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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에 맹목적 순종 죄책감…'위드 유'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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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희정에 맹목적 순종 죄책감…'위드 유' 김지은" 안희정 캠프 사람들 "이제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강타한 가운데, 안 전 지사의 대선 경선 캠프에 몸담았다고 스스로 밝힌 이들이 피해자 김지은 씨를 지지하고 캠프 내의 비민주적 관행에 대해 고발·자성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8일 오전, 안 전 지사의 지지자 모임이었으나 이번 사건 이후 지지 철회 방침을 밝힌 트위터 계정 '팀스틸버드(@TeamSteelBird)'에는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 성명서'라는 글이 올라왔다. "캠프 구성원 중 일부 멤버들의 메시지 전달을 요청받아 대신 전한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저희는 피해자 김지은 씨와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라고 소개하며 "김 씨는 '국민들이 저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저희는 김 씨를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들은 "저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안희정의 가치를 믿고 그와 함께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안희정에 대한 믿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앞에서는 미투를 운운하며 뒤에서 성폭력을 자행한 그의 이중적 행태를 용서할 수 없다"고 안 전 지사를 비난하며 "김 씨에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옆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안 전 지사가 아닌 피해자의 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앞서 지지자 모임 '팀스틸버드'가 지지 철회를 선언하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편에 서겠다. 피해자에게 연대와 지지를 전하며 향후 2차 가해에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취지다.

이들은 전날 JTBC 방송이 김 씨가 아닌 다른 피해자의 증언을 보도한 데 대해 "참담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이라고도 했다. 방송은 7일 저녁 뉴스에서 안 전 지사가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 연구소' 직원인 여성이 안 전 지사로부터 3차례 성폭행을 당했고, 이 가운데 마지막 범행은 안 전 지사가 유력 대선주자로 부각됐던 2017년 1월에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함께하는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희는 캠프 내에서 각자가 겪었던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선배에게 머리를 맞거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겠거니 하고 넘어가기도 했다"고 경선캠프 내에서 "만연한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어쩌다 나에게만 일어난 사소한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그저 캠프가 잘 되기 바라는 마음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저희 역시 그런 문화를 용인 방조하는데 동참하지 않았나 하는 죄책감마저 느낀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향후 구체적으로 2차 피해 대응에 나서는 등 피해자 지원 활동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김 씨의 인터뷰가 있고 나서 참모진은 아무런 조치 없이 긴 침묵에 빠졌다. 책임 있는 어느 누구도 김지은 씨의 용기를 지지하거나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안 전 지사의 참모들을 비판하며 "김 씨와 두 번째 피해자, 더 있을지 모를 피해자를 위해 이제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 달라"며 "'왜 거절을 못했느냐',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 '정치적 목적이나 배후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을 전하는 것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카카오톡' 등 각종 SNS·메신저 프로그램에는 안 전 지사와 피해자의 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든가 피해자의 가족관계 등을 거론하며 모종의 정치적 의도나 피해자의 이익을 위해 이번 폭로가 이뤄진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 돌고 있다.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는 전형적 2차 가해다.

이들은 "(우리는) 공명정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고, 피해자와 주변인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이를 위해 저희는 2차 가해 내용을 수집하고 있다. 2차 가해 내용을 발견하면 아래 메일 주소([email protected])로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안 전 지사의 소속 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정치권 전반을 향해 "민주당은 (안 전 지사와 피해자의 관계가)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발표한 것을 지시한 비서실 인사가 누구였는지 밝히고, 당헌당규에 따라 성폭력 방조로 간주해 징계하라"면서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은 상습 성폭행 가해자 안희정의 성범죄 혐의에 관한 수사를 적극 지원하고, 정치권 내 권력 이용 성폭력 방지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 구체적 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아래는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 성명서' 전문(全文).

저희는 안희정의 상습 성폭행 피해자인 김지은 씨와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이하 경어체는 평어체로 수정. 편집자)

저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안희정의 가치를 믿고 그와 함께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안희정에 대한 믿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앞에서는 미투를 운운하며 뒤에서 성폭력을 자행한 그의 이중적 행태를 용서할 수 없다.

김지은 씨의 인터뷰가 있고 나서 참모진은 아무런 조치 없이 긴 침묵에 빠졌다. 책임 있는 어느 누구도 김지은 씨의 용기를 지지하거나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어젯밤 두 번째 피해자에 대한 소식이 보도됐다. 참담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이다. 긴 침묵을 바라보며, 김지은 씨와 두 번째 피해자, 더 있을지 모를 피해자를 위해 이제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희는 캠프 내에서 각자가 겪었던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선배에게 머리를 맞거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겠거니 하고 넘어가기도 했다. 만연한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어쩌다 나에게만 일어난 사소한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저 캠프가 잘 되기 바라는 마음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왜 우리가 한 번도 제대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는지 생각해봤다. 민주주의는 안희정의 대표 슬로건이었지만 캠프는 민주적이지 않았다. '너희 지금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라는 말은 당시에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말로 받아들였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안희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맹목적 순종을 낳았다. 비판적 의견을 제기하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서 선배들과의 민주적 소통은 불가능했다. 저희 역시 그런 문화를 용인 방조하는데 동참하지 않았나 하는 죄책감마저 느낀다.

서로 이런 경험을 나누고, 김지은 씨가 미투에 동참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그 동안 겪은 모든 일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이해하게 됐다. 이제 김지은 씨에게 '위드 유'로 응답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피해자 김지은 씨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 '왜 거절을 못했느냐',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 '정치적 목적이나 배후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을 전하는 것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다.

둘째, 민주당은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발표한 것을 지시한 비서실 인사가 누구였는지 밝히고, 당헌당규에 따라 성폭력 방조로 간주해 징계하라.

셋째,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은 상습 성폭행 가해자 안희정의 성범죄 혐의에 관한 수사를 적극 지원하고 정치권 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방지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 구체적 안을 마련하라.

김지은 씨는 '국민들이 저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제가 없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저희는 김지은 씨를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 공명정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고, 피해자와 주변인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 이를 위해 저희는 2차 가해 내용을 수집하고 있다. 2차 가해 내용을 발견하면 아래 메일 주소([email protected])로 제보해 달라.

마지막으로 김지은 씨에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옆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그 분의 용기 있는 고백이 없었다면 우리 역시 또다른 피해자가 됐을지 모른다. 저희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든 피해자 분들과 함께하겠다.

2018.3.8.
김지은과 함께했던, 그리고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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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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