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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원폭 피해'를 재론하지 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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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원폭 피해'를 재론하지 말라면… [전진한의 알권리] 노히라 신사쿠 피스보트 공동대표와의 만남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환경재단에서 주최하는 피스앤 그린보트 항해가 있었다. 상하이, 오키나와, 나가사키 등을 방문하면서 한일 양국 간 많은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행사 기간 동안 배에서는 많은 강연이 열렸다. 그중에서도 군 위안부 관련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어 화제가 되었던 김운성의 강연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행사 기간 동안 과거 군 위안부는 합법이고, 난징 학살은 허구라고 망언했던 이나다 도모미가 신임 일본 방위상이 내정되어 있었다.

김운성은 소녀상을 만든 원칙으로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고, 여운을 끌어낼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소녀상은 강제로 잘린 느낌을 주는 단발머리, 돌아가신 피해자 할머니와 우리를 연결을 의미하는 왼쪽 어깨위의 새, 끝까지 일본의 반성을 이끌어 내자는 의미의 꽉 쥔 손 등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소녀상은 일본 대사관 뿐만 아니라, 국내에 29개가 세워졌고 해외에서도 세워지고 있다며 이것 자체가 큰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호주 시드니에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섰고, 미국, 캐나다, 등에 소녀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김운성은 "한일 양국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역사적 사건 중 가해자의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얘기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한 일본인의 발언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피스보트 공동대표이자 일본의 여러 시민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노히라 신사쿠(52)다. 그는 군 위안부 협상을 하면서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각종 비유를 쓰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불가역적이라고 했던 말은, 위안부 문제를 재론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또한 심지어 소녀상을 없애 달라고 합니다. 이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할 말이 아닙니다. 만약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하는데, 일본 피해자들에게 이를 재론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이렇듯 불가역적 말을 꺼낸 것은 또 다른 폭력입니다."

소녀상을 없애라는 말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와 시민들은 소녀상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녀상의 의미를 제대로 일본에 알리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미국이 나가사키에 있는 원폭 피해 자료관 건물을 없애라고 하면 일본은 이를 수용할 것인지" 묻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을 없애달라고 하는 행위를 비판하는 발언이다.

▲ 피스보트 노히라 신사쿠 공동대표. ⓒ전진한

신사쿠는 일본에서 군 위안부 피해자 1000번째 수요 집회가 열렸을 때, 일본인 1500명을 모아 도쿄에 있는 외무성을 감싸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주도하기도 했다.

강의가 끝난 후 신사쿠는 나와 만난 자리에서, 일본 정부의 최근 우경화가 오히려 일본 시민, 사회단체를 활성화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사쿠의 발언을 들어보자.

"한국에서 군 위안부 관련 평화비 개막식을 할 때, 일본에서도 관련 행사를 도쿄, 오사카, 히로시마 등에서 진행했고 대만(타이완)에서도 같은 행사를 했습니다. 일본 언론에서도 관심이 집중되어 이를 대부분 보도해주어서 행사 홍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일본 우익들이 일본 시민 운동에 도움이 되는 것이죠. 이는 동아시아 연대의 큰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스앤 그린 보트는 기항지인 상하이에서 난징 대학살 추모관을 방문했다. 난징 대학살은 1937년, 일본 군인들이 난징을 점령해 시민 30만 명을 학살한 일본의 대표적인 만행이다. 신사쿠는 이 방문도 함께 했다.

방문 소감을 묻자 "군 위안부 문제 및 난징 대학살 사건은 일본 역사 수정주의자(일본의 침략 전쟁 및 식민지 정책을 정당화하는 사관)들이 가장 부인하는 사건" 이라며 ‘이들은 여전히 군 위안부 문제는 민간업자들이 한 것이고, 난징 대학살은 숫자가 과장됐으며 일본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솔직히 시인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군 위안부 재단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군 위안부 협상은 피해자의 인권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입니다. 한일 정부 간에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상황은 피해 할머니에게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한일 협상에 피해자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시민·사회도 분노하고 있다. 신사쿠는 한국 정부가 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 위안부 피해자 협상에서 정작 피해자들은 소외 되는 이 기묘한 상황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인가. 한·일 정부의 비상식적 움직임에 대해 양국의 시민 사회가 함께 만나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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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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