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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모라토리엄, 국토부ㆍLH가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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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남시 모라토리엄, 국토부ㆍLH가 공범이다" [인터뷰] 이재명 성남시장 "책임 방기한 이들이 오히려 나를 공격"
'호화청사' 논란을 빚었던 경기도 성남시가 지방자치단체로선 처음으로 지급유예선언(모라토리엄)을 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12일 "판교신도시 조성사업비 정산이 이달 중 끝나면 토지주택공사(LH)와 국토해양부에 5200억 원을 내야 하는데 현재 성남시 재정으로는 이를 단기간 또는 한꺼번에 갚을 능력이 안 된다"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을 놓고 채권자인 국토해양부, 토지주택공사(LH) 뿐 아니라 보수언론까지 가세해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그간 '부자시'로 여겨졌던 성남시가 정말 빚을 갚을 능력이 없나, 전임 시장과 차별성을 강조하고 싶은 정치적 목적이 우선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조선일보>는 성남시가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라는 사실까지 들고 나와 이 시장의 태도가 무책임하다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 시장은 14일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 문제는 주민들의 알 권리에 속한다고 생각해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며 "쉬쉬한다고 더 좋은 방안이 생기는 게 아니면 환부를 도려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이 시장은 "제가 정치적으로 공격한 게 아니라 이 문제로 입장이 곤란해진 사람들이 저를 공격하고 있다"며 "국토해양부와 LH는 전임 집행부가 편법으로 특별회계에서 일반회계로 전용해 낭비한 것의 공범"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LH는 성남시와 판교개발사업의 공동사업자라서 이 자금도 같이 관리한다"며 "성남시가 이 돈을 빼다가 다른데 썼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어 국토해양부와 행정안전부에 대해서도 상급기관으로 감독의 책임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국토부가 14일 자치단체의 개발사업 관련 예산 전용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사실은 이런 이 시장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시장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서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에 대해 "당장 다 잘라버릴 수는 없지 않냐"며 "구조조정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구조조정할 시간을 달라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72세의 은퇴한 분을 공격해서 내가 뭘 얻겠나"

▲ 이재명 성남시장 ⓒ연합뉴스
프레시안
: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오랫동안 쉬쉬하던 지방재정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남시는 재정자립도가 70%에 육박하는 등 다른 지자체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래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재명 : 정치적 목적이라는 것은 전임 집행부를 공격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인데, 전임 시장은 연세가 올해 72세다. 그리고 퇴역한 분인데 그분을 공격해서 내가 뭘 얻겠냐.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주민들의 알권리에 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속된 말로 먹고 죽으려고 해도 돈이 없다. 그러니 (국토해양부와 LH에서) 돈을 갚을 시간적 여유를 달라. 그러면 지방채를 발행하던지 해서 갚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얘기가 왜 정치적으로 비춰지게 됐나. 결국 전임 집행부가 가용 예산 2년치를 끌어다가 미리 당겨썼다는 실정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주민들에게 숨기고 쉬쉬하는 게 맞다는 얘기냐.

일각에서는 왜 이렇게 빨리 문제를 꺼냈냐, 처음부터 전임 시장의 실정과 선을 그으려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지금이 추경예산을 검토하는 시기다. 또 내년 예산을 준비하는 시기다. 지금 논의하지 않으면 내년 예산에서 갚을 수 없게 된다. 5200억 원의 빚을 갚는 계획을 짜야 한다. 일단 7월 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두달 늦어져 8월, 9월에 하면 그 돈을 안 줘도 되나. 쉬쉬한다고 더 좋은 안이 생기는 게 아니면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제가 정치적으로 공격한 게 아니라 이 문제로 입장이 곤란해진 사람들이 저를 공격하고 있다.

프레시안 : 이 문제로 입장이 곤란해진 사람들이란 정부, LH 등을 말하는 건가?

이재명 : 중앙정부와 LH에서 나보고 정치적이라고 하지 않나. 국토해양부와 LH는 전임 집행부가 편법으로 특별회계에서 일반회계로 전용해 낭비한 것의 공범이다. LH는 성남시와 판교개발사업의 공동사업자라서 이 자금도 같이 관리한다. 그런데 같이 내야할 관리비를 LH만 먼저 냈다. 성남시가 이 돈을 빼다가 다른데 쓰도록 방치한 셈이다. 이 사실을 LH가 몰랐을까? 당연히 알았을 것이고 전용에 대해 사실상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토해양부도 마찬가지다. 국토해양부는 이 사업의 감독 상급기관이다. 전임 집행부가 4년 동안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빼 썼는데 이를 국토부가 몰랐다면 무능의 극치고, 알았다면 사실상 눈감아 준 것이다.

