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13년 연속 성장 신화가 막을 내렸다. 지난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의 9년 연속 성장이 멈추면서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발표된 애플의 2016 회계연도(FY) 2분기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2.8%포인트 감소한 505억6000만 달러(58조1100억 원)였다. 애플의 2016 회계연도(FY)는 2015년 12월 27일부터 2016년 3월 26일까지인데, 한국 기준으로는 올해 1분기와 거의 겹친다.
애플의 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감소한 건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상당수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애플의 매출이 당분간 하락세일 것으로 전망한다.
전체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아이폰 판매가 저조한 탓이다. 2016 회계연도 2분기에 팔린 아이폰은 512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0만 대 적었다. 비율로는 16.2% 감소했다.
미국, 서유럽 이어 중국마저 시장 포화
애플 입장에선 결국 아이폰 판매를 늘리거나, 아이폰을 대체할 간판 상품을 내놔야 한다. 하지만 둘 다 쉽지 않다. 아이폰은 고급 스마트폰이다. 이른바 프리미엄 제품이다. 선진국 수요는 다 채워졌다.
중국 수요 둔화가 결정적이었다. 중국 본토와 대만(타이완),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포인트 줄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서유럽에 이어 중화권 스마트폰 시장도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사용 중인 스마트폰은 약 27억8000만 대였다. 세계 인구는 약 74억 명이다. 가격이 비싼 아이폰을 새로 살 사람이 많이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아이폰7이 출시되지 않은 탓에, 업그레이드 수요에도 한계가 있다.
대안은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 시장이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애플 베트남 유한책임회사(Apple Vietnam Limited Liability)를 설립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인도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인도 시장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저가 제품 중심으로 형성된 신흥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가 늘어난다면, 애플은 다시 성장할 수 있다.
애플이 계속 성장하기 위한 다른 대안, 즉 아이폰을 대신할 만한 간판 상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애플이 전략적으로 키웠던 아이패드 매출은 9분기 연속 감소세다. 아이팟은 잊힌 제품에 가깝다.
스마트폰 기술의 평준화
더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스마트폰 관련 기술의 평준화다. 후발 업체들이 관련 기술 대부분을 습득한 상태라서, 고가의 프리미엄 폰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다. 훨씬 싼 가격에 거의 같은 기능을 구현하는 제품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승부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죽은 뒤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구매력이 있는) 인구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보유한 상황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은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닌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 소프트웨어 업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드웨어 부문에선 차별 요소를 구현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런 지적은 삼성전자, 화웨이 등 애플의 경쟁사에도 적용된다. 애플의 위축에 따른 반사 이익은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애플의 다른 사업 부문 가운데는 성장한 영역도 있다. 아이튠스 스토어, 애플 뮤직 등 서비스 부문의 성장률은 20%였고, 애플 워치, 애플 TV 등 '기타 제품' 하드웨어의 매출 성장률은 3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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