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
7만1916.
5년간(2007~2011) 국내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입니다. 이라크 전쟁 사망자 3만8625명의 2배,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망자 1만4719명의 5배입니다. 연간 1만5000여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500만 명, 우리 국민 10명 중 한 명입니다. 이 중 자살을 계획하는 사람이 200만 명, 실제로 시도하는 사람은 15만 명입니다. 그중 5~10%가 '성공'합니다. OECD 평균 자살율은 10만 명 당 12명, 우리는 29.1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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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
작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 숫자입니다. 이중 하청 노동자 숫자는 345명. 40.4%입니다. 2012년 36.4%였던 하청 노동자의 비중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우리는 또 한 명을 구의역에서 잃었습니다. 산업재해 사망률은 OECD에서 1등입니다. 그나마 산재 자체가 은폐되는 경우가 많아서(OECD평균은 2.7%, 한국은 0.7%), 실제로는 최소 12배, 최대 24배에 달할 것으로 정부요역 보고서가 밝히고 있습니다. 최저임금법에서는 하청이 법정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할 경우 원청의 책임을 묻습니다. 돈을 줄 때는 원청이 책임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죽을 때는 원청의 책임은 구의역 사고에서 보듯이 '도의적'인 수준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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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의 숫자입니다. 청와대가 세월호 사건 직후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조사하려던 특조위의 검찰 자료 요청은 번번이 거부되었고, 어제 서울지검 청사에 방문한 조사관들은 민원인 취급을 받으며 쫓겨났습니다. 2급 비밀인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링거를 맞으면서 과로로 탈진했다'는 사실을 천연덕스럽게 밝히는 청와대가 왜 그 7시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돌아오지 못한 자들의 영혼과 그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또 다른 사고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사고의 재발 방지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고 발생시 컨트롤 타워의 구호조치가 적절했는지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거부하는 정부가 다른 사고 방지 대책을 제대로 세웠을리 만무합니다.
1.
우리가 OECD에서 1위를 하고 있는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살률, 산재사망률, 남녀임금격차, 노인빈곤률, 자살증가율, 공교육비 민간부담, 노인 교통사고 사망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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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가 OECD에서 끝에서 1등하고 있는 분야를 보겠습니다. 공공사회복지 지출비율, 어린이 행복지수, 청소년 행복지수, 출산율, 고등교육 국가지원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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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만 명.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3월 청년층(15~29세) 실업자입니다. 실업률은 11.8%로 1년 전과 비교해도 6만5000명이 늘어났습니다. 신규로 취업하는 청년 중 64%는 비정규직입니다. 8년 전에 비해 10%나 높아졌습니다. 취업자 중 63만5000명은 최저임금 미만, 즉 열정페이를 받는 청년들입니다. 이들의 평균 임금은 70만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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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명.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의 숫자입니다. OECD 평균 노인빈곤율은 11%입니다. 우리는 47.2%(2014년)입니다. 전체 660만 명 노인 중 절반이 빈곤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OECD에서 7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은 평균 4.8%입니다. 한국은 19.2%로 3위인 일본의 8.2%보다 2배나 높고, 2위인 멕시코의 15.7% 보다도 한참 높습니다. 이 분들이 일하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입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고령화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현재 'AA-'인 신용등급이 2050년에는 'BBB'까지 5단계나 강등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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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주십시오
20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다양한 요구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사람을 살려 주십시오.
작년 말 저는, 40대 초반의 멀쩡한 대학 동기를 과로사로 잃었습니다. 몇 달간 야근에 시달린 그 친구는 피곤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와 잠들었다가, 다음날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첫 딸의 돌잔치를 예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병원의 담당의사는 과로사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부검의 필요성을 말했지만, 회사의 요구와 위로금을 받는 것으로 산재 처리는 되지 않았습니다. 돌잔치는 취소했지만, 엄마는 아이에게 돌사진을 남겨주고 싶어 아빠 없는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후로 친구들과 그렇게 이야기 합니다. 인생이 뭔지 알아? 죽도록 공부해서, 죽도록 일자리를 찾고, 그 다음엔 죽도록 일하다가, 죽는거야. 빨리 죽든가, 좀 천천히 죽든가.
이것이 2016 대한민국에서의 삶입니다. 그것도 제법 괜찮은 삶입니다. 조금 빠르든지 늦든지, 어쨌든 일하다 죽는 것이니까요.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일자리에서 쫓겨나면, 좀 더 나쁜 상황에서 좀 더 빠르게 죽게 됩니다.
거창하게 대한민국을 살려달라거나 제 아이 세대를 위해서 우리의 미래를 살려달라거나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당장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목숨을 좀 살려 주십시오.
단지 그것을, 20대 국회에 바랍니다.
살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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