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겨울, 광장은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뜨겁게 외친 시민들의 목소리와 열기로 가득 찼다. 새로운 사회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열망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정권 교체라는 성과를 이룩했다.
이제는 '누구를 위한 어떤 민주주의인가?', '일상의 삶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일상의 삶과 정치의 연결 고리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등 구체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야 하는 때이다. 그 동안 정치 영역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모든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삶의 주체로서 일상에서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사회, 모든 이들의 삶에서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사회를 상상해야 한다.
한 마음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 가운데에서도, 우리 사회 깊숙이 내재한 젠더 위계질서와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는 여과 없이 드러났다. 부패한 권력 구조와 비민주적인 정치 구조의 문제를 '여성'의 문제로 축소·왜곡하는 발언들이 온·오프라인을 뒤덮었다. 촛불 혁명의 결과 새 정부가 탄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저서에서 여성혐오 정서를 공공연히 인증한 인물이 청와대 행정관에 내정되어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한 대통령의 내각 구성 인사 기준에 성평등 관점이 과연 자리하고 있을까?
민주주의, 성평등 관점에서 재정의 되어야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함께 헌신하며 '시민'의 책무를 다한 여성들이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한 '보편 시민'의 위치에서 배제되어 값진 투쟁의 성과와 공로를 동등하게 누리지 못하는 현실은 역사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다.
한국 여성들은 예나 지금이나 늘 험난한 가시밭길의 일상을 산다. 세계경제포럼의 '2016년 성 격차 보고서(Gender Gap Index)'에 따른 한국의 성평등 순위는 144개국 중 116위이다. OECD의 통계 발표 이래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부동의 1위이다. 지난 해 5월 강남역 부근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 사건이 보여주듯이,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멸시와 혐오, 폭력, 살인의 대상이 된다. 모르는 여성을 때리거나 죽이는 남성들은 '술이 취했다'거나 '기분이 나빴다', '홧김에' 등으로 자신의 범죄 이유를 들곤 한다. 한국여성의전화의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최소 1.9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가 염원하는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을 위한 것
이제는 성별, 성적 지향, 세대, 지역, 계층 등 현재 조건과 관계 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시민의 기본권을 누리는 사회, 모든 이들의 일상의 삶에서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사회를 그려야 한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여성들이 민주주의를 새롭게 해석하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페미니즘 시각으로 일상과 사회를 분석하고, 정치 영역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이슈와 목소리를 발굴하며, 여성의 삶과 정치, 페미니즘의 연결고리를 이어가고자 하는 목적으로, 6월 16일(금) 오후 3시, 스페이스노아 커넥트홀에서 '페미니스트 정치 포럼'을 개최한다. 포럼 참가자들은 촛불 시민혁명과 대선까지의 과정, 그 결과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돌아보고 앞으로의 사회에서 실질적 민주주의 방안을 함께 구상해본다. 여성의 다양한 일상에서 정치적 의미를 찾아내고 이 의제들을 젠더 관점의 민주주의와 연결시키고자 한다. <1부>에서는 '촛불 혁명, 대선, 그리고 페미니스트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의 강의가 진행된다. <2부>에서는 여성 시민들이 '일상-정치-페미니즘'을 주제로 5개의 이야기 마당을 펼치며, 새 정부의 젠더 의제를 직접 만들어본다.
페미니스트 정치포럼
일시 : 2017.6.16 (금) 오후 3-9시
장소 : 스페이스 노아 커넥트홀
<1부> 강의 : '촛불혁명, 대선, 그리고 페미니스트 민주주의' 강사 :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2부> '일상-정치-페미니즘 : 우리들의 이야기' 의제별 PT + 모둠 토론 -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모두의 울림이 되다 : 곽이경(여성 성소수자/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 - 여성주의정당 프로젝트 : 우지안(페미당당 활동가) - 교회에서 페미니즘하기 : 오스칼네 고양이(믿는페미 활동가) - '그 날'에서 월경까지 : 김민지(초록상상 활동가) - 혐오의 연결고리, 여성 그리고 동물 : 최미연(비디오그래퍼, 전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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