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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온라인쇼핑몰에 고객 정보를 요청한다면… [아메리칸 코트] 비디오 사생활 보호법
지난 25일 시애틀에 위치한 미국 연방 지방법원은 노스 캐롤라이나주 국세청이 세계에서 규모가 제일 큰 전자상거래 업체 중의 하나인 아마존(Amazon.com)에게 고객 정보를 요청한 것은 위헌일 뿐만 아니라 연방법인 비디오 사생활 보호법 (Video Privacy Protection Act)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아마존, 고객 관련 정보 제공 요구 거절하고 소송

2009년 12월 노스 캐롤라이나 국세청은 아마존에게 세무조사상 필요하다며 2003년 8월 1일 이후 영업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아마존은 판매한 품목, 판매일, 판매한 물품이 배달된 지역 등 정보를 국세청에 순순히 제출하였다.

그러나 2010년 3월 국세청은 아마존에게 어떤 고객이 무슨 물품을 구입하였는지 하는 정보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구체적으로 고객의 이름, 주소, 구입한 물품의 코드번호와 내용, 물품이 배달된 주소 등을 제출할 것을 아마존에 요구한 것이다. 아마존은 고객 관련 정보는 제출할 수 없다며 그 요구를 거절하였다. 그러자 국세청은 반복하여 고객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였고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인 절차를 거쳐 소환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 국세청은 요구한 고객관련 정보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아마존이 이미 제출한 정보를 파기하지도 않을 것이며, 아마존에 돌려 줄 수도 없다고 하였다. 이에 아마존은 연방 지방법원에 노스 캐롤라이나주 해당 국세청장을 피고로 하여 국세청을 고소했다.

소송 과정에서 노스 캐롤라이나주에 살면서 아마존에서 물품을 구입한 작가, 로스쿨 학생, 은퇴한 변호사 등 6명이 자신들에 관한 정보가 정부기관에 전달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대리인을 통해 익명으로 소송에 개입하였다.

비디오 사생활 보호법

아마존이 소장에서 의거한 것은 미국 헌법의 첫 번째 수정조항과 비디오 사생활 보호법이다. 국세청의 고객 정보 요구는 미국 헌법 첫 번째 수정조항에 보호하고 있는 언론과 발언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아마존이 의거한 것은 1988년에 만들어진 비디오 사생활 보호법이다. 이 법은 비디오테이프나 이와 유사한 영상물 대여업자가 고객의 대여 기록을 잘 못 유출할 경우 최고 2500달러까지 벌금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에 의거하여 이미 2008년 미국의 대형 영상물 대여 체인업체인 블록버스터가 집단소송에 연루된 바가 있다.

국세청의 정보 요구, 자유로운 정보 획득에 위협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서 정부기관이 노스 캐롤라이나 국세청이 요구한 것과 같은 종류의 정보를 아마존에게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하였다.

이는 미국 헌법 첫 번째 수정조항에 의하여 정부기관이 개인이 무엇을 읽었으며 무슨 음악을 들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사기업에 요구하여 획득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것이다. 만일 정부가 그러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을 자유롭게 둔다면 사람들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무언가를 합법적으로 구매하면서도 혹시나 정부기관에 의하여 감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쾌감과 일종의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판결문을 쓴 마르샤 페치멘 판사는 "미국 헌법은 첫 번째 수정조항을 통하여 무슨 책을 보고, 무슨 음악을 듣고, 무슨 영화를 보는지가 정부기관에 노출되는 것을 금지한다"고 하였다. 또한 그녀는 "시민들은 누구나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하여 자유롭게 정보를 획득할 권리가 있는데, 정부가 누가, 무슨 정보를, 어떤 매체를 통하여 획득하는지를 알아 보려하는 것은 미국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고 분명히 하였다.

심각한 사생활 침해 우려

또 그러한 정보 요구는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으로도 이해된다. 다른 기록에 의하면 관련 사건과 관련하여 노스 캐롤라이나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아마존을 통해서 구입한 책 중에는 정신병, 이혼, 암에 관련된 책들도 있는데, 이러한 책을 구입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정부기관에 알려진다고 하는 것은 책을 구입한 사람으로서는 매우 사적인 관심과 상황이 노출돼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마존을 통해 판매되는 것은 책이나, 음반, DVD 등 만이 아니다.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상징하는 장식물, 의료기구, 콘돔과 각종 성인용 성기구 등까지 아마존을 통해 판매된다. 따라서 만일 정부기관이 '세무상' 필요라 할지라도 누가 아마존을 통해 어떤 물품을 구입했는가를 알게 된다면 그 사람의 정치적 입장, 건강상태, 성적취향까지 필요에 따라 유추, 확인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아마존 측에 의하면 국세청이 요구한 자료가 해당되는 기간 동안 노스 캐롤라이나주 주민들에게 판매된 상품이 50만 개가 넘는다고 하였다. 물론 그 중에는 구입자가 자신이 그것을 구입했다는 것을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물품도 많다. 아마존은 고소장에서 "이혼소송에서 남편을 이기고 승리하는 법", "동성애자가 가족, 친구, 동료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에 관하여" 라는 제목의 책 등이 실제로 노스 캐롤라이나 주민들에게 팔렸는데, 그러한 책을 산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가 어느 누구에게 제공되는 것을 원하겠냐는 것이다. 따라서 아마존 내부에 고객 정보 보호에 관한 방침이 만들어져서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고 하였다.

자유로운 정보획득과 사생활 보호는 민주사회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자신이 원하는 합법적 매체를 통해 자유롭게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미국 헌법에 '전자상거래상의 개인 정보 보호'가 명시적으로 표현된 것은 아니지만 첫 번째 수정헌법의 '말할 권리', '언론의 자유'가 넓게 해석되면서, 그리고 그러한 정신이 관련 연방법으로 보완, 지지되면서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고객이 무엇을 구입했는가 하는 정보가 정부에게 전달되어 시민들이 자유로운 정보 획득 활동이 조금이라도 위축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이번 판결로 다시금 지켜지게 되었다. 또 이번 판결은 전자상거래가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요즈음, 사생활 보호 원칙 하에서 소비자 정보가 소중하게 지켜져야 함을 확인한 판결로 평가된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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