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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유승민 '통합 드라이브'…'5.18 특별법'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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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유승민 '통합 드라이브'…'5.18 특별법' 디딤돌 안철수 "공조 시작됐다"…유승민 "연대 영역 넓혀가겠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도부가 연일 '통합'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학 특강을 통해 제3지대 통합의 당위성을 설파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연대의 디딤돌로 평가받는 '5.18 진상규명 특별법'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전향적 태도를 드러냈다.

안철수 "제3지대 두 당으로 분리돼 있어 여당 유리"…국민의당, 당무위 소집

안 대표는 29일 서울대 특강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는 분권이고, 분권의 핵심은 다당제"라며 "이념 정당이 아닌 문제 해결 정당이 필요하다. 그게 중도개혁 정당의 지향점이다. 그래서 국민의당, 바른정당 같은 제3지대가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특히 "민주당은 지금 구조가 제일 좋을 것"이라며 "한국당은 거의 미래가 없고, 제3지대는 두 당으로 분리돼 있어 (비 여당) 지지자 관점에서 보면 어디를 지지해야 할지 고민되는 지점이 많다. 그래서 이 구도로 선거를 치르면 정부·여당에 좋은 구도"라고 제3지대가 두 당으로 분리돼 있는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안 대표는 "지금 바른정당과 연대를 하려고 하고 있다. 오늘 정책연대 협의체가 구성, 시작됐다. (정기국회) 남은 시간 동안 예산과 선거법·방송법 개정 등 부분에 대해 지금부터 공조를 할 것"이라며 "지역 기반이 다른 정당끼리 힘을 합칠 수 있느냐고 하는데, 원래 시너지는 차이에서 나온다. 지역 기반의 차이를 극복하고 협력할 수 있으면 시너지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날 국민의당 지도부는 다음달 5일 당무위원회 소집을 의결해 눈길을 모았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당무위 개최 결정을 알리며 "당무위에서 재정관리체계 정비와 당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예산결산위, 당무감사위 위원장과 위원을 임명하고, 지방선거 준비와 관련된 시급한 사항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 측은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을 추진해 왔으나 2차례의 의원총회에서 호남계 의원들의 반대 의견이 분출되면서 '일단 정책연대·선거연대부터 한다'는 식으로 봉합을 이뤄놓은 상태다. 이 상태에서, 당무위 소집이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안 대표 측의 승부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것.

안 대표는 의원총회 '끝장토론' 다음날인 지난 22일 "의원총회는 정당의 중요한 하나의 축이기는 하지만, 당의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는 아니다"라며 "당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는 최고위원회,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전당대회"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국민의당 최고위는 구성원 7명 가운데 안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장진영·박주원·이태우·최명길 최고위원 등 6명이 통합 추진파로 분류되고 있고, 반대파는 박주현 최고위원 1명이다. 만약 당무위에서 '지방선거 준비 관련 시급한 사안'에 대한 의결권을 최고위로 위임하게 되면, 통합 추진 움직임에 더 가속이 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5.18 특별법, 반대할 이유 없다"


바른정당에서도 유승민 지도부는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유승민 대표는 국민의당이 추진하고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과 관련해 "우리 당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 협의체에서 충분히 합의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결과, 5.18 진상조사 특별법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집단 학살, 암매장 등 구체적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는 법"이라며 "보수 진영에서 이 법과 관련해 굉장히 조심하고 있고 예민한 이슈이지만, 구체적 의혹에 대한 객관적 조사라면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정치 목표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에 관련해 "예산에 대해 협력을 이뤄서 어떻게 우리의 입장과 대안을 관철하느냐가 (연대의) 1차 시험대"라며 "예산 부수법안 25개를 포함해 방송법, 선거연령 인하, 규제 개혁,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노동개혁 관련 법안에 양당이 큰 생각차가 없다. 협력하며 연대 영역을 넓혀 가겠다"고 했다.

국민의당에서는 유 대표의 발언에 대해 김철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어 긍정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안 대표의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김 대변인은 이 논평에서 "유 대표의 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협력을 환영한다"며 "바른정당이 늦게나마 과거의 진실을 규명하고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나선 것은 미래로 가기 위한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했다.

다만 이날 오전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한 정책연대 협의체 발족식에서 나온 '합의사항'에는 5.18 진상규명 특별법은 빠졌다. 양당 합의문을 보면, 이들은 예산과 규제프리존법 등 8개 법안에 대해 공동 대응을 하기로 한 반면 5.18 진상규명 특별법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법안 등에 대해서는 "긴밀한 논의를 진행한다"고만 돼 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과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원내대표 대행 겸임)과 오신환 의원이 참석한 이날 정책협의체 출범식에서 양당은 △공무원 17만 명 증원 예산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고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 3조 원은 적절히 삭감돼야 하며 △규제프리존법·방송법·국회법·공직선거법(선거연령 18세 인하 부분)·특별감찰관법 등 8개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양당 대변인단은 공동 논평을 내어 "두 당 정책연대가 시작부터 붕정만리같을 수는 없다"며 "다름을 오류라고 인식하지 않고 차이를 잘못이라고 지적하지 않는 너그러운 배려와 진지함 속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함 속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마음으로 논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론도 여전…"물흐르듯이 안될 것", "통합추진 중단해야"

물론 두 당 모두 통합 반대파의 움직임도 만만찮다.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인 김경진 의원은 평화방송(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민주당이나 한국당과 협상하는 부분도 지금 명확히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바른정당과의 공조 문제까지 같이 논의를 하면서 협상을 하면 너무 복잡한 함수와 방정식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편하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간 자체가 워낙 촉박한 상황"이라고 현실적 이유를 들어 회의론을 폈다.

통합을 강하게 반대해 온 호남 중진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광주일보>가 국민의당 소속 호남 지역 의원 23명 중 20명이 통합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수조사 결과를 보도한 데 대해 "절대 다수 의원의 반대가 확인됐기에 안 대표는 통합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의원도 같은 보도를 인용하며 "국민의당 지역구 의원 거의 모두가 반대하는 '통합'은 이제 물 건너갔다. 국민의당이 살 길은 평화와 개혁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내에서도 남경필 경기지사는 국민의당이 아닌 한국당을 통합·연대의 우선적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 대표에게 날을 세우고 있다. 남 지사는 전날 블로그에 글을 올려 "보수와 중도가 나름의 명분과 이유로 통합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며 "보수를 먼저 통합한 후 중도라는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 그 흐름으로 국민 전체의 통합을 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보수의 통합과 개혁이 선행돼야 온전한 보수-중도 통합도 가능하다. 선(先) 보수통합이 필요한 이유"라며 "일의 순서를 바꿔 잘못된 길로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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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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