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불평등은 크게 심화하였다. 이를 주도한 것은 노동 시장에서의 불평등 심화이다. 가계 소득의 70%를 차지하는 노동 소득의 불평등은 1990년대 이후 다른 어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도 크게 악화되었다. 일반적으로 노동 시장에서의 불평등은 무역, 기술, 그리고 제도 변화로 설명된다.
한국의 경우에도 1992년 중국과의 교역 재개와 1996년 OECD 가입을 계기로 중간 일자리가 중국으로 많이 넘어가고 노동조합의 임금 평준화 역할이 위축된 데에 노동 시장 불평등 악화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불평등이 여타 OECD 국가들보다 더 악화된 것은 수출 주도 성장 체제 하에서의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원하청 거래와 이에 따른 임금 격차의 심화, 그리고 외환 위기를 계기로 도입된 노동 시장의 유연화 조치에 따른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 심화가 매우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 시장에서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격차의 근본적인 원인인 재벌 체제의 개혁이 요구된다. 동시에 노동 내부에서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연대 정책이 필요하다. 산업별 교섭이나 단체 효력 확장 제도, 생활 임금,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적 보호도 필요하지만, 광범한 저임금 일자리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우선적으로 실행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은 최저 임금이다. 다만,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부담은 사회적으로 분담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사회적 대화와 타협, 국가적 지원 체계의 확립이 요구된다. (필자)
이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은 최저 임금이다. 다만,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부담은 사회적으로 분담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사회적 대화와 타협, 국가적 지원 체계의 확립이 요구된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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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시장에서의 불평등의 심화
1980년대 이후 지난 30여 년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한 시기였다. 경제적 불평등은 소득, 자산, 소비 등 다양한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불평등을 판단하는 지표로는 주로 소득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90년대 중반 이후 가계 소득 불평등이 크게 증가하였다. 가계 소득은 근로 소득, 재산 소득, 사업 소득, 이전 소득 등으로 구성되는데, 기존의 많은 연구에 따르면, 근로 소득이 가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고 우리나라의 가계 소득 불평등은 근로 소득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노동 시장에서의 불평등, 즉 근로 소득의 불평등이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의 주된 동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림 1]과 [그림 2]에서 보면, 노동 시장에서의 임금 불평등은 OECD 국가들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 시장에서의 불평등의 증가 요인으로는 기술, 무역, 그리고 제도적 요인을 든다. 고숙련 노동에 대한 수요를 더 증가시키는 숙련 편향적 기술 변화와 글로벌화에 따른 제조업 중간 일자리의 개발도상국으로의 이전 등이 불평등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본과 노동의 상대적 힘의 균형의 와해와 이에 따른 노동 보호와 복지 관련 제도의 약화와 축소라는 제도적 요인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OECD에서는 무역보다는 기술 변화가 임금 불평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다만, OECD국가들과 저숙련 노동이 풍부한 저개발국과의 교역의 증가는 OECD 국가의 임금 불평등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92년 중국과의 수교 그리고 1996년 이후 무역 의존도가 대단히 빠르게 증가하였고 그 주된 원인이 저개발국(중국)과의 무역이었다. 무역 의존도는 1980년대 초반 80% 수준에서 1993년 50%대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2010년 100%를 넘어서고 있다.
OECD에서는 무역보다는 기술 변화가 임금 불평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다만, OECD국가들과 저숙련 노동이 풍부한 저개발국과의 교역의 증가는 OECD 국가의 임금 불평등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92년 중국과의 수교 그리고 1996년 이후 무역 의존도가 대단히 빠르게 증가하였고 그 주된 원인이 저개발국(중국)과의 무역이었다. 무역 의존도는 1980년대 초반 80% 수준에서 1993년 50%대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2010년 100%를 넘어서고 있다.
