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새누리당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 가입 소식을 페이스북으로 알렸습니다. 그러자 '왜 그런 데 가입했냐' '프레시안이 뭐냐' '더 큰 정치를 하기 위함이군요 응원합니다'와 같은 상반된 반응이 댓글로 올라왔습니다. 그러게요, 왜 가입했을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이번 '이 주의 조합원'에서는 지난 4.13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과감히 도전장을 냈던 청년 정치인 이 당협위원장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프레시안 기획 기사를 종종 찾아보고 프레시안 기사로 '위기관리'를 한다는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자꾸만 '뒷북'을 치고 있어 걱정이라고 하네요.
보수의 이념인 "시장 경제나 자유가 20~30세대에 그렇게까지 매력이 없는 가치가 아님에도, 이를 실행하는 정치인들이 잘못된 자세를 취하고 있어서 문제”라는 지적도 내놨습니다. '호남 출신 당 대표가 곧 혁신' '충청 대망론'과 같은 지역 구도를 그대로 투영한 정치 행보가 계속되는 것 또한 "새누리당이 한두 박자씩 늦는 모습"이라는 평가와 함께 말입니다.
최근에 <프레시안>을 보며 가장 주목했던 기사는 정치팀 곽재훈 기자의 '반기문, 대선 출마하면 UN 총회 결의안 위반' 이었다고 합니다. 반 총장은 유력한 보수 진영 대권 후보임에도 보수 언론이 앞서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 위원장의 지적입니다. 정권 연장 가능성을 크게 본 보수 언론이 내부 검증에 소극적이었다가 최근에야 여권 비판을 쏟아내는 것 또한 '뒷북' 성격이 강하다고 그는 평했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오후 진행됐습니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전합니다.
프레시안 : 지난 총선 당시 "고향 상계동으로 돌아간다"며 노원병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노원에서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이준석 : 술자리가 많다. (웃음) 지금도 지역 주민들과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다. 지역에서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원래 원외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인데, 그런 면에서 나는 되게 편한 편이다. 먼저 알아봐 주시고 인사 건네주시는 주민들에게 늘 감사하다.
프레시안 : 정치를 하기 한참 전인 지난 2007년 교육 봉사 모임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을 만들었다. 여러 여건으로 교육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무상 교육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라고 들었다. 그러다 정치를 시작했다. 배나사를 만들고 운영하며 정치를 하게 된 거다. (☞ 바로 가기 : )
이준석 : 누구나 그렇지 않나. 작은 곳에서 어떤 성과를 내면 이를 큰 곳에도 도입해보고 싶어진다. 배나사를 하면서 이런 교육 방식(배나사는 소외 계층 학생들에게 질 높은 무상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교재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편집자)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이것이 대한민국의 방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럴 때 눈을 돌리게 되는 곳이 정치인 것 같다.
많은 이들이 내가 정치권에 영입된 배경에 유승민 의원의 추천이 있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배나사 활동을 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던 것이 컸다. 비영리 단체들은 보통 지속성이나 체계성이 작다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배나사에 IT 기술을 이용한 체계적인 전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당협위원장은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편집자) 교육 봉사 영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배나사가 한 것 같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에서 정치를 한 후 배나사에 생긴 변화도 있나?
이준석 : 그냥 재미있는 에피소드 정도인데. (웃음) 2007년에 용산에서 배나사를 처음 시작했다. 용산에 보훈 단체들이 많은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보면 보훈 단체 회원들이 찾아와 '김대중 추종 단체가 아니냐'고 시비를 걸고 그랬다. 그런데 내가 새누리당 활동을 시작한 뒤에는 이분들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배나사 교육장이 있던 건물 아저씨가 해병대 출신이었는데, 이 분이 처음에는 퇴근을 늦게 한다고 인상 쓰다가 새누리당 정치를 한다고 하니 달리 대해주시더라. 같은 일을 해도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정치 성향이 어떠냐에 따라 사람들이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은 젊은 층에 인기가 없다. 왜 인기가 없을까.
이준석 : 불과 2008년에만 해도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된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층의 반(反) 노무현 정서 아니었겠나. 젊은 층 지지는 보수와 진보를 왔다갔다 한다고 본다.
