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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진보의 증거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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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능한 진보의 증거를 만들겠다" [인터뷰] 취임 1년 맞는 송영길 인천시장
1년만에 행정가가 다 돼 보였다. 인터뷰 시작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결제를 받으려는 인천시 공무원들의 줄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그 줄은 고스란히 송영길 인천시장이 마주하고 있는 무게를 보여주는 듯 했다.

9조4000억 원의 빚을 처음부터 안고 시작한 길, 송 시장은 꼭 1년만에 <프레시안>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지난 1년은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 한 해였다"고 입을 열었다. 무분별하게 꼬여 있던 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의 실타리를 풀어 정리하면서 남겨둘 것과 버릴 것을 가려내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얘기다.

안상수 전 시장과의 차별성은 예산 집행에서도 드러나고 있었다. "가능한 토목·건축보다는 사람에 투자하려고 한다"는 송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총 7.7% 삭감된 예산을 아끼고 아껴, 복지와 교육 분야 예산은 되려 늘렸다고 강조했다.

송 시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놓고 "그 자체가 포퓰리즘"이라고 일갈했다. "표를 가진 유권자인 대학생의 '등록금 인하' 요구는 들어주고 아이들은 표가 없으니 밥 먹이는 것도 안 된다고 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여전히 진보의 가치와 발전의 욕구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들도 많다. 인천 송도 영리병원이 대표적이다. "일방적 추진은 하지 않겠다"는 송 시장의 말은 스스로의 설명대로 "찬반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겠다"는 의미로도 들리고, 여전히 "반대론자를 설득해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의료 민영화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반대 목소리에 무조건 손을 들어줄 수 없는 것은 "송도에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는 것이 학교와 의료"이기 때문이다.

"진보가 단순히 분배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고 남북관계에서도 유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마지막 말과도 연결되는 고민이었다. "유능한 진보의 증거를 만들겠다"는 그에게는 남은 시간은 아직 3년이다.

다음은 24일 오후 인천시청에서 진행된 송 시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이날 인터뷰는 <프레시안> 임경구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 송영길 인천시장. ⓒ프레시안(최형락)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 한 해였다"

프레시안 : 취임한지 꼭 1년이 됐다. 정치인으로 지내다 행정일선에 직접 서 보니 어떤지 궁금하다.

송영길 : 확실히 신중해진다. 국회의원에 비해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보니 말도 신중해지고 책임감도 훨씬 크다. 심리적 부담감도 더 크다. 내가 좋은 상황에서 취임한 것이 아니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청와대 들어오니 외환보유고 39억 남았더라"는 말이 실감나는 상황이었다.

프레시안 : 인천시에서도 시정운영평가를 하고 있을텐데, 어떤 의견들이 수렴되고 있나.

송영길 : 평가는 다른 사람들이 할 것이다. 내가 나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어쨌든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기 위해서 동분서주한 한 해였다.

프레시안 :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걸림돌은 무엇이고 디딤돌로 만든 것은 무엇인가.

송영길 : 걸림돌은 아무래도 대형 프로젝트 사업이다. 수익성도 안 나고 전망도 안 보이는 사업들이 너무 많았다. 루원시티나 밀라노디자인시티, 송도 테크노파트, 검단 신도시, 도화지구 개발사업 등 한 두 개가 아니다. 전부 수백억, 수천억 씩 들어가는 프로젝트들인데 이런 것들이 다 엉켜 있었다.

그 사업들에 투자한 특수목적법인(SPC)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점검해보고 수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 그 걸림돌을 일일이 가닥을 잡아 가능한 사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발버둥쳤다.

"토목·건축보다 사람에 투자하려 노력해 왔다"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1년 시정운영의 성과로 자부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송영길 : 무엇보다 (시장이) 안 바뀌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냐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동안 가려져 있던 실상들이 지난 1년 동안 많이 드러났다. 취임 직후에는 선거 때 공약을 정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계양산 골프장은 폐기하기로 결정했고 인천만 조력발전도 민관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반대 의견으로 정리했다.

