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우리건축협동조합(참우리)은 한옥이 많이 남아 있는 서울 종로구 명륜1가에 있다. 옅은 갈색의 나무가 유난히 푸근하게 다가오는 아담한 한옥이 사무실이다. 이곳을 참우리와 참우리에서 출자해 설립한 ㈜참우리건축사사무소, 한옥을 연구하는 ㈜한옥살림이 함께 쓴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나무색이 어우러져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이곳에서 협동조합 창립부터 지금까지 실무책임을 맡아 온 경영실장 김원천 씨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라며, "4년 목수 경험과 설계사무소 경험이 있어 설계 단계와 시공 현장에서 건축가와 장인, 건축주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한다. 그는 협동조합을 처음 제안하고 설립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한 창립조합원이다. 대목 장인인 정승호 이사장을 비롯해 5명이 시작한 참우리는 올해로 4년째를 맞이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기
참우리가 창립을 선언한 게 2013년 9월. 협동조합에 관심을 두고 준비해 온 기간은 1년이 훨씬 넘는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2년 초반, 당시 건축사 사무소에 근무하던 김원천 씨는 한옥 짓는 일을 함께해 온 장인들과 만나 작업 현장이나 세상 사는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장인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건설회사에서 들어오는 일을 받아서 감독관 지휘로 일하기보다 우리가 직접 일을 받아 우리가 감독하면서 하면 안 될까?" 하는 의견을 냈다. 일감이 일정하지 않아 생활이 불안정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몇 단계를 거쳐 일감을 의뢰받기도 해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떠오른 방안이 협동조합이었다.
오랫동안 이어 온 건축공정의 관행에 익숙한 장인들에게 협동조합은 혁신이었다. 그동안 건축현장의 일은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다. 건축사 사무소에서 일을 받아 각각 맡은 일을 해내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는 방식이다. 설계와 공정, 완성에 이르기까지 장인들 스스로 의견을 내고 반영해 완성해 내는 일은 드물었다.
한옥 장인들과 건축가들은 출자금 5만 원을 내고, 조합원으로서 참우리의 운영자이자 소유자가 되었다. 조합원이 처음 5명으로 시작해 17명으로 늘었다. 한옥 장인과 현대 건축가 등 개인과 (주)참우리건축사사무소, 춘양목 산지, 제재소, 설계시공사 등 사업체도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정기적인 조합원 모임은 없지만, 한옥 건축 의뢰가 들어오면 수시로 실무회의를 열어 만남이 잦다. 조합원 모두 얼굴을 보는 기회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총회와 송년회다.
시간은 걸려도 여럿의 의견을 모아 모아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고 준비해 온 협동조합이지만, 정작 장인들과 건축가들이 보는 참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일을 의뢰받아 각각 자신의 기능을 발휘해 결과를 완성해 내는 과정은 협동조합 이전과 똑같습니다. 어쩌면 협동조합이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협동조합다운' 모습은 어떤 걸까? 한옥 장인들은 간혹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그냥 동업이지.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 맞다. '함께 일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출발이다. 동업의 형태를 띠지만, '여러 사람이 자본을 함께 모으고 운영도 하며 책임을 같이 지는' 게 다를 뿐이다. 혼자 하는 것보다 힘이 덜 들 것 같아서, 또는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기보다 소속감을 느끼고 사람들 관계 속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에 협동조합을 선택한다. 이 점에서 참우리 조합원은 '소속감'을 협동조합의 가장 큰 장점으로 든다. 이는 현장에서 장인과 건축가 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그것을 책임 있게 반영하는 회의의 결과다. 한두 사람이 정하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오는 방식이 아니라 합의 방식으로 일을 완성한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달라진 점은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뛰어난 기능인들의 개인주의 속성이 협동조합 안에서 공동체 속성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협동조합 편에서 생각하고, '우리'를 위해 판단한다.
장인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한옥은 재료나 장인의 공임이 비싸므로 참우리에 건축을 의뢰하는 이들은 대개 지급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서민들이 한옥의 참맛을 느끼기에 장벽이 있다. 사회주택사업과 참우리의 사업이 다른 지점이다. 김원천 씨는 "참우리를 시작한 이유가 장인들이 정당하게 대우받기 위해서"라며 "한옥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한옥을 지어 주고 싶지만, 장인들의 공임을 깎으면서까지 고가의 한옥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에서 하면 값이 싸야 하지 않느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한다. "장인들이 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저렴한 한옥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때 한옥 장인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참우리는 설립하면서부터 철저하게 지켜 온 원칙이 있다. 자립이다. 협동조합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하거나 공공 지원에 매달리는 사례가 있지만, 그런 데는 처음부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옥 건축은 사회공헌사업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지원에 매달리다가 지원이 끝날 때 일어날 운영의 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
김원천 씨는 "완전한 자립이 목표고 지금 자립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아직 당기순이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지난해 15억 원이라는 사업고를 달성했다.
이제 참우리는 '장수'를 고민한다. "한옥촌에서 내실 있는 기업으로, 특히 한옥 건축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기업으로 알려지고 싶다"며 사업을 벌이고 조합원을 늘리기보다 "꾸준히 일감을 늘려가며, 장인들이 제대로 인정받으며 오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참우리건축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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