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4.13 총선 이후, 무엇이 바뀌고 있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4.13 총선 이후, 무엇이 바뀌고 있나? [민교협의 정치시평] 투표 잘 하셨습니까? 5년 중 '하루'만 자유였습니다
지난 4.13 총선 결과에 대한 반응이 다채롭게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 정권의 독선과 소통 부재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 선거가 우리 정치와 삶의 현실에 무엇을 바꾸어 놓았는가. 선거가 끝난 뒤 보름이 지났지만 이런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전 선거에서, 또 이전의 정치 상황에서 너무도 익숙히 보던 모습들이 되풀이 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대구에서, 또 경남 지역에서 보여준 변화와 수도권의 선거 결과는 위의 '심판'과 관련된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 하다. 분명 변화는 시작되었고, 그것도 2002년 이래 계속되어오던 기득권 정치의 횡포와 독단에 대한 거부와 부정으로 읽을 수 있는 많은 징후가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변화는 작은 계기를 통해 시작되며 미세한 징후를 통해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변화가 변혁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이후의 동력이 필요하다. 또한 변화를 거부하고 이를 되돌리려는 힘도 더불어 강고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주간의 움직임은 이런 희망의 징후를 예단하지 못하게 만든다. 4월 26일 청와대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여기서 대통령은 여전히 국회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심판을 강조했으며, 국면전환을 위한 내각 개편을 비롯한 다른 변화를 거부했다. 대통령은 심지어 "대통령이 돼도 자기가 한 번 해보려는 것을 이렇게 못할 수가 있느냐"고 한탄했단다.

이 말을 보면 대통령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현재의 민주주의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그 조차도 시민의 의사를 표현하는 대의제에서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비판은 일반적이지 않은가. 백번 양보해서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이런 생각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국가 구성원들의 의사를 재현할 사람을 뽑아 그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주어진 한도 내에서의 정치 권력을 위임하는 제도이다. 정치적 재현(representation)은 국민의 권력을 대리자를 통해 집행 되도록 하는 제도의 원리이다. 헌법 1조에서 말하듯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권력이 모두에 의해 행사될 수 없기에 대리자를 뽑아 주어진 조건하에서 그 권력을 재현하도록 하는 것이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13총선 날 투표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그런데 이런 원칙은 어떻게 권력을 위임한 사람들의 의사를 거부하고, 국민들의 기본 권력을 무시한 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 권력을 전횡해도 좋다는 뜻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그들은 선거라는 일회적 행위를 통해 독선과 독단으로 치닫아도 좋은 권력, 자의적으로 행사해도 되는 권력을 위임받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5년 동안 하루만 자유로운 독재정치일 뿐이다.

선거기간 동안 그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정치적 재현을 위한 약속이다. 정치권력을 획득한 뒤 지켜야할 최대한의 범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공약은 의무조항이며 국민과의 약속이고, 권력의 한계치이다. 공약을 정면으로 어그러뜨리면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선거기간 동안 무슨 말을 못해", "국민이 공약에 속은 거야" 따위의 천박한 인식을 아무런 반성 없이 내뱉는 이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이 더 부끄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의 주도권을 지니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여전히 강행한다.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도저히 믿기 힘든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말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국민의 헌법적 권력을 재현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의 권력을 벗어나 자신의 정치력을 발휘해서는 안된다. 그럴 때 그는 정치적 약속을 배반한 것이며, 민주주의의 권력을 재현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는 계약위반자이다. 그래서 국민소환은 거부할 수 없는 국민의 권리이다.

총선에서 일시적 승리를 거두었는지, 조그마한 위안을 얻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의 헌법 권리와 시민으로서의 삶의 권리를 지키려면 우리는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참여 민주주의적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이 바뀌려하는가? 국가기관이 벌이는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행태, 반민주적이며 반국민적인 권력 남용은 해소되었는가? 아니 해소하려는 시늉이라도 하고 있는가? 정권을 수호하는 정치 검찰의 행태는? 국정원의 조작 혐의와 불법적 정치개입과 관련해 무엇이 밝혀졌고, 각종 탈법적 행태에 어떤 처벌과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 가운데 권력은 전경련과 국정원, 심지어 청와대를 통해 친정부, 반인권적 시위를 지원했으리라는 의혹만이 난무한다. 그런데 그런 행태가 또 다시 '개인적 일탈'이란다. 국정원 대선 개입에서도,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의혹에서도, 채동욱 검찰총장 건에도, 비선실세 국정 개입에서도 개인이 저지른 일탈이란다.

수없이 반복되는 진부하기 그지없는 눈가림이다. 지겹지도 않은가? 백번 양보해서 개인적 일탈이었더라도 그를 감독할 책임은 져야하지 않는가? 누구나 아는 헛소리를 청와대만 모르는 것 같다. 이 사안은 결코 흘러버려도 좋을 일이 아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현행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심각한 퇴행이다. 더욱이 관계된 기관의 면면을 보면 이런 반국가적이며 반헌법적인 행태는 반드시 조사하고 처벌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 번의 선거가 이런 사안을 얼마나 단죄할 수 있나.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보면서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한 신조어) 언론'은 무엇을 반성하고 있는가? 종일 그들 편인 천박한 종편은 변했는가? 그들은 변신할 뿐이다. 기업이 벌이는 사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를 공공성이란 개념으로 제한하려는 노력이 보이는가? 자본의 독점은 수정되고 있는가? 심지어 그들의 탈법적이며 불법적이기까지 한 행태는 고발 받거나 처벌받고 있는가? 조세피난처에 기백명의 탈세 의심 명단이 발표되었는데도 그 뒤 어떤 조사와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노동의 현실은 달라졌는가? 북한의 위험을 해소할 정책으로 바뀌었는가? 위안부 합위와 국정 교과서는? 세월호는 어디에 있는가?

언급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무엇이 바뀌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번의 선거에서 위안을 맛보고 참여 정치의 핵심을 놓치면 1년 뒤 우리는 다시금 이 모든 것이 되풀이되는 참사를 보게 될 것이다. 기득권 정치는 분식하고 있을 뿐이다. 여야 막론하고 기성정치권을 감시하지 않으면 이런 선거 행태는 되풀이될 것이다. 우리가 참여하지 않으면 독단의 정치는 반드시 우리를 찾아온다.

생활정치를 회복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허깨비에 지나지 않게 된다. 너무도 비정상적이며 반민주적인 행태가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은 무디어진다. 외면한다. 그래서 냉소적이 된다. 경제라는 프레임에 갇혀 인간다운 삶의 가치와 그런 삶을 위한, 또 그런 삶에 의한 세계를 보지 못한다면, 우리 삶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정치는 이런 삶을 위한 생활정치, 생명정치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정치는 우리 삶의 필수 조건이며 현실이다. 그들이 만든 정치 혐오를 벗고 우리 삶과 생명을 위한 정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 모두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