212군데나 지정돼 있었던 재개발, 재건축 사업도 50여 곳으로 축소했다. 앞으로도 조금 더 축소할 예정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빗물이 새고 곧 무너질 것 같아 주거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당장 살기 어려운 곳을 중심으로 할 예정이다. 멀쩡한 주택을 때려부숴 자산가치를 올리려는 식의 사업은 가능한 연기하거나 주민들의 뜻에 따라 해제시키고 있다.

중요한 도하지구 개발사업도 가닥을 잡았다. 3~4년 동안 임대차 상인들의 요구가 정리되지 않아 중단돼 있었던 동인천 북광장 도시재생사업도 협의를 통해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루원시티도 비슷하게 정리되어 곧 철거 작업에 들어간다.

노사관계에서는 3년 넘게 끌어온 GM대우 자동차의 비정규직 문제를 인천시가 중재에 나서 해결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우리부터 모범을 보이자고 해서 각 공사, 공단부터 하나 하나 점검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보이지 않는 변화다.

예산만 놓고 보면 가능한 토목·건축보다는 사람에 투자하려고 한다. 올해 인천시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7.7% 삭감됐는데 복지와 교육 분야 예산은 각각 11%, 14%씩 지난해보다 늘렸다. 친환경 무상급식도 초등학교는 전면 실시하고 중학교 운영비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12세 이하 아동에 대한 필수예방접종도 무료로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셋째 아이는 출산 장려수당 300만 원 지급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둘째 아이도 200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출산과 보육 분야에 가장 많이 집중했고 교육 분야도 나아졌다. 그동안 인천이 교육청 평가에서 매번 꼴등을 했었다. 16개 시도 가운데 15~16등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서울 경기와 가까운 것이 오히려 흡입 효과를 일으켜 우수 학생이 많이 빠져 나갔었다. 그런데 학력 선도학교, 잠재 성장학교를 모집해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해 많이 올라갔다. 논란은 있지만 이번 평가에서 인천이 2등을 했다.

프레시안 : 취임 100일 때 '경제수도 건설'이라는 목표를 정했었다. 지난 1년의 노력이 그와도 연결돼 있을 것 같은데 아직 평가가 다소 이른감은 있지만 그 구상이 어느 정도까지 도달됐는지 자평해 본다면?

송영길 : 경제수도는 송도 경제자유구역을 세계 3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발전시켜 인천 성장의 동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 성과로 보육, 일자리, 교육을 채워갈 계획이다.

지난 1년 동안은 일단 송도부터 살려야겠다 싶어서 송도를 위해 열심히 뛰었다.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와 롯데의 투자도 이끌어냈고 삼성바이오도 유치했다. 이달 중으로 미국의 Pratt & Whitney(P&T)사와 영종도에 항공엔진정비센터를 건립하는 투자 계획을 체결한다.

특히 교육과 관련해 2~3개 정도 자율형사립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하늘고등학교로 반응이 좋고, 포스코에 송도에 자사고를 하나 설립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송도에는 최근 연세대 인천분교가 개교했고 글로벌 캠퍼스가 문을 열 예정이다. 인천의 교육 환경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청년 일자리는 제물포에 스마트 타운이라고 벤처 기업 육성을 통해 인턴십을 늘려갈 계획이다. 인천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제조업이 적었는데 1000개의 비전기업을 지정해 금융, 세제 혜택을 주고 일자리를 늘리려고 한다.

"오세훈, 논리가 궁색하다"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무상급식은 어떤가? 서울과 달리 인천은 의회와 큰 마찰은 없어 보인다.

송영길 : 어렵긴 한데 현재는 초등학교 3~6학년에서 실시하고 내년에는 1~2학년까지 확대한다. 중학생은 당장 포함시키기는 재정 문제로 쉽지 않다.

프레시안 :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놓고 주민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송영길 : 논리가 궁색한 것 아닌가. 주민투표에만 150억 원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만큼의 돈을 써서 해야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먹는 문제 아닌가. 한나라당은 대학 등록금도 30%까지 낮춰주겠다면서 초등학생 밥 먹이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그 자체로 포퓰리즘이다. 대학생은 표를 가진 유권자이니 요구 사항을 들어주고 아이들은 표가 없으니 안 해주는 건가?

