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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에 노출된 시대, 건강을 챙기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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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에 노출된 시대, 건강을 챙기는 방법은?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중독의 시대
최근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보도 이후 그간 지속되었던 인공 화학물질을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이들 기저귀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일상으로 쓰는 화학제품 전반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지요. 이 뿐만 아닙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 달걀과 닭고기는 물론 그간 심심찮게 터진 먹을거리와 관련된 문제들, 그리고 산업화 이후 지속되어 온 환경오염과 기후온난화와 같은 문제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시대에 몸과 마음이 온전한 상태로 산다는 것이 가능하긴 한 걸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노케미족이나 딩크족이 생기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이러한 불안을 먹이로 삼아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이번 사태 이후 면 생리대를 향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먹을거리에 관한 불안으로 인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실제 그런지 단순한 심리적 만족인지는 모르겠으나)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나 아이를 둔 부모들의 불안은 더 크지요. 아마 다른 산업 영역도 각자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안 것이지만, 늘 그렇듯 사람이 만든 제도에는 허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생산자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안전을 위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차이의 문제도 발생합니다.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그게 가능할 지, 또 그 동안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남지요. 결국 불안감에 우왕좌왕 무리지어 도망치다가 다랑어, 슴새, 돌고래, 바다사자, 상어와 수염고래에게 차례차례 잡아먹히고 마는 정어리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울한 생각마저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일상에서 노출될 수밖에 없는 독소와 불안에 중독된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잘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합니다. 진료실을 찾은 환자의 건강은 물론이고 저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우선 중독이란 단어의 반대편에 있는 해독이란 말을 떠올립니다. 최근 한 다큐를 보니 해독은 이미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큐 내용 중 흥미로웠던 부분은 슈퍼 푸드를 비롯해 시중에 유행하는 해독 방식이 우리가 전통적으로 건강식이라고 부른 음식을 섭취하는 것과 결과적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독이라고 부르는 과정은 정상적인 신체기능을 유지할 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생리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충분한 영양섭취를 통해 이 과정에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를 얻으면 족하기 마련이죠. 이를 잘 지킨다면 영양보충제 또한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우리 몸이 해독기전을 갖고 있지 않은 외부의 화학물질, 중금속에 의한 해독효소의 중독, 과도한 노출에 의한 독소의 과부하 상태, 그리고 유전적 결함 등을 겪을 때 발생합니다. 일종의 병적인 상태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좋은 식이와 규칙적인 신체활동, 그리고 휴식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해독을 위한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독소에의 노출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예방이 늘 치료보다 우선인 것처럼 말이죠. 독소가 들어오는 루트는 크게 호흡, 음식물 섭취, 그리고 피부 접촉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영역에서 인공적인 화학물질이나 중금속 등이 들어올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공기가 안 좋은 날 마스크를 꼭 하고 실내공기 정화에 힘쓰는 것,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로컬푸드(저는 우리나라 국내면 로컬이라고 봅니다)를 먹는 것, 약물의 오남용을 줄이는 것, 그리고 생활용품 선택에 있어서 조금 더 꼼꼼하게 임할 것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예전에는 그렇게 안 해도 다들 괜찮았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 때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음으로는 일단 들어온 독을 효과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장내 세균총을 건강하게 유지하면 음식물을 통해 들어온 독소가 몸 안으로 흡수되는 양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장관면역의 강화는 이 외에도 다양한 이점이 있지요. 이와 함께 들어온 독소들의 배출을 촉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의보감>의 해독문에는 검은콩이나 녹두 삶은 물을 마시는 것, 살찐 돼지의 고기나 비계를 삶아서 먹을 것을 권하는데, 실제 연구 결과 이들은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의 배출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늘과 양파, 그리고 양배추와 콩과 같이 황이 풍부한 음식도 도움이 됩니다. 황은 약물, 식품첨가물, 중금속, 스테로이드와 갑상선 호르몬의 해독과정에 필요한데, 현대인의 경우 황의 섭취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라고 합니다. 특히 황은 세포수준에서 산소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를 견제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요. 만일 환경적으로 유해한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에 노출될 일이 많거나 강한 약물요법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과하게 노출이 되었다면, 이런 음식을 즐겨 먹는 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좋은 섭생을 기본으로 하고, 독소의 배출을 돕기 위해 먹는 음식물이 건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해독과 함께 생각하는 답안은 심플 라이프입니다. 삶의 방식이 간명해지면 정어리 떼처럼 불안에 휩쓸리지 않고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 간의 느슨한 연대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혼자서도 꿋꿋이 해 나갈 수 있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간다면 느리겠지만 단단한 변화가 우리 사회에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리대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콩과 녹두를 말하다가 심플 라이프까지, 어쩌면 횡설수설처럼 보이고 허점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한 까닭은 지금의 중독 사회를 건강하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다 함께 생각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뭐 하나를 바꾼다고 상황이 변할 만큼 상황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모든 현상은 우리의 욕망을 연결끈으로 삼아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분명하게 보고 놓치지 않고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변화는 내 손이 닿고 내 발이 딛고 있는 그곳에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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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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