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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재우기" 검사 출신 의원이 김이수의 과거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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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재우기" 검사 출신 의원이 김이수의 과거를 묻다 [기자의 눈] 자유한국당의 태도를 격하게 환영한다
자유한국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 이런 저런 공세를 펴고 있는 것 같다. 그 중에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김 후보자가 20대 나이의 육군 중위로 군판사를 지냈던 때 일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그가 내렸던 판결들을 문제삼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5.18기념식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조차 막아왔던 자유한국당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비로소 관심을 가져주니 매우 긍정적이라 평가할 만 하다.

그런데 입안이 쓰다. 쓴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지난 27일 김이수 후보자가 "5·18 당시 군판사 자격으로 재판했다"며 "시민군 7명을 버스에 태운 운전사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군인들의 대검에 찔린 민간인의 자상 흔적을 확인하고도 '군인이 광주 시민들을 난자했다'고 주장한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또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대통령, 5·18 때 시민군 처벌에 앞장선 헌재소장 후보자, 전두환 찬양 기사를 쓰던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떻게 함께 국정을 이끌어 나갈지 문재인 정부의 인선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합당한 지적이다. 이미 2012년 헌법재판소장 청문회에서 같은 지적이 나왔었다. 당시 김 후보자는 "사과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짐을 지고 있다"며 "그 엄중한 상황에서 그런 판단을 하지 못했던 것은 지금 와서 생각을 하면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반성을 했다.

2012년에 제기됐던 이슈라고 지금 제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일련의 5.18 광주와 관련된 김 후보자의 판결들은 끊임없이 그를 따라다닐 것이고,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입장을 밝혀야 마땅하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태도가 걸린다. 불과 며칠 전인 지난 5월 18일 자유한국당이 낸 공식 논평이다. "자유한국당은 헬기 사격을 포함한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밝히는 등 5.18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아울러 그 과정에서 5.18 유공자 선정 절차 및 대상자의 문제점, 5.18 당시 북한군 개입 의혹 등 5.18 진상 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까지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당무계하다.

북한군 개입 의혹은 보수 진영에서조차 철지난 '유언비어'로 취급받는다. 5.18 유공자 선정 절차 및 대상자를 재조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평은 비극을 기리는 날에 유가족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집권당이었다는 그들은 기념식에서 노래 한곡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도록 막았다. 5.18 유공자 및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박승춘 전 보훈처장을 끝내 감싸고 돈 것도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이었다. 2012년 전두환이 육군사관학교의 화랑식에서 생도를 사열한 것을 두고 "뭐가 문제냐"며 옹호한 의원도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 소속이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기상천외한 논리를 만들어 냈던 검사에게 공천을 주고 그를 3선 의원까지 만들어 준 것도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이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민중 반란(a popular revolt)'이라고 표현했던 자를 공천했다가 철회한 것도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이었다. 이런 사례는 차고 넘친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분당 직전에 "새누리당 재산은 과거 전두환 독재 정권 시절 재벌들을 등쳐서 형성한 재산이다"며 "이 점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고백을 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런 일들에 대해 제대로 된 반성을 한 적이 있었나?

결은 조금 다르지만, 법조인의 과거 공직 시절의 판결을 문제삼은 곽상도 의원 본인은 어떤가. 검사 출신인 그도 과거 법조계 공직에 있을 당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강기훈 씨는 2015년 5월 14일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의 수사 검사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강기훈 씨는 곽상도 의원이 2013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에 내정되자 직접 이렇게 밝혔다.

"1991년 6월 서울지방검찰청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잠 안 재우기를 담당하셨던 검사 양반, 이렇게 나타나셨다."

김이수 후보자의 5.18 판결을 문제삼는 자유한국당의 전략이 노리는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의 분열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불과 십 수일 전 '북한군 5.18 개입설'을 당 공식 논평으로 채택한 것을 설명할 수가 없다.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자들이 5.18을 언급하니 옳은 소리도 불순하게 들리는 것인데, 이는 자유한국당이 스스로 초래한 부분이다.

다시 말하지만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 자유한국당이 이제라도 이런 저런 검증에 나선다는 것은 환영할만 하다. 덧붙이고 싶은 게 있다. 앞으로 진정성을 더 많이 보여줬으면 한다. 이번 기회에 자유한국당이 5.18을 대해왔던 그간의 자세를 이제라도 국민들 앞에 제대로 반성하길 바란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5.18기념식 때 "국민적 합의가 충분치 않다"면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했는데, 그런 부분도 이제는 전향적으로 돌아봤으면 한다. 정치권이 5.18 정신을 헌법에 새기겠다고 하는데, 다른 어떤 정당보다도 자유한국당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줬으면 한다. 아직도 규명이 안된 발포 명령 책임자를 찾는데 기여를 했으면 한다.

▲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7일 국회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김이수 후보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이상 역대 가장 보수적인 헌법재판소 구성 속에서 묵묵히 인권과 민주주의, 무엇보다 헌법의 본정신에 의거한 소수 의견을 꾸준히 내왔던 인사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반대 의견에서 김 후보자는 "민주주의야말로 바다와 같아서 다양한 생각들을 포용해 가는 것을 그 제도의 본질로 한다"며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의 목소리를 정치적 공론의 장에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관용과 다양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이라 할 것"이라고 했다.

독재정권이 만든 정당에 뿌리를 둔 자유한국당이 '북한군 개입설'과 같은 황당한 소리를 내놓아 5.18 희생자들의 가슴을 후벼파도 처벌받지 않고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이유는 김이수 후보자 같은 사람들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무임승차'도 용인하는 게 민주주의다. 앞으로 자유한국당이 민주주의를 위해 5.18 진상규명에 더욱 매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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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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