선별적 복지가 필요한 영역도 있지만, 보편적인 복지가 필요한 영역이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에게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는 것을 선별적으로 할 수 있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하철 돈 내고 타게 하려면 오히려 행정력이 더 든다. 이건희 회장의 손자도 공짜로 밥 먹어야하냐고 하는데 사실 그런 사람들의 숫자는 극히 적다. 그들은 세금을 잘 내면 된다.

이 문제를 놓고 마치 나라를 구하는 전사의 입장인 듯 말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인천시 부채, 2014년이면 하향 곡선으로 관리될 것"

프레시안 : 지난해 당선 인터뷰에서도 송 시장이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이 재정이었다. 인천시의 부채가 지난해 7조 원에서 올해 10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들었다. 현재 인천시의 부채가 늘어나는 이유를 말해달라.

송영길 : 인천시 자체의 부채는 3조 원 정도다. 인천시도시개발공사(인천도개공)의 부채가 6조 원이이니 총 9조 원 정도 된다.

일시 부채는 아시안게임과 인천 지하철 2호선 공사 때문에 앞으로도 추가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천도개공은 검단 신도시, 하늘도시 등에 수천 억 원의 돈을 투자해야 한다. 검단 신도시만 해도 공사 규모가 15조4000억 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우리가 반반 내게 돼 있다. 이런 사업은 중간에 멈출 수도 없다. 완성을 시켜 분양을 해야 현금이 회수된다. 지금 단계에서 부채는 불가피하게 추가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2013년부터 조금씩 회수될 것이다. 가능한 추가 토목사업은 확대하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에 2014년 아시안 게임이 종료되면 인천시 부채도 하향 곡선으로 관리될 것으로 기대한다.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부채가 너무 늘어나다보니 일각에서는 아시안게임을 반납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송영길 : 반납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미 투자된 돈도 엄청난데다, 반납하게 되면 인천의 신뢰도도 저하된다. 어차피 유치된 것이니 현재 조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인천은 여전히 서울이나 부산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다. 힘이 들더라도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장기적으로 인천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아시안게임 주경기장도 논란 거리 가운데 하나 아닌가.

송영길 : 설계를 변경해서 축소했다. 당초에는 7만 석 규모로 5400억 원이 들어가는 공사였다. 당선되자마나 쿠웨이트에 가서 세이크 아마드 파하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을 만났다. 반드시 7만 석일 필요는 없다고 해서 6만 석 규모로 줄였다. 그 중 3만 석은 가변석으로, 3만 석만 고정석으로 만들 예정이다. 그러면서 줄어든 공사비가 700억 정도 되고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해 총 1300억 원을 줄였다.

그리고 나도 공사비가 4100억 원 정도 들어간다. 이 가운데 30%를 국고에서 지원 받으려고 뛰고 있다. 정부가 지원해주면 2500억~2600억 원 정도만 인천시가 부담하면 된다.

프레시안 : 부채가 송 시장의 임기 내내 발목을 잡을 것 같은데 신도시 개발이 완료한다 하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분양을 장담하기 어렵지 않나. 주경기장도 부대비용까지 생각해야 하는데 사후 활용계획을 잘 짜야할 것 같다.

송영길 : 문학월드컵경기장은 연 40억 원의 관리비가 들어간다. 수익은 22억~23억 수준이다. 약 18억 원 정도를 보조해줘야 하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지은 경기장이 전국적으로 대부분 적자다. 서울 상암동 경기장만 흑자로 돌아서고 있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은 상암경기장을 벤치마킹해서 흑자가 될 수 있도록 설계에서부터 신경을 썼다. 높이도 조금 높게 만들어서 천장이 열릴 수 있도록 하고 칸막이를 빼면 언제든 컨벤션도 할 수 있도록, 변형 가능하게 설계했다. 웨딩홀이나 대형마트 등 수익시설을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반영했다. 사실 주경기장 위치가 좋다. 인천공항에 바로 직선으로 연결된다. 아울렛과 같은 판매시설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천공항 민영화, 유일한 이유는 급전"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인천공항 얘기로 넘어가보자. 이명박 정부가 갑자기 또 민영화 얘기를 꺼내 들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송영길 : 특별한 이유를 발견하기가 어렵다. 급전이 필요한 거 말고는 다른 설명이 어렵다. (정부는) 51%는 국가가 소유하니 민영화는 아니라고 하면서 그 명분으로 선진경영기법 도입, 전략적 제휴를 통한 환승객 증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선진경영기법은 인천의 사례를 배우러 다른 나라 공항에서 찾아오고 있다. 최근에도 세계 최고 공항이라 하는 네덜란드 스키폴공항과 프랑스 샤를드공공항 관계자들이 찾아와서 전략적 제휴를 하자고 한다. 그러니 명분이 약하다. 더욱이 매각하는 지분을 우리보다 더 뛰어난 '선진 공항'에서 인수하는 것도 아니다. 맥쿼리라는 일종의 SOC투자기업이 금융차액을 바라고 매입하려는 것이다.

