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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누리과정, 서울·경기 교육청 '찍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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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누리과정, 서울·경기 교육청 '찍어내기' [분석] 국무회의 발언 진의는?…더 큰 문제는 내년 예산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이 해법을 찾게 될까?

일단 서울·경기 등을 제외한 일부 지역에서는 '급한 불'은 끄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5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당초 국민과 했던 약속과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시도교육청 등에는 이미 금년도 예산에 편성돼 있는 3000억 원의 예비비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어 국가가 직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하면 법을 고쳐서라도 중앙정부가 용도를 지정해서 누리과정과 같은 특정한 용도의 교부금을 직접 투입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단서를 달았다. 박 대통령은 "시도 교육청 등이 받을 돈은 다 받고 써야할 돈은 안 쓰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곳곳에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기재부 틀어쥐고 있던 "3000억 원 풀어라"발등의 불 꺼질 듯

박 대통령이 언급한 3000억 원의 예비비는 지난해 국회 예산 처리 과정에서 등장한 예산이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0원'으로 편성한 데 대해 시도교육감이 반발하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집어 넣은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찜통 교실 개선 등을 위해 3000억 원의 추가 예비비를 편성하면서 "사실상 누리과정을 지원하는 예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었다. 의문이 하나 남는다. 왜 이런 식의 '꼼수 편성'을 동원해야 했을까?

정치권에서는 "누리과정을 지목해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면 향후 지자체에서 이를 근거로 매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편법으로 돈을 지원하고 이를 누리과정에 쓰라고 압박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즉 누리과정에 대한 책임을 중앙정부가 회피하기 위해 '꼼수 편성'을 했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배정된 3000억 원의 예비비는 그러나 아직 풀리지도 않고 있었다. 이 지점이 현재 누리과정 파동의 표면적인 이유다. 기획재정부는 이 예산을 틀어쥐고 있었고, 시도교육청은 "예비비 먼저 편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교착상태에서 박 대통령은 "누리과정에 3000억 원을 우선 배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서울·경기 등은 '괘씸죄'에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약속과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시도교육청"을 언급한 이상, 정부의 입장에 반대고 있는 서울, 경기 등 주요 시도를 포함한 7개 시도교육청은 여전히 정부의 '차별대우'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명백한 '찍어내기'다.

朴 대통령 "법을 고치라"예산 안 늘리면 법 고쳐봐야 또 '갈등'

문제가 하나 남는다. 지금 상황이라면 매년 연초마다 '보육 대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박 대통령은 법을 고치라는 발언을 내 놓았다. 시도교육감이 그간 "누리과정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것을 박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발언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은 이날 시도교육청을 강하게 비난했다. "누리과정이 정치적 이슈화 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아이들과 부모들을 볼모로 이런 상황이 계속되어야 하는지 안타깝다"며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무조건 정부 탓을 하는 시․도교육감들의 행동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했다. 시도교육청장의 '공약 사업'에 쓸 돈까지 문제삼고 나섰다. 시도교육감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공약 사업에 예산을 투여하면서, 정작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발언의 뉘앙스를 종합해보면, 누리과정 예산을 국가가 편성하도록 법을 고치라는 말은, 예산 규모는 그대로 둔 채 시도교육청 예산을 쪼개 편성하도록 강제하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경우 시도교육감이 또 다시 반발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늘리느냐, 마느냐 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예산 규모는 그대로 두고, 정부가 누리과정을 의무 편성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으로는 "대통령이 공약을 지켰다"고 보기에 어렵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했던 "국가가 책임진다"는 말은, 별도의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온전히 책임진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아직 법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이른 상황이다.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일단 법안이 나와 봐야 알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교육감들 '공약 사업' 위해 재정을 방만하게 써"

박 대통령은 '보육 대란'이 시도교육감 탓이라는 논리를 폈다. 박 대통령은 "누리과정은 지난 정부가 2011년 5월에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2012년 도입 당시부터 관련 법령과 여야 합의에 따라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지원해온, 지방교육청의 법적 의무사항이다. 그래서 당시에 이미 교부금으로 지원하기로 약속이 돼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과정은 이명박 정부 때 도입이 결정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를 확대 시행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음과 동시에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남겼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금년도 교육 교부금이 지난해 비해서 1조8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이 되는 등 시․도교육청의 살림살이가 크게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여력도 충분하다"며 여전히 이 사업이 '지자체 소관'임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누리과정 지원금을 포함한 2016년도 교육교부금 41조 원을 시․도교육청에 전액 지원했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경기 교육청 등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단 1원도 편성하지 않고 있다. 받을 돈은 다 받고, 정작 써야 할 돈은 쓰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애초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단 1원도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누리과정 지원금을 포함한 교육교부금"이라는 박 대통령과 정부의 주장을 두고 "100원을 주고 빵도 사먹고, 과자도 사먹고, 음료수도 사먹으라고 하는 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각 시도교육감의 '공약 사업'을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교육부가 각 교육청의 재정 운영 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은 교육청들이 법적 근거도 없는 교육감들의 공약사업에 대해서는 1년치 1조6000억 원 전액을 모두 편성해서 쓰고 있다. 어린이집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7개 교육청의 경우 과다하게 편성한 인건비만도 1500억 원에 이르고, 매년 전체 교육청이 쓰지 않고 남기는 인건비만도 5000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처럼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하고 있는 지방교육 재정의 운영 실태를 지난해에 개통된 지방교육재정 알리미를 통해 국민들께서 소상히 아실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란다"고 수석비서관들에게 당부했다.

정부는 현재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7개 교육청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는 등 '강수'를 둔 상황이다. 사정기관을 앞세운 정부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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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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