행정안전부도 똑같다. 행안부가 이런 지자체의 엉터리 예산 사용을 막을 책임이 있다. 이처럼 예산을 맘대로 펑펑 쓰는 걸 막기 위해 중기재정계획 등을 마련해 행안부에 제출하게 돼 있지 않나. 4년 동안 뭐했나.

이처럼 정부부처와 LH가 자기 책임을 방기해 놓고 왜 나를 비난하나.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면서 일부러 책임 소지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정치적 논란에 빌미가 될 것 같아서였다.

프레시안 : 국토부는 성남시가 올 연말까지 LH 쪽에 정산할 금액은 공동공공시설비 350억 원에 불과하다면서 이 시장이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남시의 판교특별회계에 700억 원의 잔액이 있는 만큼 현 상황이 지급유예 선언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반박이다.

이재명 : 그러면 내년은 어떻게 하냐. 국토부가 받을 돈 2900억 원은 어떻게 하나. 안 줘도 되나. 안 줘도 되면 나는 좋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제일 얘기하고 싶은 게 정부부처의 '거짓말'이다. 기사 검색해봐라. 성남시에서 빨리 돈을 안 주면 지체 배상금을 물리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어제 국무총리께서도 전임 집행부의 정책을 번복하면 잘못된 행위라고 말씀하셨다는데 그게 책임있는 발언인지 의아스럽다. 잘못된 정책을 잘못됐다고 지적하면 잘못을 봐야지, 왜 잘못을 지적하는 쪽을 문제 삼나. 아무리 가치가 전도됐기로 서니 문제를 지적하면 문제를 봐야지 왜 손가락을 문제 삼나. 지금 중앙정부 태도는 손가락에 때가 끼었다고 난리치는 꼴이다.

"배 째라는 게 아니라 시간을 달라는 얘기다"

프레시안 : 행정안전부는 이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재명 : 맞다. 정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채불 의무가 정지된다. 하지만 지자체는 그런 권한이 없다. 사실상 모라토리엄이라는 얘기를 한 거다. 이달 안으로 정산하라고 하는데 그럴 돈이 없으니 행안부가 협조해달라. 지방채 발행해서라도 갚을테니 지방채 발행을 허가해달라.

국토부에서 돈 천천히 갚아도 된다고 반박했다던데, 성남시에서 얼른 돈을 갚아 판교특별회계에 그 돈을 채워 넣어야 판교주변에 기반시설 확보 사업을 할 수 있다. 1조 원 정도가 채워넣어져야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질 수 있다. 국토부가 그렇게 무책임한 얘기를 하면 안 된다. 성남시가 한 5년쯤 있다가 주면 판교주민들은 어쩌라는 얘기냐.

프레시안 : 오늘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언론이 일제히 이 시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 언론은 성남시를 '부자 지자체'라고 하면서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면 먼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이재명 : 구조조정 안하겠다는 게 아니다. 구조조정할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나. 지금 당장 다 잘라 버릴 수는 없지 않나. 돈을 안 갚겠다는 게 아니다. 배 째라는 게 아니다. 시간을 달라는 의미다. 내년까지 갚겠다. 이를 위해 매년 집행예산을 500억 원씩 줄이면서 연차적으로 구조조정하겠다. 대신 지방채 발행을 승인해 달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특별회계에서 5400억 원을 빼내 일반회계예산으로 쓰는 과정에서 의회의 동의가 있었을텐데, 이는 의회가 사실상 시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로 보인다.

이재명 : 단순한 감시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조례에는 이 돈을 일반회계예산으로 빼서 쓰지 못하게 돼 있다. 법 위반 여부는 검토해봐야 할 문제다. 시의회가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건 맞는 말이다. 지난 8년간 집행부와 의회가 한쪽으로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재원 마련의 한 가지 방안이 호화청사를 매각하겠다는 것인데 매각이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이재명 : 복지사업 등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하기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팔겠다고 한 것인데, 이제는 빚 갚기 위해 꼭 해야 할 사업이 됐다. 호화청사를 매각한 돈을 좋은 데는 커녕 빚 갚는 데 다 쓰게 생겼다.

청사 매각은 중앙정부가 동의 안하면 못 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호화청사에 대해 문제제기하면서 팔던지, 뜯어고치라고 직접 말씀하셨다. 정부 기준에 따르면 성남시는 청사 규모를 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 기초단체장이 대통령 말씀을 열심히 따르겠다는데 이를 중앙정부가 막진 않을 거라 본다. 매각하려고 하면 살 곳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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