 않습니까? 앞서 문제가 된 생협 사이의 경쟁도 전국 조직을 기반으로 겨루다 보니 일어나는 불가피한 일입니다. 지역 차원에서 협동조합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장기화한다면 그 안에서 룰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경쟁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협동조합 정신에 어긋나죠. 협동조합보다 훨씬 급진적 안인 참여계획경제에서도 경쟁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거든요. 특히 협력적 경쟁은 흔히 자본주의에서 말하는 경쟁만큼이나 중요하죠. 그래서 이걸 무조건 나쁘다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강양구 :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만, 그래도 이제 막 시작하는 상황에서는 서로 돕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조형근 : 맞습니다. 사회적 경제가 뿌리내리려면 정부도 잘해야 하고, 주체들도 잘해야 합니다. 하지만 특히 잘해야 하는 곳이 그래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곳이에요. 그쪽 입장에서도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니 힘든 건 맞습니다. 다만 그래도 좀 더 여유 있는 곳이 후발 주자를 보살펴야죠.

특히 사회적 협동조합 같은 경우 다른 조직을 돕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협동조합에서 생긴 일정 금액을 새로운 협동조합을 만드는 데 지원금으로 쓰게 하는 법률이 있어요. 내가 돈 벌어서 남 좋은 일 하게 법으로 만들어 놓은 거죠. 이런 협동의 규칙을 함께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종배 : 새누리당이 주도해서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조형근 : 2006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만들어졌고, 2012년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일반법으로써 만들어졌습니다. 다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죠. 이런 법이야말로 현재의 지배 질서가 오늘날 사회적 경제를 담론으로, 제도로 육성할 만큼 필요로 하는 면이 있다는 증거죠.

강양구 : (새누리당과 지배 체제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스웨덴 같은 복지 국가를 만들 생각은 없겠죠. 하지만 복지의 공백을 그대로 놔두자니 사회가 망가질 것 같으니 최소한도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이런 법을 만든 거죠.

조형근 : 네, 그렇습니다. 심지어 이 일이 보람까지 주거든요.

복지 수당을 주면 사람들이 열패감을 가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적당히 지원하면서 '너희끼리 해라'고 하면 사람들이 보람을 느낍니다. 국가의 의무로 받아들여야 할 것들을 시민이 대부분의 부담을 지면서 그 공백을 메우는 거죠. 심지어 보람까지 느끼면서요.

사회적 기업 대부분이 임금 수준이 낮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기꺼이 일하는 거예요. 보통 '열정 페이'를 받으면 화가 나는데, 여기서는 보람찬 일을 한다는 생각에 만족할 수도 있죠.

동상이몽의 측면이 있는 겁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런 상황 자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죠.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불가피한 공백이 생기는데, 그럴 때 지배층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교묘하게 회피하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체제에 통합되게 만드는 방법으로 쓰죠.

그럼, 사회적 경제 종사자는 어떨까요? 그들 대부분이 다양한 부류의 사회운동가 출신입니다. 그래서 사회적 경제에 이런 노림수가 있다는 걸 잘 아세요. 덫이 있다는 걸 알고 들어가는 겁니다.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거죠. 유명한 말입니다만, 협동조합은 적의 군대를 하나씩 점령해가는 평화의 군대라고 하죠. 사실 아주 위태로운 칼날 위를 걷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런데도 이걸 회피할 수 없다면, 이를 극복할 건 연대의 힘밖에 없죠.

▲ 대안 경제의 성공에는 정치의 힘이 매우 중요하다. ⓒ프레시안(최형락)

노조, 정부도 도와야 사회적 경제 싹튼다

김종배 : 팟캐스트에서 대안 경제를 방송하고, 이 책까지 이어진 계기가 이런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이 비판하고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신자유주의적인 삶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왜냐면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으니까.

사람이 가장 답답한 게 문제의식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잖아요? 바로 여기서 연대의 단서, 실마리를 고민해보자는 차원에서 대안 경제를 다뤘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하나의 단초'가 되리라 생각하고 시도했는데, 그것이 더 큰 실패로 끝나고 열패감만 남게 될 때입니다.

강양구 :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저로서 가장 걱정되는 대목이 그 부분입니다.

김종배 : 저는 그런 면에서 조합 간 연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경험의 공유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양구 : 이 책에서 세 장을 할애해서 사회적 경제를 짚어주셨는데, 긍정적 사례와 문제점이 적절히 다 다뤄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지 않은 대다수 시민은 사회적 경제의 긍정적 사례는 잘 모를 가능성이 크죠. 그리고 당장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보이는 안 좋은 사례, '협동조합했더니 망했더라' 하는 현실을 보면서 또 열패감을 느낄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조형근 : 제가 책에서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 일반적 자본주의 기업(주식회사 등)에 비해 생존 주기가 훨씬 깁니다. 협동조합하면 망하는 것 아니냐 하시는데, 아니에요.

