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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때 이재오, 마흔 돼도"…은평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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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스무 살 때 이재오, 마흔 돼도"…은평 바뀔까? [4.13 총선 격전지 10] ③ 서울 은평, 5선 의원에 맞선 정치 신인들
<프레시안>은 4.13 총선에서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 및 영호남 지역 10곳을 선정, 선거가 끝날 때까지 해당 지역의 이슈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른바 '스윙 보터' 지역이다. 지난 총선 결과 등을 토대로 수도권에는 은평, 마포, 종로, 용산, 노원, 경기 수원.용인 등 6개 권역을 '스윙 보터' 지역으로 선정했다. 수도권 지역의 상당수가 '스윙 보터' 지역으로 볼 수 있지만, 이번 선거의 상징성, 출마자 면면 등을 참고해, 6곳을 '샘플'로 정했다. 이 지역의 인물, 구도, 이슈를 따라가다보면 수도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특별히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대구 동구, 대구 수성을 지역, 창원 등 영남권 3개 권역과 호남권의 광주 등 총 4곳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지역들은 수도권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이다. <프레시안>은 10곳과 관련된 상세한 리포트를 10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편집자)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갈무리, '은평을' 지역

"스물 한살 때 이재오 의원, 마흔 살 됐는데도 이재오 의원"

1976년 생 은평구 20년 거주자가 한 말이다.

"스물 한살 때 우리 지역인 은평을 국회의원이 이재오 씨였는데, 마흔 살이 된 지금까지도 국회의원이 이재오 씨더라."

은평은 수십년 간 갑, 을 지역의 여야 국회의원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은평갑은 5선의 더불어민주당 이미경 의원(비례대표 2회, 은평갑에서 3회), 은평을은 5선의 이재오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23일 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1시간 전에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상황이다. 이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패한 적이 있으나,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입성, 2012년 총선 승리까지 이 지역 5선 기록을 이어왔다.

거칠게 요약하면 은평갑은 진보 성향 의원을 뽑아왔고 은평을은 보수 성향 의원을 뽑아 온 셈인데, 사실 은평구는 전반적으로 야성이 강한 곳으로 통한다. 민중당 출신에 반독재 투쟁의 상징과 같은 이재오 의원이기에,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갖고도 은평을 지역에서 5선을 했다는 평이 설득력을 갖는다.

2008년 18대 총선 결과가 이런 분석을 뒷바침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여풍 속에서 치러진 당시 선거에서 이 전 대통령의 '복심'인 이 의원을 은평을 주민은 떨어뜨렸다. 여당의 힘이 지나치게 세지자, 은평을 지역의 본성인 '야성'이 드러나면서 견제 심리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18대 총선을 제외하고 거의 20년간 이재오를 국회에 보내줬던 은평을 지역에는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 이재오 의원이 컷오프를 당한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은평갑 지역도 이 지역 3선을 지낸 이미경 의원이 컷오프를 당했다. 은평에서 이제 정치 신인들의 경쟁이 시작됐다.

은평에 '야성'이 살아나고 있다

은평은 거칠게 갑을 지역이 남북으로 나뉜다. 신사, 녹번, 증산, 수색, 역촌, 응암 등이 은평갑 지역이고, 불광, 구파발, 구산, 갈현, 진관동 등 북쪽의 넓은 지역이 은평을 지역이다. 은평갑 최근 도심 접근성 등으로 젊은 중산층이 늘고 있으며, 은평을 지역은 진관 뉴타운이 들어서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서민 거주 지역으로 볼 수 있다. 두 곳 모두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하다. 은평구청장은 이미경 의원 보좌관 출신인 김우영 구청장이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특히 관심이 가는 곳은 은평을 지역이다. 선거구 조정으로 인해 은평을 지역이 기존에 비해 작아졌다. 은평갑 유권자는 약 21만 명이고, 은평을 유권자는 약 19만명인데, 은평을 지역인 역촌동(약 5만 명)이 은평갑으로 옮겨갔다. 정치권 관계자는 "역촌동은 야권 표가 조금 우세한 곳"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은평을 지역은 이재오 의원이라는 거물 정치인이 있어 '인물 투표' 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런 분석은 큰 의미가 없다. 최근 추이를 보면 은평을 지역에서 이 의원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여당 집권기가 길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정의당(당시에는 분당 전 통합진보당 소속) 천호선 후보를 불과 1400여 표 차이로 간신히 이겼다. 직전 보궐선거에서 이 의원이 민주당 장상 후보를 18.43% 차이로 누르고 승리한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차이다. 현역 의원은 보수 정치인이지만, 점차 은평에 '야성'이 살아나고 있다는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임종석 꺾은 신인 강병원, 무소속 vs. 多野 구도 뚫을까?

은평을의 이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되고, 은평갑의 여성 중진 이미경 의원이 컷오프되면서 선거 전망은 어렵게 됐다. 은평을 지역에서는 이재오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지만 여당 간판의 프리미엄을 잃었다. 새누리당은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을 했다. 이때문에 은평을 지역의 변수라고 하면 신인 정치인의 등장이다. 그러나 야권의 분열은 선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강병원 후보가 뛰고 있다. 강 후보는 1971년생으로 젊은 인물이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그가 주목받은 이유는 임종석 전 의원을 경선에서 꺾으면서부터다. 임 전 의원은 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재선 의원, 야당 사무총장,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정치 신인이 임 전 의원을 꺾은 것은 그래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또 다시 '파란'을 꿈꾸고 있다.

원래 더민주 은평을 지역위원장은 국민의당 고연호 후보였다. 고 후보는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을 꾸리자 더민주를 탈당,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임종석 의원이 은평을 지역에 둥지를 틀자, 선제적으로 탈당을 감행한 것으로 해석됐다. 고 후보는 지난 2010년 보궐선거에서 당시 민주통합당이 장상 후보를 전략공천한 후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공천에 불만을 품고 자살 시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정의당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인 김제남 후보가 출마했다. 김 후보는 녹색연합 사무처장 출신으로 환경운동에서 잔뼈가 굵었다. 환경 분야에서 인상적인 의정활동을 보여왔지만 진보정당의 한계로 조직력, 인지도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은 야권연대가 시급한 곳으로 꼽힌다. 후보 확정 전 여론조사에서 이재오 의원이 야권 분열의 수혜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요지부동이다.

이재오 생사 여부에 與 권력 지도 변화 달려 있다

은평갑 지역 후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컷오프 된 이미경 의원이 승복하면서 더민주는 '세월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주민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야당 의원이 3선을 한 지역구라 야성이 강하고 새누리당 후보가 맥을 못 추던 곳이라 야당 입장에서는 기대가 크다. 박 후보에 맞서는 새누리당 후보는 최홍재 후보다. 최 후보는 식민사관 등 논란을 일으켰던 뉴라이트 운동에 앞장선 인사로, 우파의 '이데올로그' 역할을 해 왔다. 공천 과정에서 새누리당 최공재 공천관리위원장의 동생으로 '불공정 경선' 논란이 일었던 인사다.

국민의당에서는 서울시의원을 지냈던 김신호 변호사가 후보로 나섰고, 진보정당에서는 노동당 부대표이고 공인 노무사 출신인 최승현 후보가 노동당 후보로 나섰다.

여야 5선 중진 의원이 빈 자리에, 정치 신인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20대 총선 '물갈이'의 상징적 지역인 셈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희생자 이재오 의원이 무소속으로 생환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의원의 생환에 따라 여권의 권력 지도도 바뀔 수 있다. 은평에 '비박'의 운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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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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