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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영혼 달래주는데, 블랙리스트로 찍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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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월호 영혼 달래주는데, 블랙리스트로 찍더라" [인터뷰] 사할린 방문한 부산남산놀이마당 정승천 이사장
한일 군위안부 협상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꺼질지 모르고 있다. 아베 정부의 뻔뻔한 태도와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한 모습이 마주치면서, 분노의 불꽃이 더욱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군위안부 뿐만 아니라 강제노역 및 징병으로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강제노역의 역사가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 바로 사할린이다. 사할린은 강제노역 1세대의 아픔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국을 그리며 눈물 속에 살아온 역사는 2세대, 3세대로 이어져왔고 과거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구촌동포연대는 매년 사할린을 방문해, 음력 및 각종 절기를 표기해 둔 달력 및 동포들을 찍은 사진첩을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이 행사에 해외동포 3-4세들을 위한 교육운동을 하고 있는 인사가 참석했다. 바로 정승천 대표이다. 보릿대춤꾼이자, 자칭 광대라고 소개하지만 '동아시아 어린이 희망학교' 교장이기도 하다. 어린이 희망학교는 2005년부터 매년 한국·중국·러시아·일본의 한민족 어린이들을 초대해 6박 7일간 함께 어울려 문화와 함께 평화를 이야기 하는 행사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해외동포 자녀들을 위한 학교인 셈이다. 정승천 대표가 추진해 온 이행사의 참석자들은 벌써 대학생이 되었고, 이 행사를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미리 뿌려놓은 씨앗이 나무가 되어, 다른 씨앗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정승천 대표는 사할린 방문을 통해 사할린 동포 3-4세들을 위해 문화 교육운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또한 사할린 마을 곳곳을 방문해 마을잔치를 열어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끝내지 않고, 미래세대의 희망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정승천 대표는 어떤 인물인지, 사할린 방문 후 향후 계획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사할린 유즈노사할린스크 숙소에서 2017년 1월 19일에 진행했다.

▲ 정승천 대표. ⓒ변영숙

전진한 : 대표님을 처음 만났는데요. 여쭤보니 보릿대춤(경상도 지방의 허튼춤)을 공연하신다고 들었는데요.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요?

정승천 : 저는 부산 예술단체 ‘남산놀이마당’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남산놀이마당은 부산에 있는 단체입니다. 풍물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전문예술법인입니다. 단원은 10명 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전 대표이기도 했습니다. 남산놀이마당은 지난 10년 동안 전통문화전수를 연길의 어린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도 문화전수 사업을 하였습니다.

전진한 : 사할린에 단원들과 함께 오셨는데, 어떤 목적으로 오셨는지요?

정승천 : 저는 10년 전부터 동아시아 어린이 희망학교를 하고 있습니다. 연길, 우수리스크, 일본 등에서 한인 3·4세대들을 초대해 학교를 여는 것인데요. 매년 50~60명 정도가 참가하고, 선생님들도 10여명 참석해서 재밌게 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유일한 행사일겁니다. 그래서 해외동포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단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친구들과 함께 해외동포들을 위한 공연도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전통문화를 공연하는 곳인데, 이런 아픈 역사를 눈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진한 : 사할린 교포들을 보시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느낌이었는지요?

정승천 : 저는 해외 군소도시에 있는 교포 3-4세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민족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사는 모습을 보니 참 좋았습니다. 사할린 한인동포들이 치는 전통악기, 의상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한복과 전통악기가 많이 없는 것을 보고 마음이 짠했습니다.

동북아시아 한인들의 역사는 자기 뜻과 관계없이 고향과 가족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역사입니다. 현장을 보면서 역사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사할린에 계신 분들이 역사의 피해자이자 무거운 삶을 견디면서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일 군위안부 협상을 보면 이런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 사할린 코르사코프 동포1세 어르신들. ⓒ김지운

전진한 : 그래도 직접 사할린 방문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승천 : 2015년 사단법인 평화디딤돌에서 '귀향' 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홋카이도에 강제징용을 가셨다가 돌아가신 무연고 유해를 모시고 홋카이도, 교토, 시모노세키, 부산으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분들이 강제노역으로 끌려간 코스를 거의 100년 만에 거꾸로 돌아온 것이지요. 제가 이 유해들을 맞이하는 굿을 연출 진행했는데요.

전진한 : 말씀만 들어도 마음이 찡합니다.

정승천 : 성한 몸으로 갔다가 보자기에 싸인 채 유골이 돼서 돌아오는 모습을 마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굿을 보면서 많은 분이 울었던 것 같아요. 사할린 동포들도 마찬가지이지요. 평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지구촌동포연대 최상구 국장이 사할린을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해서 오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사할린 교포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 사할린 마까로프 동포 1세대 백춘자 할머니(79세). ⓒ김지운

전진한 : 대표님 같은 분들이 사할린이나 해외교포들을 위해 많은 활동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정승천 : 할머니들이 아리랑 노래를 구성지게 하는 것을 봤습니다. 이분들은 참 외롭고 힘들 것 같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억눌려 있는 얘기들을 토해내고, 서로 녹아내는 씻김 행사도 하는 마을잔치를 해보고 싶어요. 한인 1-2세들이 놀았던 것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습니다.

또한 3-4세들을 위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동북아에 있는 한인 어린이들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은 남북한 휴전선에 멈추고 있지만, 동북아는 범위가 더 넓습니다. 자주 만나서 동질성을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새로운 국적으로 살고 있지만 민족이라는 동화 줄을 가지고 있어요. 이 친구들이 동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하는 씨앗을 될 것입니다.

▲ 보릿대춤 한 장면. ⓒ변영숙

전진한 : 마지막으로 최근 한국의 김기춘, 조윤선 문화인 블랙리스트로 구속되었는데요. 여전히 예술인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정승천 : 지금 상황이 블랙유머 같아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문화예술인들은 세상의 아픔으로 작품을 만들고 정부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정권의 눈에 거슬린다고 해서 블랙리스트로 찍는 정부의 행태가 너무 기가 막힙니다. 제가 놀란 것은 세월호 참사 영혼을 달래주는 굿을 했는데, 블랙리스트로 찍더란 말입니다.

상식이 없는 것입니다. 강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조윤선 장관은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산놀이마당 같은 단체들은 정부의 지원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젊은 예술인들이 열악한 조건을 견디며 우리의 것을 지키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나라를 찾고자 했던 독립운동가처럼 깨진 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지키는 문화독립운동가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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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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