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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의 '탄핵 명단' 공개,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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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표창원의 '탄핵 명단' 공개, 문제 없다 [전진한의 알권리] 국회의원은 탄핵 입장을 밝혀라
국회의원은 자신의 표결 입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을까? 특히 대통령 탄핵과 중요한 정치 행위에 비공개 투표가 보장되어 있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을 자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표창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12월 2일 표창원 의원을 개인 정보 보호법 위반과 공무 집행 방해 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새누리당은 당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인터넷에 유출한 누리꾼도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표창원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이다. 그게 옳은 태도라고 본다"며 탄핵 반대 의원 명단 공개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표창원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 전화를 유출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 표창원 의원은 행동은 어떻게 봐야하는 지 분석해보자.

우선 국회법 130조(탄핵소추 발의)에는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의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법적으로 표결 자체는 명백히 무기명 투표를 보장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지난 11월 22일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시 재적 의원 과반(150명)의 요구가 있을 경우, 기명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어 이번 탄핵안에 적용되기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면 무기명 투표를 보장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투표 자체는 무기명을 보장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찬성 투표를 압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의원이 어떤 표결을 할지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도 유권자의 권리이다. 이런 행위를 법으로 막을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대통령 탄핵은 무기명으로 진행되지만, 이를 비밀로 유지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도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새천년민주당,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의 주도하에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열린우리당 의원 전체는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탄핵소추에 찬성 서명했던 한나라당 108명, 민주당 51명은 지금도 사진과 함께 공개되어 있고, 찬성표를 던졌던 대부분 의원은 2004년 총선에서 심판을 받았다.

2004년 당시 나는 총선시민연대 활동가로 참여했는데, 당시 총선시민연대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성자 전원을 낙선 운동 대상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렇듯 국회의원들의 탄핵 찬반 명단은 전 국민적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책임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공무 집행 방해 죄와 개인 정보 보호법 위반 죄로 표창원 의원을 고소했다. 공무 집행 방해 죄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이다. 탄핵 반대 의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일반 시민들의 법 감정에도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직무를 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 정보 보호법 위반은 표창원 의원이 국회의원의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밝혀진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누리꾼이 국회의원들의 전화번호를 공개했다고 개인 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하는 것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각종 선거 기간 동안 수많은 문자를 유권자의 동의 없이 보내는 것도 국회의원과 정치권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공공 기관 가운데 개인 정보 보호법 위반을 가장 많이 하는 직업도 국회의원일 것이다. 만약 유권자들이 각종 홍보 문자를 받았다고 해서, 국회의원과 정치권을 고소한다면 감당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변선보 변호사(법무법인 한빛)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탄핵 표결은 국회의원의 직무에 포함되는 것이며, 많은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국가적인 이슈에 대해 개별 국회의원이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는 매우 공적인 영역이므로, 당연히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박근혜 탄핵 건은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사안이다. 매주 광장에 200만 명 이상이 모이고 있는 비상시국이다. 이럴 때일 국회의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임을 인식하고 국민에게 견해를 밝히고 표결에 임해야 한다. 탄핵 표결이 비공개를 보장하고 있다고 해서, 자신을 국회에 입성시켜 준 유권자들에 대한 비공개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전국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있는 시민들이 국회를 매섭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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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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