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아웅산 수치 침묵 속에 아이들이 산채로 태워지고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아웅산 수치 침묵 속에 아이들이 산채로 태워지고 있다 [함께 사는 길] 제국주의가 낳은 로힝야족의 비극
"군인들이 아이들을 산채로 태웠고,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했다. 달아나는 주민들에게는 총격을 가했다. 미얀마 군의 인권유린은 사실이며 폭력은 폭넓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를 비롯한 58개 국제 시민사회 인권단체들이 지난 11월 2일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의 일부다. 이들은 잔혹 행위를 벌이고 있는 미얀마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른 경제 제재를 촉구했다. 미얀마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보트를 타고 미얀마를 탈출해 방글라데시에 도착한 로힝야족. ⓒDan Kitwood

미얀마의 소수민족 로힝야족

소수민족인 로힝야(Rohingya)족에 대한 인종청소 문제는 미얀마 라카인(Rakhine)주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얀마는 수십 년에 걸친 군부독재 끝에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를 향한 과도기를 밟아 가고 있던 터였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8월 일어났다.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이 8월 25일 라카인주에서 미얀마 정부를 상대로 항전을 선포하고, 국경 인근의 경찰 초소 30여 곳을 습격한 것이다. 이에 미얀마 군은 반군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대대적인 병력을 투입해 군사작전을 펼쳤다. 토벌과 다름없는 무차별 군사작전은 두 달 넘게 계속됐고, 그 결과 60만 명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로힝야족 난민들은 미얀마 군이 토벌 작전을 벌이며 살인, 방화, 성폭행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국제 민간기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며 국제사회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의 이번 로힝야족 사태를 '인종 청소'로 규정, 미얀마 정부를 향해 군사작전의 즉각 중단과 국제 구호단체가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인구 5500만 명의 미얀마는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불교를 믿는 버마 족이 68퍼센트로 제일 많으며 샨족(9퍼센트), 카렌족(7퍼센트), 라카인족(4퍼센트) 등 소수민족의 수도 매우 다양하고 많다. 로힝야족은 인구 2퍼센트를 차지하는 소수민족이며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는다.

로힝야족은 전 세계에 200만 명이 있으며, 미얀마에 13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미얀마가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 전까지 로힝야족은 원래 남아시아 출신으로 인도 인근 지역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았다.

하지만 1885년 영국은 미얀마를 인도의 한 주로 편입하면서 로힝야족을 비롯한 인도인들을 미얀마로 강제이주 시킨 뒤, 미얀마 인들을 소작농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이는 영국의 분리통치 지배방식의 일환이었다. 분리통치란 언어, 인종, 이념 등이 다른 부족들을 서로 싸우게 해서 약해진 양쪽을 적은 힘으로 동시에 제압하는 전략을 뜻한다.

로힝야족은 영국의 비호 아래 미얀마 정부의 요직을 차지했고, 각 지방의 주요 관직에 배치되어 영국의 미얀마 수탈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미얀마의 독립운동 과정에서 로힝야족은 영국 편에 서서 많은 미얀마 인을 살상하기도 했다.

르완다 인종청소 이후 최악의 참사

▲18살 소년은 로힝야족이란 이유로 버마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았다. ⓒDan Kitwood
로힝야족 갈등은 과거 제국주의 전쟁의 소산인 한편 현대 미얀마 정부가 야기한 문제이기도 하다. 미얀마는 1948년 1월 4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하지만 미얀마는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고 이들을 불법체류자로 취급해왔다.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라카인 주에 몰아넣고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를 금했다. 모든 참정권을 박탈하고 2인 이상 자녀를 갖는 일도 막았다. 이 같은 악조건에서 로힝야족 청년들은 IS 등 이슬람 근본주의에 빠져들게 됐고 미얀마-로힝야족 사태는 폭력의 악순환에 걸려들었다.

역사적 증오 속에 반목해 왔던 로힝야족에 대해 미얀마 정부군은 지난 8월 로힝야족 ARSA의 공격을 빌미로 탄압을 본격화했다. 무자비한 폭력과 강간, 살인을 피해 로힝야족은 이웃 나라인 방글라데시로 향할 수밖에 없었고 이번에 이동한 난민만 60만 명을 넘어섰다고 알려졌다. 방글라데시에 있는 11개 로힝야 난민 수용소 가운데 6개가 최근 지어졌다.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 정부는 난민 대란을 치르며 미얀마에 항의하는 중이다.

하지만 난민송환을 위한 방글라데시-미얀마 간 양국 회담에서 미얀마는 하루에 300명만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얀마는 꼼꼼한 신분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지만 이 경우 전체 난민송환에 6년 이상이 소요돼 방글라데시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난민 대부분이 실제 미얀마 국적이 없고, 미얀마 내 거주 사실을 증명할 서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로힝야족 사태로 인해 미얀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가자문역을 맡고 있는 아웅산 수치가 현 상황에 침묵하는 것에 대하여 실망스럽다는 여론이 높다. 한 편에서는 아웅산 수치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철회해야 한다는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유니세프는 8월 25일 이래 방글라데시에 도착한 로힝야 난민 아동 5만9000여 명을 진찰한 결과, 1970명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려 있으며 7000명은 보통 상태의 영상실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와 휴먼라이츠워치는 미얀마 군인들이 로힝야족 여성과 소녀들을 상대로 집단 성폭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번 사태를 1994년 르완다 인종청소 이후 최악의 참사로 규정했다.

미얀마 정부가 폭력의 악순환 끊어야

유엔난민기구는 전 세계 75개국 320만 명이 국적 없이 살고 있는 문제가 있으며 실제 무국적자는 10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얀마 로힝야족, 시리아 쿠르드족, 옛 유고연방의 집시, 케냐 펨바족 등이 무국적자로 방치되어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국주의 전쟁으로 인한 과거사는 안타깝지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미얀마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잔혹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