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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박근혜 고려장'을 지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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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고려장'을 지낼 수 있을까? 한국당 '박근혜 딜레마'…'자진탈당' 갑론을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법정에서 "정치 보복" 발언을 내놓은 이후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딜레마'에 빠졌다. 당내 친박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자진탈당 권고안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 박 전 대통령 자진 탈당 권고안을 권고한 '류석춘 혁신위'는 "바뀐 것 없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할 뜻을 밝혔다.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5차 혁신안 발표' 회견 후 기자 질의응답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법정 발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한 달 전에 저희가 인적 혁신안을 내면서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두 의원에 대해 자진 탈당을 권유했는데 최근 재판정 발언 내용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인가? 바뀐 것 없다."

류 위원장은 다만 "그런 발언을 6개월 전에 하셨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류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과 서·최 의원 자진 탈당 권고안을 홍준표 지도부가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는 데 대해 "(홍 대표에게) 우리가 권고한 방향으로 실행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서 지도부가 혁신위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했던 것과 관련, 지금 그런 결심이 필요한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중대 결심을 할 때가 되면 할 생각인데, (현재로서는) 중대 결심을 할 단계까지 온 것 같지 않다"며 비교적 낙관적 견해를 피력했다.

류 위원장과 홍준표 대표, 정우택 원내대표 등 현 한국당 지도부는 박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 혹은 박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을 거부할 경우 출당시키는 방향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방향을 잡고 있다. 박 전 대통령 및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인적 청산'은 한국당이 추진하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명분이기도 하다. 홍 대표는 전날 "지울 것은 지우고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며 출당 고수 방침을 밝혔다.

친박에선 "박근혜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윤리위, 소집 연기

그러나 당내 친박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법정 발언 이후 이런 지도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전날 개인 성명을 내어 "출당은 한국당이 굴복하는 모습"이라며 "정치적 책임을 물어 당적을 강제로 정리하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인간적으로 너무나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집안 살리겠다고 늙고 병든 가족 내다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형량이 20년이든 30년이든 개의치 않는다. 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결자해지할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한솥밥 먹던 가족의 도리일 것"이라고 했다.

김태흠 최고위원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최고위원회의 때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는 절차가 투명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한테 혁신위 권고안이나 당의 분위기, 상황을 먼저 전달하고, 당적 정리를 하더라도 할 수 있다면 본인이 스스로 하는 것이 더 올바르다'고 얘기했다"며 "지금 (당에서) 제 얘기를 받아들여서 박 전 대통령 측에 이런 뜻을 전달하는 과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당은 이날로 예정됐던 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연기했다. 이는 자진 탈당 권유에 대한 박 전 대통령 측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홍 대표 측 인사가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아 온 유영하 변호사를 만났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응답이 없거나 거부 입장을 통보받을 경우에도, 추가 의견 교환을 위해 더 시간을 끌기보다는 19~20일 중으로 윤리위를 재소집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의사를 묻고, 본인이 스스로 당적 정리를 하든 않든 간에 본인한테 먼저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너무 박 전 대통령 당적 정리 부분을 당이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라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저는 일부는 동의하지만, 지금 당의 지지율이 정체돼 있는 부분이 박 전 대통령 당적 문제 가지고 지지율이 안 올라가고…(그런 상황이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 김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엊그제 (박 전) 대통령께서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말씀도 있으셨지 않으냐"며 "그렇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당 내에서 논란이 있으니까 본인 스스로 이런 당적 정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본인의 억울함이나 여러 가지 하실 말씀이 있을 수 있지만, 본인께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친박계 내에서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의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김 최고위원은 "친박의 구심점이 지금 감옥에 갔는데 무슨 친박이 있느냐"면서도 구 친박계 내에서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통합과 관련해서는 "보수 대통합은 몇몇이 오는 것이 아니라 당 대 당 통합이 되어야 된다. 그리고 또 네 탓, 내 탓 하지 말고 통합 과정에서 요구 조건이나 전제 조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반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된다"고 말했다.

혁신위 "당협 총사퇴는 논의 중"…바른정당 지도부는 여전히 '자강' 우세

한편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에서 또 하나의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당협위원장 총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혁신위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류 위원장은 밝혔다. 류 위원장은 이날 "당협위원장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논의 중이고, 아직 논의 초기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만 했다.

하지만 한국당 지도부와 친박계를 아우르는 '통합' 공세에도, 바른정당 지도부에서는 여전히 자강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날 바른정당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치열하게 토론하되 절제된 표현을 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단합하자"고 강조했으나 자강파들은 연이어 통합파에 대해 날을 세웠다.

정운천 최고위원은 "바람이 불어도 중심을 잡고 있으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나간다. 바람 불어도 제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오을 최고위원은 지인으로부터 "가도 힘들고 남아도 힘든데 굳이 수고롭게 할 필요 있냐. 그냥 남아 있지"라는 말을 들었다며 "가실 분은 가시는 대로 남으실 분은 남는 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결별을 시사하기도 했다.

원외 당협위원장인 강석구 울산북구 위원장은 "당 대 당 통합 논의는 명분과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직격탄을 쏘며 "국민 눈높이에 상응하는 보수 개혁과 정당 혁신을 먼저 이룬 후에 보수 통합을 논의해 달라"고 했다. 강 위원장은 주 원내대표와 김무성 고문 등 통합파로 분류되는 중진들을 거명하며 "부디 초심으로 돌아가 고난의 행군을 함께하며 보수 개혁의 선두에 서 달라. 개혁과 혁신을 거부하고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했던 불통의 수구 보수정당을 박차고 나왔던 엄중한 결의와 창당정신은 어디에 두고 있는가"라고 쏘아붙였다.

김상민 사무총장 권한대행도 "어려운 일 하자고 해놓고 어렵다고 그만두고, 힘든 일 한번 해 보겠다고 했다가 힘들다고 그만두고, 꿈을 이루겠다고 얘기해 놓고 그건 꿈이라고 그만두면 아무런 꿈도 이뤄지지 않고 어떤 어렵고 힘든 일도 이뤄질 수 없다"며 자강론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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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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