환승객 문제는 항공사와 관련이 있지 공항공사와 관계는 없다. 공항이 더 공공성을 가지고 보다 저렴한 공항 이용료를 제시하면 다른 공항에 비해 경쟁력이 높아져 항공사 유치도 더 잘 된다. 그러니 민영화의 명분으로 설득력은 없다.

그렇다면 남은 유일한 이유는 오직 돈이다. 인천공항이 12조 원 정도 가치가 있다고 한다. 49%를 판다면 약 6조 원이다. 인천공항의 영업이익율이 18.6%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1조2000억 매출에 단기순이익이 3240억 정도 남는다고 하니, 사실 대단한 수익율이다. 영업 외 수익까지 하면 4000억~5000억 원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공항 주변 시설 개발사업이 완성되면 인천공항의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진다. 지금 매각하면 헐값에 파는 게 된다.

일각에서는 3단계 공사의 투자재원이 필요하다는 말도 한다. 터미널을 넓히고 비행기 주기장을 만드는 것이 3단계 공사인데 2017년까지 4조 원이 들어가는 공사다. 그러나 현재 인천공항의 단기 순이익 적립 속도로 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 4000억 원 정도만 대출 받으면 4조 원 재원 마련은 된다.

"송도 영리병원, 차단막 작용될지 지혜 모아보자"

프레시안 : 모두에도 말했지만 송 시장이 송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송도의 국제영리병원이 의료민영화의 교두보가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일방적 추진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듣기에 따라선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송영길 : 추진 여부를 떠나 서로 간의 전제에 있어서 갈등이 있는 것 아닌가.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우리 의료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 영리법인의 일반화도 확산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의 벽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자유구역이 이미 6군데나 있고 전국 지자체에 걸치지 않는 곳이 없는데 그 전초로 보는 것이다.

반면 찬성하는 사람들은 차단막(fire wall)이 있을 뿐만 아니라 확산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논리다. 손익분기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주도도 허용한다고는 하지만 (실현은) 쉽지 않다. 외국영리의료기관 인허가 관련 청탁과 함께 3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재윤 의원(민주당)이 무죄가 성립된 것도 그 사람들이 로비하려고 제주도 국회 의원에게 돈을 줄 리가 없다는 것 아닌가.

유일하게 영리병원이 가능한 곳이 송도다. 국제공항이 바로 근접해 있어서 환자들의 유치가 가능하고, 수도권과도 가깝다. 그래서 과연 차단막이 가능한지 아닌지, 그에 대해 지혜를 모아보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또 내가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과연 투자 유치가 되겠나. 외부 투자자들에게 주는 사인으로 가장 적절한 것이 "의견을 수렴해서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방적 추진 하지 않겠다는 건 의견 수렴해서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어찌됐건 학교와 의료가 송도의 투자유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는 상황 아닌가.

채드윅국제학교가 들어올 때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귀족학교라고 논란이 됐지만 지금 채드윅학교를 놓고 귀족학교 논란은 없다. 내국인 입학 비율을 처음에 10%로 제한하자고 하다가 현재 30%가 됐는데 아시다시피 현재 외국인 학생 몇 명 안 된다. 그러나 채드윅학교가 이왕 와 있으니 유지되려면 내국인 학생이 필요하다. 내국인 학생은 학비가 2만 달러니까 2000만 원 이상 받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자녀를 외국에 보낼 것을 안 보내니 더 좋다고 한다. 외국에 보내면 유혹이 많아 관리도 힘들고 가족간 유대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 손자도 와 있고 강남의 부자 자제들도 와서 만족하고 있다.

