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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탄핵 부결되면 나부터 국회 담장을 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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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제동 "탄핵 부결되면 나부터 국회 담장을 넘겠다" [현장] 국회 탄핵안 상정 전날 시국대토론회 사회자로 참여
"국민의 명령이다. 새누리당은 탄핵을 가결하라. 금배지가 어디서 왔는지 잊지 마라."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방송인 김제동 씨 목소리가 널리 퍼졌다. 말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뿔테 안경에는 서리가 낀 지 오래였다. 그의 선창에 따라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도 함께 구호를 외쳤다.

김제동 씨는 탄핵안 처리를 하루 앞둔 8일 늦은 저녁,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 퇴진 -응답하라 국회 시국대토론회'에 사회자로 참석했다. 그는 이날 사회자였지만 현 시국을 바라보는 자신의 심경도 밝혔다. 아래 그의 발언을 종합해 정리했다.

▲김제동 씨. ⓒ프레시안(최형락)

"친박, 비박만 있지 '친 국민'은 없다"

지금 상황에서도 '친박', '비박'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친 국민'은 하나도 없고, 친박, 비박만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누가 뽑은 국회의원인가. 국민이 뽑았다.

조선일보는 얼마 전 사설을 통해 세월호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게 대통령 책임이냐고 물었다. 대통령에게 초헌법적인 책임을 묻고 있다고 했다. 그 사설을 쓴 사람에게 말하겠다. 헌법 30조를 보면 타인의 범죄 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헌법 34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다.

대통령은 국가를 보위하고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한다고 맹세했다. 그런데 여기서 국가는 주권을 주장하는 모든 국민을 일컫는다. 국회가 입법기관이라면 국민은 권력 기관이다. 대통령은 이런 국가, 즉 국민을 보호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여기서 함께 비옷을 입고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이들, 열심히 학교 다니고 군대 가고 결혼해서 세금 내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국가다. 그리고 대한의 국민이다. 그리고 이들을 지키는 게 사실상 국가를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것을 모르는가. <조선>에서 반박할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
그런데, 내가 왜 모르냐고 말하면 뭐라 하는지 아는가. '전문대 나온 니가 뭘 아냐'. 그러면 나 역시 '전문대 나온 나도 안다'고 받아친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많이 배운 게 아니라 많이 잘못 배웠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머리를 만지다 일을 제대로 못하면 (회사에서) 그만두라고 하지 않나. 더구나 집에서 재택 근무까지 했다. 국가가, 즉 국민이 바다에서 죽어갈 때 거기에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머리를 올렸다. 국민 보호하라고 대통령 시키는 거고 경호원 붙이는 거고, 정상회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돈들을 우리 세금으로 지원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걸 지키지 않은 대통령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게 초헌법적이라고 하는 신문에 묻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국가란 무엇인가.

"내가 법 어기지 않고 살 게 도와 달라"

▲김제동 씨. ⓒ프레시안(최형락)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국회에 우리 뜻을 받들라는 것이다. 사실 국회의원은 우리 뜻을 받들라고 뽑아놓은 것이다. 우리 목소리를 잘 들었으면 좋겠다. 한 발 더 나가 조용히 이야기할 때 잘 들었으면 좋겠다. 탄핵안 부결되면 나부터 (국회 담장을) 넘겠다. 제발 (내가) 법을 어기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우리 구호 한 번 외쳐보자.

"박근혜는 우리와 함께 콜라를 마시자. 마셔보면 괜찮다. 내려와서 우리와 함께 마시자. 죄값을 치른 후에."

일부 신문에서는 대통령의 사생활까지 공개해야 하느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는 사관이 임금을 따라다니며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기록했다. 사생활도 백성을 위한 것이어야 후대에 평가를 받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태종도 매일 사냥하려 다니니, 사관이 이를 매일 같이 적었다고 한다. 그러자 어느 날 태종이 사관에게 '오늘 사냥 나간 거는 적지 마라'고 했다. 그러자 사관이 '태종이 오늘 사냥 나간 거는 적지 말라 했다'고 적었다. 그것이 진짜 언론이다.

공인은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세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CCTV를 설치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는 신뢰를 줘야 한다. 정작 CCTV는 대통령실에 설치해야 한다. 맞지 않나. 나는 세금 받고 살지 않기에 우리 집에는 안 된다.(웃음)

"국민 편하게 하는 게 국회의원의 할 일"

행사를 마무리할 시간이 된 듯하다. 꼼짝도 안 하던 의원들을 탄핵으로 돌아서게 한 것은 촛불이었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다. 어떤 언론, 그리고 전문가는 '촛불은 그저 감정을 배설할 뿐이지,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데 어떠한 도움도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전문가는 전문적인 것을 알지만, 모든 이는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만나게 돼서 반가웠다. 비 중에서 가장 좋은 비는 함께 맞는 비다. 여기 비 맞고 나온 시민들의 마음이 어떤지, 새누리당 의원은 잘 헤아려주길 바란다. 사람의 마음은 하늘의 목소리다. 잘 헤아려서 우리의 마음에 상처주지 않도록 하는 게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다. 한 번이라도 여기 나와서 겨울비를 맞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눈빛을 봤으면 좋겠다. 그 눈빛을 본다면 이들의 뜻을 거스르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뜻을 받드는 게 정치의 원래 뜻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의 뜻을 받들어 달라. 차타고 다니면서 보좌관이 문 열어줄 때, 양복 입을 때, 금배지를 달 때 마다, 여러분이 어떤 표기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길 바란다. 국민이 살기 편하게 하는 게 국회의원이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구호 하나 외치겠다.

"새누리가 해체해야 새누리가 열린다. 새누리가 해체해야 대한민국이 제자리에 설수 있다.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탄핵 후에."

감사하다.

▲김제동 씨.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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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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