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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아이들 안전 아랑곳없는 업체 편의 행정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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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아이들 안전 아랑곳없는 업체 편의 행정 '물의' 학교 담장 두고 초고층 추진 '햇볕 사라지고 통학 안전 위협'...구청 측 심의서 '묵묵부답' 오히려 "햇볕 아이들에게 좋은지 따져봐야. 소송당할 수 있다" '궤변'

[앵커]
담장 하나를 두고 초고층이 추진되고 있는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건물이 들어서면 햇살이 따뜻했던 학교는 온종일 그늘로 뒤덮이게 됩니다.

공사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좁아터진 통학로에도 아이들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관할 구청은 아이들 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건축심의에 들어가서는 입을 다물고 선생님들과의 대화에선 업자 입장을 대변한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한심한 업자 편의 행정의 난맥상 현장을 김진흥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REP]
부산 해운대 한 초등학교의 오후입니다.

늦겨울 따스한 햇볕이 교정에 가득합니다.

교실로 날아든 햇살들은 아이들을 나른하게 하고, 늦겨울 따스한 햇볕 속을 뛰노는 아이들은 아련한 추억을 만듭니다.

그러나 얼마 후면 이 아이들의 일상 속에서 이 나른함과 추억들은 그늘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담장을 하나를 사이에 두고 36층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자는 이미 사업부지 전체에 대해 계약을 완료하고 시 건축심의를 거쳐 관할 해운대 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겨울철 일조권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려 봤습니다.

오전 11시가 되면 학교 한 켠에 있는 유치원에 그늘이 찾아옵니다.

오후 1시가 되면 교실을 뒤덮고, 오후 2시가 되면 급기야 운동장과 학교 전체를 그늘로 휘감습니다.

[INT 하경미(40) / 해운대구 중동]
"아이들이 제일 중요한 건강은 일조권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조권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 구청 관계자분께서 상업지역이기 때문에 굳이 일조권과 상관이 없다. 일조권이 크게 중요하냐 이런 식의 답변을 들어서...공사가 3년 동안 진행되는데요. 그 3년 동안 아이들이 비산먼지라든가 소음이라든가 공사 차량의 위험성은...."

그러나 이같은 절규는 담당 공무원의 침묵으로 묵살됐습니다.

본 취재진이 입수한 지난해 11월 4일 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건축심의위원회 속기록입니다.

박중묵, 최임주 위원 등 15명이 참석했습니다.

위원장이 해운대 구청 건축인허가 담당 공무원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묻고는 안건을 통과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은 단 한마디의 의견도 개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학부형들과 선생님들의 호소를 그는 침묵으로 답한 겁니다.

[INT 당시 참석 계장]
(대책위 면담 중) "그 판단은 위원들이 하는 것이지. 우리는 뒤에 앉아 있잖아요. 우리는 물어보면 대답이나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지, (뭐가 잘못됐니)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란 말입니다."

학교에서 열린 협의회에서는 아예 업체에서 학교 상대로 소송을 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INT 당시 참석 계장]
(대책위 면담 중) "결국은 이게 소송으로 가게 되면 2년이 됐든 3년이 됐든 건물이 올라갑니다. 학부모 의지와 상관없이 또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건물이 올라가게 돼 있어요. 또 오히려 햇빛 많이 받으면 건강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도 한번 따져봐야 할 문제지...."

통학로 사정은 더 합니다.

공사장 진입로는 해운대 구청에서 들어오는 일방통행 차로와 학교 맞은편의 편도 1차선 도로밖에 없습니다.

우측에는 평일에도 차량이 주차돼 있습니다. 소방차 한 대가 지나가기도 힘든 폭입니다.

학교 정문 앞입니다.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와 바로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해운대구청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업체 측은 다른 공사 차량 통행로를 제시했습니다.

업체 측이 제시한 통행로 주차장 소유주에게 확인한 결과 임대를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사장 통행로 확보 없이 건축심의를 신청한 것입니다.

주차장 소유자는 학교 측에 임대 계약을 한 사실이 없으며 이를 거절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장을 찾은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INT 하태경 / 부산 해운대 갑 국회의원]

"학교 바로 옆에 아이들 건강을 해치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그런 건물은 반드시 막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제가 반드시 막겠습니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바람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는 해운대구청.

담당 공무원의 업체 편의주의적 태도는 그냥 표출된 게 아니었습니다.

주민들과 면담에서 보여준 구청장의 모습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INT 백선기 / 해운대구청장]

(대책위 면담 중) "예를 들어 학부형들하고 (함께) 포기해라. 한 두 번은 반대할 수 있겠죠. 그러면 그 사람들은 재판 안 하겠어요? 재판해서 승소해버리면...."


프레시안TV 송준규입니다.

[편성책임] 임창섭
[취재] 김진흥
[영상 취재 편집] 정종욱

[내레이션] 송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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