교역 상대국도 선진국인 미국에서 개도국인 중국으로 급격하게 변화하였다. 이는 임금 불평등의 추이와 대단히 유사하다. 한국 경제는 1990년대 중반 중국과의 교역 재개, OECD 가입, 1997년의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전면적인 개방 경제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경제의 전면적인 개방이 노동 시장에서의 불평등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빠른 확산과 같은 기술 변화의 효과도 있겠지만, 전면적인 경제 개방이 제조업에서의 저임금 일자리의 구축과 임금 불평등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노동 시장에서의 불평등을 강화하는 일차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된다.
기업 규모 간 격차와 비정규직화
한국의 경우 90년대 이래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서 임금 불평등의 심화 속도가 빨랐다는 것을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경우 1980년대부터 임금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만, 한국의 경우 90년대 초반까지 감소하다가 90년대 중반 이후 임금 불평등이 급속히 확대되었다. 이 기간에 프랑스나 일본은 임금 불평등이 하락하거나 유지되었다. 이렇게 한국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서 빠르게 노동 시장 불평등이 증가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앞에서 검토한 무역, 기술, 제도 변화 요인들은 다른 모든 나라들에도 적용되는 요인들이다. 우리나라에만 작용하는 특수한 불평등 악화 요인은 아니다. 따라서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경제와 한국 노동 시장의 변화 특수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1997년 외환 위기를 계기로 우리 경제가 전면적인 개방 경제 체제로 전환하면서, 중국 시장의 팽창에 의존하는 수출 주도형 성장 정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를 확대한 것이 노동 시장 불평등 악화의 중요한 배경 요인이자 동인이었다고 판단된다. 대기업에 유리한 환율 정책과 수출 단가 압력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봉건적인 원하청 거래 관계는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림 3]에서 보듯이 2015년 8월 현재 300인 이상 사업체의 시간당 임금 대비, 1~4인 사업체의 시간당 임금은 39.3%에 불과하며, 100~299인 규모의 중견 사업체의 시간당 임금도 76.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일반적으로 종업원 규모 300인 이하)의 임금은 대기업 임금이 50∼60% 수준이다. 일본이 82.1%, 독일 73.9%, 프랑스 90.0% 수준인 점에 비교하면 우리나라에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림 4]에서 보듯이, 하청 기업의 임금 수준은 원청 기업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경제 시스템의 변화와 더불어 1997년 외환 위기와 구조 조정이 노동 시장의 틀을 크게 바꾸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8년 정리 해고 제도와 파견법의 도입으로 상징되는 노동 시장의 유연화, 기업 경영 전략과 노동 시장 제도 변화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즉 노동 내부의 격차를 확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정규직의 60% 수준을 밑돌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다. 기간제 근로자의 1년 내 정규직 전환율은 11%, 3년 내 전환율은 22%로 OECD 20개 국가들 평균인 32.4%, 3년 내 전환율은 54.2%에 비해 크게 낮다([그림 5]).
이러한 기업 규모 간 격차의 확대와 노동 시장 제도 변화에 따른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의 문제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노동 시장 불평등 악화의 핵심 동인이라고 판단된다. 더욱이 90년대 이후 한국의 노동조합의 가입률이 정체되었고 대기업 중심의 기업별 노동조합의 임금 평등화 효과가 사라지면서, 한국의 노동 시장에서 임금 격차는 크게 확대된 것이다. 즉, 노동 시장에서의 임금 불평등의 심화는 중국과의 교역 확대와 정보통신기술의 확산에 따른 노동 시장 내 숙련 수요 격차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요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임금불평등 요인이 있고 이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노동 시장의 유연화에 따른 비정규직의 급증과 차별의 심화, 노동조합의 역량의 약화 등과 같은 제도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여 년간 기술 변화와 아웃소싱이라는 세계적 차원의 '구조적 경향'이 정치적 매개 과정 없이 과도하고 왜곡된 형태로 진행되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기계(자동화)에 의한 숙련의 대체가 매우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었고, 모듈화와 아웃소싱도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에서 불공정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하청 업체에 대한 단가 인하 관행이 전면적으로 확산되었고, 사내 하청 형태의 비정규직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그 결과, 거시적으로도 기업 소득과 노동 소득의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미시적으로도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와 비정규직화가 심화되었다. 