강양구 : 그래서 프레시안 협동조합도 오랫동안 갈 겁니다. (웃음)

조형근 : 책에서 미처 말씀 못 드린 것 중 하나가, 협동조합과 전혀 다른 맥락에서 산업경제론이라든지, 경제지리학이라든지, 산업사회학과 같은 주류 쪽에서도 사회적 경제를 높이 평가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공단의 이점이 있다는 거죠. 왜 공단을 만들까요?

강양구 :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서 그러지 않나요?

조형근 : 규모의 경제도 있고요. 공단 안에 동종만 들어오지 않잖아요? 관련 산업들이 들어옵니다. 그러면 일단 정보의 소통, 인력의 공유, 자원의 공유 등으로 효율성이 높아져요. 세계적으로 산업 클러스터가 잘 된 사례 중 대표적으로 꼽는 곳이 이탈리아 협동조합 경제 지역인 에밀리아로마냐입니다. 이곳은 주류 경제학의 눈으로 봐도 굉장히 효율적이죠.

김종배 : 저는 협동조합, 대안 경제 하면 리오넬 메시가 뛰는 팀, FC 바르셀로나가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1년 매출액이 1조 원이 넘는다는 태양의 서커스단이나요.

조형근 : 자,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정치입니다.

그런 협동조합 성공 사례의 특징은 대부분 주 단위 수준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개념 좌파들이 정권을 잡았다는 거죠. 어떻게 사람들의 자발성을 끌어내고, 이런 것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제도로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개별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 시장 경쟁에 내동댕이쳐지지 않도록 정치권력이 든든한 배경이 되어 준 거죠.

여기에 기존의 시민운동, 노동운동이 또 가세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노동조합연맹이죠. 노동조합연맹의 기금을 종잣돈으로 활용해 사회적 경제의 시동을 걸고, 주 정부가 또 금융 지원, 제도 지원 등을 통해서 생존 기간을 늘려줬죠. 이런 힘들이 모여서 바로 그런 성공 사례를 만든 겁니다.

이기적 존재로 살 것인가, 이타적 사람으로 살 것인가

강양구 : 제가 서문을 읽으면서 든 생각인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씀을 2005년에 하셨잖아요? 그때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권력을 찾아올 수 있는 제도적 틀이라던가, 사회적 토대를 만들었다면 나중에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대안을 궁리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사람들의 여건이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조형근 : 당시 민주 진보 진영의 희망을 안고 정권을 잡은 분들이 여러 가지 고민을 하셨겠죠. 아마 그 안에서 큰 틀의 합의로 선택한 게, 제가 볼 때는 시장을 통한 합리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때도 한 이야기가 이를 통해 우리의 개혁을 끌어낸다는 거였으니까요.

시장은 분명히 그런 힘을 가진 측면이 있어요. 효율을 위해, 더 높은 이윤을 위해 거기에 어긋난다면 어떤 비합리성도 용납하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가장 시장화된 나라인 미국을 두고 "미국의 시장이 얼마나 합리적인가?"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에서 내부자 거래를 한다면 얼마나 가혹한 처벌을 받는지 아시죠? 재기하지 못할 정도로 처벌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것 자체가 거대한 비합리성일 수 있어요. 굳이 설명해 드리지 않아도 우리 모두 (금융 위기 등의 사례를 통해) 생생히 경험했죠. 청취자들께서도 고민되는 분이 있으실 거예요. 설혹 다른 신념이 있더라도, 당장 우리 사회의 시장이 조금 더 합리화되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제대로 된 경쟁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얘기가 완전히 틀린 건 아니죠.

자본주의가 성장하고, 우리 삶의 질이 함께 조화되던 시절에는 그런 이야기가 합리적이었을 수 있어요. 지금은 이미 그런 시점을 넘어선 지 한참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으로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논의의 시발점이 되고자 쓴 것입니다.

▲ <섬을 탈출하는 방법>(조형근·김종배 지음, 반비 펴냄.) ⓒ프레시안
김종배 :
대안 경제 모델을 논의하고, 적용하고, 실천하는 데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는 전제가 깔린 것 아니겠습니까? 이기심이 더 발현되는 환경으로 가느냐, 이타심이 더 발현되는 환경으로 가느냐. 결국 그 문제 아니냐. 여기에서부터 실천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거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라고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양구 : 오늘 주로 이야기한 건 책 뒷부분입니다. 앞부분은 지금까지 현실에서 있었던 유토피아를 지향한 모델에 대한 역사적 이야기를 짚어주셨어요. 우리가 스웨덴이나 독일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이들 나라가 어떻게 오늘의 복지 국가 모델을 이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 분들 외에는 잘 아시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가 이 책 앞부분에 충실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추상적으로만 아시던 분들도 이 책을 읽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종배 : 오늘 <섬을 탈출하는 방법>의 저자인 조형근 교수를 모시고 독서통을 꾸며봤습니다. 저는 오늘 가급적 투명인간으로 있었습니다.

강양구 : 이렇게 재미있고 좋은 책을 내주신 두 분께 고맙습니다.

김종배 : 올해 마지막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조형근 :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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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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