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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된 비결?…선거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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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된 비결?…선거 제도!" [하승수 칼럼] 제주도, 비례대표 축소 결정 철회해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핵심은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 지방의원 선거 모두 이렇게 바꿔야 한다.

한국의 지방의회 선거는 세계최악이다. 50%대를 득표한 정당이 90%대의 의석을 차지하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지역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이 일치하지 않고, 1~2개의 거대정당이 지방의회를 지배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표의 등가성을 정확하게 지키는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다.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배분한다. 전국정당 뿐만 아니라 지역정당(local party)들도 후보를 낼 수 있다. 인위적인 진입장벽도 없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많다. 얻은 표만큼 정확하게 의석을 배분한다.

이런 제도가 복지, 교육, 환경 문제를 푸는 데에 강점이 있다.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며 책임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생태, 환경도시로 유명한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의 경우에는 시의회 안에서 무려 13개의 정당과 지역정당들이 48명의 시의회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는 녹색당, 사회민주당, 기독교민주당같은 전국정당도 있지만, ‘살기좋은 프라이부르크’같은 지역정당들도 있다. 이렇게 정치를 하기 때문에 지금의 프라이부르크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숱한 정치인, 공무원, 전문가들이 프라이부르크를 방문하고 있지만, 진짜 배워야 하는 것은 프라이부르크의 선거제도이다. 프라이부르크의 정치가 지금의 프라이부르크를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방의회 선거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야 '고여있는 물'이 되어버린 지역정치도 바꿀 수 있다. 복지, 환경, 교육, 노동, 농업, 먹거리, 인권, 안전 등 삶의 문제들이 지역정치에서 제대로 다뤄질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려면, 의석배분의 방식도 바꿔야 하고 비례대표 비율도 늘려야 한다. 지역구 의석 :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2:1 정도되면, 실효성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100석의 지방의회 의석이 있다면, 우선 각 정당이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할당받고, 할당받은 의석내에서 지역구 당선자부터 채우고 남는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우면 된다. A당이 20%의 정당득표를 했다면 100석 중 20석을 할당받고, 만약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15명이라면 15명을 먼저 채우고, 모자라는 5명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이런 방안이 하반기에 국회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런데 7월 20일 제주도에서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내년 6월 1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의회 지역구 의석을 늘리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겠다는 방침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기존에 제주도의회는 총 41명중에 7명이 비례대표로 되어 있었는데, 비례대표 숫자를 2~3명 줄이겠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청은 여론조사 결과,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 의석을 늘리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여론 조사 문항 자체가 편파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거제도와 같은 문제에 대해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여론조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시민들은 지금까지 선거제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외국에는 어떤 선거제도가 있는지, 지금 선거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정보제공을 받은 후에야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설명과 정보제공의 과정없이 여론조사를 했다는 것은 비례대표 의석을 줄일 핑계거리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

선거제도에 관한 주민의견을 수렴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캐나다의 브리티시콜럼비아주와 온타리오주는 2000년대 들어서서 선거제도 개혁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추첨제로 뽑힌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를 구성해서 운영했다. 시민의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전문가들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상호토론을 거쳐 선거제도 개혁방안을 마련했다.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아닌가?

제주도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제주도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가 많이 늘고 있는 지역의 경우에는 선거구를 쪼개지 않으면 헌법재판소가 정한 인구편차(지방의원의 경우에는 선거구당 평균인구의 상하 60%이내까지만 인구편차를 인정한다)를 벗어나게 되기 때문에 선거구 조정의 필요성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구를 약간 늘리고 줄이고를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 표의 등가성이 깨져 있는 선거제도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제주도의회 선거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전환해야 한다. 비례대표 의석도 늘려야 한다. 이것이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이다.

그런데 제주도가 발표한 방침은 이런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청이 7월 20일 발표한 방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비례대표 의석 축소는 지역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방안이다. 그리고 제주도가 생태, 환경의 섬으로 가겠다면, 제발 유럽의 환경도시들이 어떤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는지부터 배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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