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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프레시안>의 꿈,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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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프레시안>의 꿈, 지금은?" [이 주의 조합원] <프레시안> 창간 멤버 이영태 조합원

기자끼리 인터뷰 자리로 마주앉으면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어색하다. 평소 형님 동생하는 사이가 정색하고 대화를 주고받으려니 더더욱. "우리끼리 무슨 인터뷰냐"며 쭈뼛대는 그를 간신히 설득했다. 들인 비용은 점심 한 끼, 커피 한 잔.

올해는 프레시안 창간 15주년이다. 15년 전 이영태 조합원은 프레시안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주로 미디어 분야를 담당했던 그는 터를 옮긴 뒤에도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오늘>에서 편집국장을 지냈다.

15년 전의 '창업 동지'이자 매체 비평에 일가견 있는 그에게 이쯤에서 몇 마디 듣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솔직히, 현재 경제 전문 매체 <뉴스핌>의 외교 안보 담당 기자인 그와 출입처가 같아서 만나기 쉬운 점도 고려했다.)

예전에도, 지금도 이영태 조합원은 넉살 좋고 사람 좋고 실력 좋은 선배다. 독일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하며 사람 기를 죽이는가 하면, 득달같은 데스크들 앞에서 코까지 골며 낮잠을 즐기던 '모태 낙천주의자'다.

▲ <프레시안>의 창간 멤버이자 현재 <뉴스핌>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영태 조합원.

- 프레시안의 지난 15년을 어떻게 봐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안타깝지…."

-뭐가요?

"<프레시안>이 가지고 있던 지향점과 영향력면에서 그래.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두 가지를 하려고 했잖아. 광장의 개념이랄까, 합리적 진보와 따뜻한 보수를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 양식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 사회의 담론을 형성하고 공론장을 만드는 것. 또 하나는 독일의 <슈피겔>처럼 한국에 정통 저널리즘을 구현해보자는 꿈. 지금 과연 그런가? 많이 미흡하단 생각이 들지."

인정할 건 인정. 그래도 첫 질문부터 너무 모진 답변. 훈훈함을 기대했던 인터뷰 전략 급변경. 작정하고 비판해달라고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후배들이 그래도 이만큼 하니까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고 선배로서 도와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이 왜 없겠어. 그래도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생존의 길을 고민해봐야지 않나?"

- 구체적으로요.

"<프레시안> 같은 매체를 제약하는 언론의 현실은 자본이야.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뭔가를 하려고 하니 열악할 수밖에. 뉴스를 소비하는 데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능력과 의사를 가진 사람들을 정보 엘리트라고 볼 때, 이 정보 엘리트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는 그 사회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야. 독일은 전체 인구의 5~10%정도가 된다고 해. 그런데 한국은? 1%가 될까? 이렇게 매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열악해. 자구 노력으로 해쳐나가기엔 한계가 있단 얘기야.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외부와의 연대, 그리고 자체 수익 모델 창출이지. 어디에 의존하지 않고 <프레시안>만의 능력으로 먹고 살면 제일 좋은데, 그게 안되면 문제가 뭔지 찾아보고 정체성도 다시 돌아보고 그래야지. 언론노조라든가 시민단체와의 연대 같은 길도 <프레시안>이 더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 콘텐츠 질은 어떻게 보세요?

"언론의 콘텐츠는 팩트와 의견인데, 프레시안은 팩트 부분이 약해. 취재 영역이 너무 작아. 팩트로 받쳐주는 부분이 적으면 프레시안은 보완재 역할에 그쳐. 보완재로 가끔 보게되는 매체가 되는데, 그런 부분 아쉽지. 그리고 대중지냐 엘리트지냐는 어느 매체나 가진 고민이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에선 엘리트지로 가기엔 파이가 작아. 대중을 지향하는 노력도 같이 가져가야 해. 그런 면에서 프레시안이 좀 부족하지 않나? 좋게 표현하면 순혈주의인데 그 도그마에 빠져있는 건 아닌가?"

- 아무리 그래도 칭찬 한마디 없이….

"하하하. 프레시안에 기대가 커. 용기 잃지 말고!"

- 그건 실의에 빠진 사람들한테 하는 말인데요?

"그런가. 아무튼 열심히 해 인마. 하하"

훈훈하게 급마무리하고 일어섰지만 그의 비판이 애정이란 걸 잘 안다. 지난 15년 동안 이영태 조합원이 늘 프레시안 소속 선배처럼 느껴졌던 건 그 질긴 애정 탓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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