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처음으로 직장 내 성추행을 폭로하는 공식적인 '미투(#Me too) 선언'이 나오면서 제주사회의 잘못된 성폭력 인식과 관행을 깨기 위한 추가 폭로가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여성인권연대와 제주여성인권상담소 등 여성단체는 19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투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공식창구를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는 이날 20대 피해여성 A씨가 직접 작성한 4쪽 분량의 미투선언문을 대신 낭독했다. 제주에서 공식적인 미투 선언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투선언문에 따르면 A씨는 2월23일 제주시내 한 신협 회식 중 2차로 이동하던 차안에서 동료 남성 직원인 B씨가 자신의 신체부위를 만지고 강제로 입맞춤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여성은 사건 발생 후 회사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8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까지 마쳤다.
경찰조사에 남성은 신체접촉은 일부 인정했지만 강제로 입맞춤을 했다는 피해자측 진술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투 내용에는 당시 피해자가 직장 회식과정에 겪은 일들이 담겨져 있다. 노래주점에서 회사 간부 등이 20대 여직원들과 이른바 블루스를 췄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A씨는 선언문에서 "가해 남성은 추행 이후에 뻔뻔하게 웃으며 명함까지 요구했다. 저항할 수 없었던 제 자신이 너무 싫었다"며 "강제추행을 겪은 후라 참혹하게 비춰졌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당시 저항을 못한 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우울증은 깊어지고 한숨과 눈물은 늘어갔다"며 "스스로 죄인 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다"면서 괴로움을 호소했다.
이후 2차 피해도 있었다. A씨가 회사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자 사측은 개인 면담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에 알려지면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 피해자의 주장했다.
A씨는 "피해를 입고도 숨 죽어 있어야 하는 소수의 여성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제주에서도 용기있는 미투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신협은 가해 남성을 해고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입사 석달만에 성추행 당한 피해여성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재 출근하지 않고 있다.
신협측에서 피해 여성에 대한 복직을 제안했지만 여성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회사의 대응을 문제삼으며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신협측은 "해당 직원에 대해서는 직무를 정지시키고 16일자로 해고 처리했다"며 "회식과정에서 여직원들과 블루스 등 춤을 췄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여성단체는 "2002년 제주에서도 현직 도지사에 대한 미투가 있었다. 이는 권력을 이용한 추행이었다"며 "당시에도 도지사는 사건을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문제는 피해자가 퇴사를 결심하는 2차 피해로 이어진다"며 "피해자에 책임을 돌리고 가해자를 위한 암묵적인 침묵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여성단체는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에서도 성폭력 피해 경험을 말하기 시작했다"며 "추가 적으로 제보된 피해 사례 2건을 포함해 심리적 법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직장 내 성추행 등 피해사례가 발생할 경우 제주여성단체 성폭력 피해 사례 온라인 접수창구([email protected])로 연락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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