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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을 이긴 '오줌 눌 권리'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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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을 이긴 '오줌 눌 권리' 소송 [아메리칸 코트] 과도한 애국주의와 국민의 기본권
미국 뉴욕시 퀸즈 아스토리아에 살고 있는 로리온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열성적인 야구팬이다. 2008년 8월 26일, 더위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여름날 친구와 함께 그가 응원하는 뉴욕 양키스가 보스톤 레드 삭스와 치르는 야구 경기를 보러 양키스타디움에 갔다. 그는 아예 2008년 시즌 티켓을 패키지로 구입하여 야구 경기를 보러 다닐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다. 그날도 항상 같이 다니던 친구와 기분 좋게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가지고 갔던 땅콩을 안주로 하여 맥주를 마시며 한층 들뜬 마음으로 경기를 관람했다.

신에게 미국을 축복하라고 기원하는 동안 '꼼짝마'

그런데 7회초 경기가 끝나고 의례히 있던 휴식시간에 'God Bless America'라는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 나왔다. 그는 그런가보다 하며 주섬주섬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고 나섰다. 그러자 경찰이 그의 앞을 가로 막으며 'God Bless America'가 흘러나오는 중에는 그대로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하며 다시 자리에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로리온은 경찰에게 저 노래가 무슨 상관이기에 왜 화장실도 못 가게 길을 막느냐고 하면서 경찰을 지나치려 하였다. 그러자 경찰이 완력을 사용하여 그의 오른팔을 비틀어 등 뒤로 꺾었다. 그 광경을 보고 금세 다른 경찰이 달려와 나머지 왼팔도 비틀어 마찬가지로 등 뒤로 꺾어 붙였다. 그는 두 명의 경찰에게 양팔을 꺾인 채 얼마간을 끌려 나갔다. 그 과정에서 그가 크게 저항을 하거나 몸부림을 치지도 않았는데 경찰들은 비틀어 꺾은 그의 팔을 놓아 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 저 노래가 실으면 이 나라를 떠나라고 위협적으로 말하기 까지 하였다.

9.11 이후 애국주의가 야구경기장까지

2001년 9.11 이후 미국사회에는 이른바 애국주의 물결이 국민들을 정서적으로 자극하였다. 9.11 이후 45일 만인 2001년 10월24일, 공청회나 심도 깊은 논의 없이 테러방지와 국가안보를 위하여 만들었다고 한 법의 이름조차 '애국법안(Patriot Act)'이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차에는 'God Bless America'라고 쓰여진 배너를 붙이고 다녔고, 같은 문구가 쓰여진 손깃발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한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되면서 야구장에서까지 'God Bless America'가 흘러나온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국 메이저 리그 야구 경기 중에는 7회초가 끝나고 7회말이 시작되기 전 약간의 휴식 시간을 갖는다. 이른바 '7회 몸풀기 시간(Seventh-Inning Stretch)' 이다. 그 시간 동안 보통은 흥을 돋우는 신나는 노래가 나오고 관중들도 그 시간을 이용해서 화장실을 가곤 했다. 그러나 9.11 이후 신나는 노래가 아니라 다소 비장한 'God Bless America'가 스피커를 통해서 나왔다. 9.11로 인한 미국인들의 충격을 이해하면 어떻게든 이를 '애국심'을 통해서 극복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나게 스트레스 풀며 놀자고 모인 야구 경기장에서까지, 그것도 9.11이 일어난 지 7년이 지났는데' 하며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애국주의가 야구장까지 들어와 한동안 거의 미국 전역의 메이저 리그 경기장에서 7회 몸풀기 시간 동안 'God Bless America' 만을 틀어 주었기 때문에 야구를 보러 가기 위해서라면 그 노래를 꼼짝없이 들어야 했다.

양키 스타디움, 공권력 동원해 '꼼짝마' 정책 지키려

그런데 9.11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던 뉴욕시의 양키 스타디움에서는 한술 더 떠 'God Bless America' 노래가 나오는 동안에는 관중들이 자리를 뜰 수 없다는 정책을 만들었다. 다른 지역의 야구 경기장에서도 'God Bless America'가 흘러나오긴 했지만 그런 정책을 가지고 있는 경기장은 없었다. 양키 스타디움에서는 휴식시간 동안에 'God Bless America'를 틀어주고 관중들에게 휴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면 애국심을 상당히 고취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 같다.

로리온의 움직임을 제지하고 완력을 가한 경찰들은 그 정책에 맞게 그들의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그들이 양키 스타디움의 사적 안전요원이 아니었지만 안전을 위해서 양키 스타디움 같은 사적 기관이 공권력 수행자인 경찰을 고용하여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정책에 의하여 양키 스타디움에 파견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양키 스타디움에서 요구한 안전 정책 및 관람 수칙이 지켜지도록 그들의 임무를 수행했다.

미국 헌법 첫 번째, 네 번째, 열네 번째 수정 조항 등에 의거해 소송제기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생각한 로리온은 2009년 4월 뉴욕시, 뉴욕시 경찰 책임자, 그에게 완력을 가했던 두 명의 경찰 등을 피고로 하여 연방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장에서 경찰들의 행위로 인하여 미국 헌법 첫 번째, 네 번째 그리고 열네 번째 수정 조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연방법의 하나인 '공공장소에서의 관한 법률', '뉴욕 시민권 법안'으로 볼 때도 그의 권리가 침해되었으며, 경찰의 행위로 인하여 잘못된 구금 등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경찰로부터 위협과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법원은 뉴욕시가 로리온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1만1달러를 지급하고 변호사 비용 1만2000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와 더불어 양키 스타디움이 'God Bless America'노래가 나오는 동안 관중들이 움직일 수 없다고 한 규정은 옳지 않으므로 그것을 없애는 것이 옳다고 판결을 내렸다.

오늘로 끝나는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국격'을 노심초사하고 있는 정부당국의 어떤 '방침' 혹은 '협조요청' 때문에 정부가 국민의 '똥 눌 권리'까지 박탈하려고 하느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애국심이라는 이름하에 '오줌 눌 권리'를 위협받은 미국의 한 야구팬이 제기한 소송사건이 떠오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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