지금은 새누리당이 추구하는 노선이 좀 애매해졌지만, 큰 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유나 시장경제가 그렇게까지 젊은층에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현역 의원들이 이를 잘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이나 경쟁이라는 가치도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이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요즘 새누리당을 보면 그런 가치 논쟁은 아예 보이질 않는다. 권력 투쟁만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6일 복당을 하면서 "어떤 이념과 노선을 추구해야 할지 건전한 경쟁을 하면 계파 갈등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 그렇다. 유 의원을 향해 정체성 논란을 일으킨 이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유 의원이 한 얘기가 당의 정강, 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배하고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 하고 있다. 지금 새누리당 정강 정책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누리당 비대위를 이끌던 시절 강조했던 '경제 민주화'란 가치를 담고 있는데, 그러니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한 말이 정강 정책을 어떻게 위배한 것인가. 정작 우리 당헌 당규에는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당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국정에 반영한다(8조)'고 되어 있다.
프레시안 : 오는 9일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된다. 최근의 전당 대회 레이스는 어떻게 봤나.
이준석 : 우선 지금의 비상대책위원회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은 안 붙이는 것이 나을 뻔 했다. (웃음) 차라리 관리형 비대위인 걸 인정했으면 좋았겠다. 혁신을 하려면 여러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여러 목소리는커녕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전당 대회를 보고 있으면 새누리당이 한 박자나 두 박자 뒤처진 개념으로 달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정현 후보를 보면 '호남의 지지'를 앞세운다. 지역 구도를 뚫어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젊은 세대 유권자들이 지역 구도를 탈피한 지는 오래다. 노무현 시기 이후로 올드해진(시대에 뒤떨어진) 개념 아닌가. 지역 구도는 물론 실존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더 중요히 짚어야 하는 문제는 연령별 계급 차이, 경제적 격차 이런 문제다. 이런 얘기는 없이 '호남 출신'을 강조하거나 '충청 대망론' 같은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것이 안타깝다.
이준석 : 새누리당에서 정치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프레시안 : 반골 기질이 있는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다. (웃음) 물론 내가 새누리당 주류와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긴 하다. 그러나 그래서 새누리당 안에서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 필요성이 더더욱 생긴다고 생각한다. 과거 영국 노동당도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크게 탈바꿈했다. 새누리당에도 그런 때가 왔다고 본다. 변하지 않는 다수에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으로 대표되는 소수의 소장파가 맞서 버티던 방식은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
프레시안 : 프레시안 조합원으로 가입한 이유도 궁금하다.
이준석 : 프레시안이 기획 취재를 하는 것을 가끔 읽어본다. 읽어볼 만한 게 많다. 무엇보다 최근에 가장 놀랐던 것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1946년 결의안(유엔 사무총장은 퇴임 직후 특정국의 직위 맡아선 안 된다는 내용)을 어길 수 있다고 보도했던 것이다. 그런 것은 거꾸로 보수 진영이 반기문 사무총장을 보수 후보로 내세울 것이라면 먼저 검증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 <프레시안>을 보고 있다. 보수 언론이 보수 진영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못하고 있다가 최근 들어 청와대나 새누리당을 비판하고는 있는데, 뒤늦은 감이 크다. 인제서야 보수 진영 정화를 하겠다는 것은 뒷북인 것 같다. 아마도 '박근혜는 또 선거에 이길 것이다'란 생각이 계속 반복된 탓인 것 같다. 이러니 외부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프레시안에 기대가 크고, 더 관심을 가지고 보려면 조합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을 포함한 언론에 하고 싶은 조언은?
이준석 : 보수 진영에 긴장감을 주려면 '원론' 만으로는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하다. 또 과거 <나꼼수>가 했던 각성제 역할로도 부족하다. 파급력과 탄탄한 내용이 더 뒷받침 되어주길 바란다. 보수 개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깊게 고민해주었으면 좋겠다. 2012년 선별-보편 무상 복지 논쟁이 나는 되게 유의미했다고 보는데, 요즘은 그런 보수-진보 간 논쟁이 상실된 것이 아쉽다. 물론 정치가 일을 그렇게 벌려서 그렇지만, 언론 전체적으로 신변잡기 적인 기사가 많아진 느낌이다.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싸우는 장을 만드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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