작년에 개교해 1년이 됐으니 이제 한 번 평가해보자는 것이다, 이 학교가 우리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천시 입장에서는 채드윅학교로 외국인 투자 유치에 엄청나게 이득이 됐으니 중요하다. 삼성이 오는데도 중요한 변수였다. 왜냐면 외국인 연구개발 인력을 데리고 올 때 그 자녀들을 보낼 학교가 있느냐의 문제다.

영리병원도 열린 자세로 보려고 한다. 시민단체들이 지적하는대로 의료체계 파괴의 우려가 있다면 나도 절대 동의할 리가 없다. 내 철학을 보면 알지 않나. 다만 차단막 형성이 불가능하지 않다면 한 번 해보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설득을 통해 해법을 찾아보자고 관련 단체들에도 여러 차례 얘기했다.

프레시안 : 채드윅국제학교도 현재 내국인 학생들이 많다고 하는데, 병원도 결국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내국인 환자 수요를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나.

송영길 : 내국인 환자가 오는 것은 사실 소비자 선택권이다. 부자들이 미국 휴스턴에 있는 암센터에 가겠다고 비행기 타는 건 괜찮고 송도 병원에 오는 건 안 되는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환자 수요와 중국이나 블라디보스토크의 외국인 의료 수요를 흡수하는 목표도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려고 한다. 나도 (영리병원에) 목멜 이유는 없다.

프레시안 : 민주당 당론은 의료 민영화 반대다.

송영길 : 그렇다. 의료 민영화를 찬성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이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조건에서 투자유치를 해서 한정된 공간에서 한다면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 ⓒ프레시안(최형락)

"MB, 남한에 직접 영향있는 말라리아 방역 물품 대북 지원만 승인…야박하다"

프레시안 : 대북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경기도와 함께 말라리아 방역 물품을 북한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첫 대북지원이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송영길 : 경기도와 같이 해서 그런지 몰라도 통일부가 승인해줬다. 말라리아는 방역을 제대로 안 하면 안 된다. 특히 지난 겨울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소와 돼지가 많이 매몰돼 올해는 모기가 사람들을 집중 공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인천이나 경기도는 북한과의 접경 지역이다. 직접 피해가 예상된다. 이미 강화, 옹진 등은 말라리아 위험 지역으로 지정돼 헌혈도 안 받는다. 통일부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말라리아는 승인이 떨어졌는데 솔잎혹파리 방제 물품은 아직도 허가가 안 나고 있다. 솔잎혹파리가 북한에 만연해서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먼저 왔었다. 경기도와 강원도에 제안해서 다 같이 지원하기로 했는데 말라리아에 비해 급하지도 않고 남한에 구체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보니 승인이 안 나는 것 같다. 너무 야박하다. 솔잎혹파리 방제 물품은 지난 정부에서는 산림청에서 계속 지원하던 것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끊어졌다.

프레시안 : 취임하고 얼마 안 돼서 연평도 사건이 났다. 사건을 직접 겪었던 지자체의 수장으로 전체 남북관계의 흐름 속에서 연평도 사건을 재해석 한다면?

송영길 : 우리가 휴전 상태라는 것을 절감했다. 법률적으로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평화협정 상태로 하루 빨리 바꿔야 한다. 휴전을 관리하기 위한 정전위원회가 있지만 그 구조가 한계가 있다 보니 우리민족끼리 해보려는 노력들이 그동안 계속 있었다. 7.4 남북기본합의서, 6.16 공동선언, 10.4 선언까지 다 그런 흐름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노력해 온 것 아닌가.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그 모든 것이 무시됐다. 거의 6.25로 돌아가자는 식이다. 남북의 평화가 한 일개 해병대 초병 근무자의 근무기강이나 일선 부대의 전력 강화로 보장될 문제인가. 집권 세력이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풀어주지 않고 안보를 군 병력의 강화로만 해결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할 뿐더러 효과적이지도 않다. 비용도 엄청나다. 10.4 선언에서 약속한 대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프레시안 : 접경지역 지자체장으로 남북 문제에 대한 체감 온도가 다를 것 같다. 인천시에서 자체적으로 남북 사업을 준비하는 것이 있다면?

