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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 기독교 모임의 동성애자 차별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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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 기독교 모임의 동성애자 차별 사례 [아메리칸 코트] "차별받기 싫으면 차별하지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은 해스팅 로스쿨은 여러 학교로 이루어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체계 내에서 최초의 로스쿨이다. 캘리포니아주 첫 번째 대법원 판사인 시래너스 클린턴 해스팅이 이 학교를 1878년에 세웠으므로 이미 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이 학교의 학내문제에서 비롯된 한 소송이 지난 6월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심의, 판결되었다. 어느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이 학교에도 다양한 학생 모임들이 있다. 그 중 하나인 기독교인 법률 모임(Christian Legal Society)이 학교를 상대로 헌법상 보장되는 자유인 표현의 자유,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 등이 학교 당국에 의해서 침해되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회원 가입시 신앙 진술서 서명을 요구한 기독교인 법률 모임

해스팅 로스쿨 기독교인 법률 모임은 2004-2005년 학기 중에 만들어 졌다. 이 모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내용이 담긴 '신앙 진술서'에 서명을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을 다짐하여야 했다. 그 신앙 진술서에는 남녀간 혼외정사 등 몇 가지 행위를 해서는 기독교인 법률 모임에 가입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 모임은 이러한 신앙 진술서의 내용을 비롯하여 내부 원칙을 들어 '회개하지 않는 동성애자'와 '비기독교인'은 해스팅 로스쿨 기독교인 법률 모임에 가입할 수 없다고 하였다

해스팅 로스쿨, 기독교 학생모임을 학내 학생 단체로 인정 거부

해스팅 로스쿨은 '학생 모임 등록 제도'를 통하여 학내 학생 모임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기초로 활동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었다. 학생 모임 등록 제도를 통하여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모임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주지 않았고 학교 컴퓨터 시스템을 통한 활동도 할 수 없도록 했으며, 모임에 관련된 활동과 유인물에 학교 이름과 로고를 쓸 수 없도록 했다.

해스팅 로스쿨은 기독교인 법률 모임이 학생 모임으로 등록하려 하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유는 기독교인 법률 모임이 회원을 모집하는데 있어 비기독교인과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학교 측은 기독교인 법률 모임의 그러한 원칙이 학교의 '비차별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 그 원칙에 위배되는 기독교인 법률 모임을 학내의 공식 학생 모임의 하나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학생 모임이라 할지라도 공화당 지지자도 원하면 회원으로 받아 주어야 하고, 이슬람 종교를 가진 학생 모임이라 할지라도 유태인 학생도 받아주어야지 기독교인의 모임이라고 해서 비기독교인과 동성애자를 회원으로 받아 들이는 것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종교, 인종, 피부색, 출신 국가, 장애, 성적지향, 성, 나이 등 어떠한 것을 이유로도 학생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학교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기에 기독교인 법률 모임이 '비기독교인'과 '동성애자' 회원 가입을 거부하는 한 학교도 기독교인 법률 모임을 학내 모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기독교인 법률 모임, 학교 상대로 위헌 소송 제기

기독교인 법률 모임은 해스팅 로스쿨 학생 모임으로 등록이 거부되자 공립학교로서 위헌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캘리포니아 주립학교 중 하나인 해스팅 로스쿨은 주정부로부터 기금을 보조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일종의 정부 기관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정부기관이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 될 경우 그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연방 법원에 위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기독교인 법률 모임은 학교 당국이 자신들을 학내 모임으로 인정해주지 않음으로써 학교가 학내 모임에 지급하는 보조금도 받지 못하게 되는 등 부당하게 학생 모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침해 되었다고 위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연방 대법원, '지위'에 기반한 불관용에 대한 거부 지지

이에 대해 미국 연방 대법원은 해스팅 로스쿨이 기독교인 법률 모임을 학내 학생 모임으로 인정하지 않은 행위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다수 의견을 쓴 긴스버그 판사는 만일 그 학교에 '남성 우월 클럽'이 있는데 이 모임이 어느 여학생이 그 모임의 대표자 선거에 나간 것을 거부했을 경우 그것이 단지 여학생이 남자가 아니고 여자이기 때문에 거부한 것인지 아니면 그 여학생이 남성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여 공립학교 내 사적 모임이라 할 수 있는 '남성 우월 클럽'이 남성의 우월성을 지지하고 믿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회원 가입이나 대표자 선거 입후보를 제한 할 수는 있지만 성 자체를 기준으로 회원가입과 대표자 입후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방식으로 논리를 전개하였다.

이러한 논리는 언뜻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과 동성애자들의 회원 가입을 거부한 해링턴 로스쿨 기독교인 법률 모임의 주장을 지지하는 근거로도 보일 수 있다. 기독교인 법률 모임역시 비슷한 논리로 특히 자신들이 동성애자를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 동성애 성향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동성애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하는 믿음과 동성애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이라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긴스버그 판사는 "유대인들이 쓰는 작은 모자를 쓴 사람에게만 세금을 부과한다고 하는 것은 유대인에게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라는 비유를 들어 동성애를 '행위(conduct)'와 '지위(status)'로 구분하여 지위는 인정하지만 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며 기독교인 법률 모임의 비기독교인, 특히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문제 삼아 그 모임을 학내 정식 모임으로 인정하지 않은 학교 당국의 손을 들어 주었다.

다수 의견에 동의하는 의견을 쓴 스티븐스 판사는 "자유로운 사회는 기독교인 법률 모임과 같은 모임에도 관용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공식적인 승인을 하거나 혹은 로스쿨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에까지 똑같은 권리를 보장 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관용은 무조건 적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판결문에서 '지위'라고 표현된 성적지향 등을 기준으로 한 불관용과 차별행위에 대해서는 관용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관용일 수 있다는 취지의 해석으로 받아들여지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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