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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추진 '서울대 법인화' 수면 위로…학내 반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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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추진 '서울대 법인화' 수면 위로…학내 반발 움직임 민교협 "서울대 법인화는 고등교육 재앙"…총학생회도 찬반 투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서울대학교 총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서울대 법인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일 입법예고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법인화 법안)'을 놓고 서울대 내 갈등이 확산될 조짐이다.

법인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서울대는 독립된 권리와 의무를 가진 '법인'이 된다. 현재는 서울대 설치령에 따라 교과부의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받지만, 법인화 이후에는 사립대학처럼 학교가 사실상 '이사회 소유'가 된다. 따라서 각종 수익 사업이나 기금 모금이 가능해져, 대학의 상업화 논란 역시 거세질 전망이다.

정운찬 전 총장 때 본격적으로 논의…국무총리 취임 이후 추진 불붙나

서울대 법인화 논의는 1995년 이수성 총장 당시 '서울대 2000년대 미래상'이 나오면서 물꼬를 텄고, 2002년 정운찬 전 총장 시절 본격적으로 탄력받기 시작했다.

정 전 총장은 퇴임을 앞둔 2006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가 법인화되면) 말하자면 사립대가 되는 것이고 하나의 커다란 기업이 되는 셈"이라며 서울대 법인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 그는 지난 6월 농·식품생명과학 세미나 자리에서 "서울대 경제학과의 경우 교수 30여 명에 담당 직원은 5명 뿐"이라며 "선진국 대학의 수준에 맞게 직원 수를 늘리고 인력의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대 법인화에 찬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6년 후임 총장으로 당선된 이장무 총장은 "전임 총장의 뜻을 계승하겠다"며 서울대 법인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지난해 법인화 추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법인화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정운찬 전 총장의 국무총리 지명 이후 국·공립대 교수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국립대 법인화 찬성론자인 정 후보자가 재임 시기 이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울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교협)' 최무영 회장은 "정운찬 전 총장은 학교 내에서 법인화 추진을 위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보였지만 당시에는 학내 반발로 잘 이뤄지지 못했다"며 "서울대의 '선도적 위치'를 강조하는 정 전 총장의 엘리트주의적인 성향으로 봤을 때, 그의 국무총리 취임 이후 법인화 움직임이 더 가속화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 서울대 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는 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일 교과부가 입법 예고한 '서울대 법인화 방침'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프레시안

지난 2일 교과부의 입법예고 이후 이같은 우려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서울대 민교협은 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법인화 방침은 대학을 시장 논리에 내맡겨 향후 고등교육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발표했다.

서울대 민교협은 이 자리에서 "학교 측은 법인화의 추진 이유로 '자율성 확보'를 내세우지만, 법안이 말하는 자율성의 주체는 법인과 이사회 등 운영자를 뜻할 뿐, 교육과 연구를 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포괄하지 않는다"며 "법인화로 오히려 정부 통제가 극대화되고 대학의 공동체적 속성은 약화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교과부의 법인화 법안에 따르면, 이사진에 교과부 차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연직으로 들어오고, 학교 운영에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항이 늘어난다.

이에 대해 디자인과 김민수 교수는 "법인화가 추진되면 교수와 교직원들이 학자로서의 양심에 따른 비판적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을 것"이라며 "교수들이 피고용인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학교와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국립대학의 '사회적 책무', 법인화로 사라지나

교과부와 서울대의 '대학 재정 확충 논리'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민교협은 "재정 지원에 대한 법인화 법안의 요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학교는 수익 사업이나 기부금에 목을 맬 것이고, 결국 손쉬운 해결책인 등록금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법인화 법안이 통과되면) 국립대학교로서의 사회적 책무는 사라지고, 교육과 연구에 있어서 대학의 공공적 성격과 시장 수요 간의 균형이 깨질 것이다"라며 "대학은 기업과는 다른 존재 이유를 갖는 고유한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주의에 휘말려 교육과 연구라는 역할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인화 이후 서울대가 소위 '돈 되는 학문'에만 투자해 기초 학문이 고사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인화 법안이 학내에서 논의되기까지의 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는 "그간 법인화 법안은 학교 구성원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대학본부와 정부가 밀실에서 협상하여 마련한 안"이라며 "지금이라도 졸속 추진을 중단하고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진정한 대학 개혁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대 민교협은 오는 22일 학내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서울대 법인화와 관련한 공개 토론회를 열고, 공무원노조·대학노조·국립대학교육연합회와 함께 법인화 저지를 위한 여러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서울대 총학생회는 오는 21일부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법인화 찬반 총투표'를 사흘간 실시한다. 총학생회는 총투표 결과 반대 의견이 우세한데도 본부가 법인화를 강행한다면, 동맹 휴업의 가능성 역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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