사실, 노동 시장 이중 구조 문제는 노동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노동 시장 개혁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민 소득을 (자영업 소득은 일단 제외하고), 기업 이윤, 정규직 보수 총액, 비정규직 보수 총액으로 나누어 간단하게 추정해보면, 2001~2012년 사이에 기업 이윤 몫은 26.0%에서 31.3%로 증가했고, 비정규직 보수 총액은 9.7%에서 15.2%로 증가했지만, 정규직 몫은 64.4%에서 53.5%로 감소하였다. 정규직 보수 총액을 더 줄이는 방식이 아닌 기업의 과도한 이윤 몫을 줄이는 것이 2001~2012년 사이의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이중 구조화의 흐름을 차단하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 시장의 이중화를 차단하고 완화하기 위해서는 '재벌 개혁'이 단순히 경제 정의나 거버넌스 차원의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성장 체제 형성이라는 맥락에서 사회적 합의의 의제로 제기되어야 한다. 재벌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노동 개혁의 사회적 교환이 일차적 과제이다. 고소득 임직원의 임금 억제, 원하청 비용 부담 전가 억제와 납품 단가 보장, 상시 지속 업무 정규직 고용 등은 법제화하는 방식으로 구체화해야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규직 보호 수준이 그리 높지 않고, 정규직 고용 보호 완화가 비정규직 축소나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정규직의 과보호가 비정규직 고용 불안의 원인이고 정규직 과보호 문제를 풀면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이 보장될 것이라는 논리가 현실이 아님에도 일반 국민들 사이에는 설득력을 가지는 논리로 유포되는 것이 우리나라 언론과 정치의 현실이다. 노동 시장 내에서는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사이의 격차가 큰 것 자체가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 시장 내부의 격차에 대해서 공정과 연대의 관점에서의 개혁이 필요하다.
우선 노동 시장에서 가장 소외되고 대표되지도 못하고 있는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에 대해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2014년 현재 저임금 일자리(중위임금의 2/3) 비율이 23.7%로 평균(2014년 17.2%)에 비해 크게 높다. 전체 임금 근로자 4명 중의 한명은 저임금 근로자이다. 이들은 대부분 근로소득만으로는 가계 생활이 가능하지 않은 근로 빈곤층이다. 이들의 문제가 사회적 합의의 의제로 제기되고 이들이 사회적 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임금 격차 축소를 위한 연대 임금 정책
저임금 일자리는 근로 빈곤으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저임금 일자리에 대해서는 사회보험지원(두루누리사업), EITC(근로장려세제), 임금보조(공공근로, 청년인턴제), 고용복지통합 맞춤서비스(취업성공패키지) 등 매우 다양한 사회적 보호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오히려 이들에 대한 노동권적 보호는 매우 취약하다. 이러한 사회적 보호는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그 이전 이들의 근로 기준, 최저 임금, 단체 교섭권을 보장하는 노동권의 강화와 이에 기초하여 노동 시장의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노동권 강화는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생산과 자산 기반을 지원하는 국가 정책과 결합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노동 내부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한국형의 연대 임금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스웨덴 렌-마이드너 모델과 같이 국가 수준에서 보편적 연대 임금 정책을 펼 수도 있고, 독일의 산별 교섭이나 프랑스의 단체 교섭 효력 확장 제도와 같이 산업 수준에서의 연대 임금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동의 제도화 수준을 고려할 때, 임금 격차의 축소는 국가 수준에서 최저 임금 정책의 강화 정책으로 먼저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최저 임금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 최저 임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다만,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높은 비중을 고려할 때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의 사회적 분담 방안을 동시에 고려해야할 것이다. 중소기업-자영 체제의 생산과 자산 기반을 보호·확충하는 방안과 최저 임금의 경향적 상향조정 방안을 결합하는 전략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공정 거래(불공정한 외주 하청 및 단가 규제)+임대료 규제+최저 임금 인상'을 하나의 패키지 정책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조달 정책에서의 적정 임금(pevailing wage)와 지자체 수준의 생활 임금 정책도 최저 임금 이상의 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장하는 하나의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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