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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보수, 안보는 더 보수, 통합당의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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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제는 보수, 안보는 더 보수, 통합당의 좌표 김동철 교섭단체대표연설 "美에 핵공유 요구"…安 "北 열병식 중단 요청해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앞둔 국민의당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보수 색채를 더 강화하고 있다. 정당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국에 핵공유협정 체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당 대표도 이날 당 지도부 회의에서 한미관계 악화 우려를 내놓으며 "정부가 북한에 열병식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에서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가공스러울 만큼 고도화됐다. 이제는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할 때"라며 "북한은 결코 핵 포기 의사가 없다. 따라서 만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그리고 이 경우에도 중국이 원유공급 전면 중단과 같은 강력한 조치로 북핵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는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처럼 미국에게 당당히 핵 공유 협정 체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 중국이 움직일 것"이라며 "다만 우리의 핵공유 목표는 핵공유 자체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중국이 원유공급 즉각 중단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 역시 미국과의 핵공유 협정을 즉각 폐기하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모처럼만에 남북대화가 재개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고 평가할 만하다"며 "이번 대화를 계기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더 나아가 남북공존을 위한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이같이 강경론을 폈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그는 "최근 벌어진 빅터 차 주한미대사 지명철회 사태는 흔들리고 있는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미공조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소음으로만 치부하고 있어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문재인 정부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져 있다. 북한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못해 한미공조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미국이 마식령 스키장 전세기에 대해 불과 2시간 전에 동의한 것은 분명한 불만의 신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대 압박작전' 거론도 , 빅터 차 내정자가 '코피 터뜨리기' 정책 반대를 이유로 임명 철회된 것도 분명한 신호"라며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이유로 더 이상 한미공조에 예외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최근 미 외교안보 라인 곳곳에서 북한 열병식에 대한 불만과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며 "북한에 열병식 중단을 당당히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미 군사훈련은 하지 않는데, 북한의 군사훈련은 해도 된다는 것이냐"고 했다.

이는 자유한국당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평창 동계올림픽 전야제 날에 평양에서 건군절 군사 열병 퍼레이드를 하겠다는 김정은에게 '우리는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시켰으니 너희도 군사 퍼레이드를 중단하라'고 지금 당장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김동철, 전방위적 文정부 비판…'경제·사회정책도 보수?'

이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김 원내대표는 외교안보 분야뿐 아니라 경제 및 정부 운영 등 전 분야에 걸쳐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시장과 싸우는 아마추어 정부"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며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했다. 그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시장을 상대로 소모적 싸움을 벌인다"며 그 사례로 "출범 직후부터 일자리 정부를 강조하고 소득주도성장을 외쳤지만, 비정규직 대책,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정책, 말 폭탄·규제폭탄·세금폭탄의 부동산 대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시장기능이 아니라 정부가 밀어붙이면 해결될 것처럼 착각하는 데서 지금의 혼란과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시장을 움직이고 민간을 견인해서 비정규직을 줄이려는 노력 대신, 정부의 지시와 압박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비정규직에 대한 희망고문이 된 비정규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취약계층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했는데, 오히려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역설적인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수혜자가 되어야 할 경비원, 택배기사, 편의점 알바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오히려 감소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 증가, 중소기업의 감원 태풍이라는 엄청난 부작용이 우리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열 곳 중 아홉 곳은 최저임금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인력 감축, 제품가격 인상, 무인화․자동화에 나서겠다고 한다"는 것,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충격이 단기적·일시적이라고 보았지만, 한국은행 '2018년 경제전망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올해 신규고용이 최대 2만 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우리경제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대사건"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대신 근로장려세제(EITC), 실업급여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노동시간 단축 문제도, 당장 견디지 못하는 3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노사가 합의한다면 다만 몇 년 만이라도 유예해 줘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 대책에 대해 그는 "지난 해 추경과 본예산을 통해 일자리 분야에만 19조2000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 그려진 청년실업률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라며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만든 '일자리위원회'는 위원회 구성원들만의 일자리만 만든 셈"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통한 내수활성화를 이끌어야 하고 무엇보다 과감한 규제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며 "오죽하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사회주의 중국보다 규제가 더 많은 곳'이라고 한탄하겠느냐"고 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출범 8개월 만에야 규제개혁을 언급했지만 진정성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며 "이제라도 규제개혁, 노동개혁,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만 하더라도 수능 절대평가 유예, 초등학교 한자 병기 백지화,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철회 등 오락가락 정책으로 학부모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강남 집값 폭등만 초래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헛발질과 정책혼선으로 평지풍파만 불러일으켰다. 탈원전(탈핵) 정책도 국민 동의 없는 일방적 정책으로 원전(핵발전소) 24기 중 11기를 세워놓고 올 겨울에만 벌써 7번째 기업·공장에 전력사용 감축을 강제해 수천억 원의 국민 세금을 물어줬다"고 이를 싸잡아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주장했다.

'안보는 보수, 경제·사회는 진보'라는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전략과는 달리, 경제·사회분야 정책에서도 국민의당, 나아가 통합 신당이 보수화되는 신호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문재인 정부 비판은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데까지 나아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는 청와대가 주도하고, 만기친람하며,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이는 국정 운영 방식:이라며 "지난 8개월 동안 야당과의 소통, 전문가들의 조언, 국민적 공감대는 철저히 무시되었다"고 했다.

그는 "그 결과 문재인 정부의 총리와 장관들은 존재감 없이 사라지고 '총리 패싱', '장관 패싱'이 일상화된 나라가 돼 버렸다"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군사협정문제를 수습한 건 외교부 장관이나 국방부 장관이 아닌 청와대 비서실장이었고, 최저임금 현장점검에 나서고 TF단장을 맡은 사람은 경제부총리나 고용노동부 장관이 아닌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한 것은 법무장관이나 행정안전부 장관이 아닌 민정수석이었다"고 지적했다.

적폐 청산에 대해서도 "적폐 청산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시간을 5년 내내 적폐청산으로만 채울 수는 없다.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신성장동력 발굴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일은 언제 할 것이냐"고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단 그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청와대가 나서면 개헌은 더더욱 요원해진다. 개헌은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면서도 그 방향에 대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거나, 여의치 않다면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라도 비례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상대적으로 보수 야당보다는 정부·여당의 입장과 유사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그는 최근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내분을 겪고 있는 데 대해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앞서, 최근 저희 당이 당내 갈등과 분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국민의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국민이 만들어준 국민의당을 지키지 못하고 분열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당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과 통합을 앞두고 있는 바른정당은 유의동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김 원내대표의 연설에 극찬을 내놨다. 유 수석대변인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은 이 정부를 향해 울리는 엄중한 경적"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 거의 없었다"고 호평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지적이 국민의당만의 외침이 아니라, 회초리를 들기 직전인 국민들이 이 정부에 보내는 경고음이라는 점"이라며 "내부에 자기반성을 위한 쓴소리가 없다면 오늘의 이런 경적이라도 귀기울여 경청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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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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