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소녀상이 세워진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이번에는 노동단체가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18일 오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일본 강제징용 사죄배상 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일제강점기 그 누구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이들은 일본에서 미국으로 빌붙어가며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의 처절했던 투쟁의 시대,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외면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겨울 거리를 뒤덮은 촛불로 장막 뒤에 숨어있던 적폐가 드러났다. 더 이상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았다"며 "세계노동절이 128번째 맞는 내년 5월 1일 일본영사관 앞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워 모든 노동자와 시민들이 우리의 아픈 역사를 이곳에 세울 것이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일제강제징용 피해 당사자 구연철 씨는 "1939년 9살 때 처음으로 군함도라 불리는 곳에 발을 디뎠다. 일본이 침략전쟁으로 가져온 과일들과 음식들로 처음엔 신천지처럼 느껴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러나 좋은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87세의 지금 나이에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800명이 넘는 젊은 청년들이 군함도와 밥은커녕 물도 먹지 못하고 노동을 하는 비참한 노예생활을 겪었다"며 "우리가 다시는 남의 민족에게 짓밟힘 당하지 않는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행동 장선화 대표는 "소녀상을 세우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이후 제정된 소녀상 보호 조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부산시와 시의회의 무책임한 자세는 적폐세력을 몰아내는 것부터 시작해 강제 노동자상 건립을 통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광복절 서울 용산역에 세운 강제징용 노동자상 모형이 소녀상과 함께 전시됐다. 민주노총은 이날부터 100일간 일본영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뒤 모금운동을 통해 내년 노동절인 5월 1일 동상을 세울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 용산역과 인천 부평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세워졌고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녀편의 '평화의 소녀상' 옆에도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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