송영길 : 3가지다. 첫째, 경제적으로는 교동도에 100만 평 규모의 평화산업단지를 만들고자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얘기했던 나들섬은 모래톱 인공섬이다. 게다가 한강 하류의 흐믈도 저해한다. 반면 교동도는 과거 연산군과 광해군이 유배됐던 땅이다. 현재 강화도와 다리를 연결 중이다. 해주와도 30km 이내로 연결된다. 인천과 개성공단, 해주가 삼각 클러스트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인천과 개성공단은 상호 역할 구조가 짜여져 있다. 인천에서 생산된 생산물이 개성공단에 들어가 있는 38개 업체에서 조립된다.

두 번째는 스포츠 교류다. 전국체전과 아시안게임을 남북이 화합하는 장으로 만들고자 한다. 지난 2월 중국에서 북한 유소년팀과 같이 축구대회를 열었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회담 참여국이 모두 참여하는 유소년 축구대회를 평양과 인천에서 열자고 제안했고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

세 번째는 문화역사적 사업이다. 알다시피, 신라는 그동안 TK정권에 의해, 백제는 김대중 정부 이후 문화 복원이 많이 진행됐다. 고구려는 북한에서 잘 보존하고 있다. 그런데 고려 문화는 상대적으로 주인 없이 방치돼 있었다. 인천, 개성, 해주가 고려 문화의 보고다. 고려는 남북 최초의 통일국가다. 코리아라는 이름도 그때 시작됐다. 고려 문화 복원에 힘을 쏟아보려 한다.

"국민은 햇볕정책, MB대북정책 초월하는 대안 요구할 것"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내년은 선거의 해다. 총선과 대선이 잇따라 있다. 두 번의 선거의 시대정신은 무엇이 될까?

송영길 : 통일과 복지 아니겠나. 지난 대선에서는 경제 문제가 부각됐지만, 서민 삶의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대안 마련으로써 복지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본다. 재원 조달 계획이 쟁점이 될 것이다.

민족 문제도 이명박 정부는 내내 도둑 처럼 통일이 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햇볕정책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공했다고 보여주고 싶겠지만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더 심화되고 있다.

인요한 외교자문특별보좌관이 최근 빌 그레이엄 목사 아들을 따라 북한에 다녀왔다. 인 보좌관 말이 북한에 수없이 왔다갔다 했지만 트럭이 그렇게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처음 봤다고 한다. 그만큼 중국이 북한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아리랑까지 자기들 문화로 등록하고 동북공정이 현실화되는데, 이 정부는 무력하게 바라만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wait & see', 봉쇄 정책이 게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햇볕정책도 겪어봤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도 봤다. 양자를 초월하는 정책 대안을 보여줄 수 있는 리더십을 요구할 것이다.

어쨌든 다음 대선은 정책 선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이라는 정책이 선거의 아젠다가 됐다. 우리 정치가 좀 더 선진국형으로 바뀌어가는 발전이다.

프레시안 : 내년 대선이 민주당 입장에서 해볼만할까?

송영길 : 그렇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절실해지고 있다.

프레시안 : 아직 3년이나 남았다. 남은 임기 동안의 포부를 얘기해달라.

송영길 : 성장없는 발전이 일반화되는 상황이 오고 있다. 여기에 맞춰 어떤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 모델을 만들어갈지 중요한 기로에 있다. 나의 화두는 유능한 진보다. 우리가 무능한 것도 아니었지만 제도 언론에 밀려 진보세력이 마치 경제적으로 무능한 것처럼 덧씌워졌다. 반면 보수 세력은 부패하나 유능하다는 도그마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들이 오히려 외환위기를 불러왔고 경제 성장도 이루지 못했다. 진보가 단순히 분배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고 남북관계에서도 유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유능한 진보의 증거를 만들겠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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