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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또 허위의식의 굿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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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또 허위의식의 굿판인가 ' 이창형/칼럼리스트


“혁명의 가장 위대한 성과의 하나는, (쿠바에서는) 매춘부들도 대학에 다닌다는 사실이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그가 남긴 발언들 중 상당 부분은 가난한 민중들을 배불리 먹이고자 하는 데 있었다.


1959년 미국의 지원을 받던 풀헨시오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리고 공산당 정부를 세우는 데 성공한 지 49년 만에 그는 2008년 2월 최고 지도자의 자리를 물러났다.
그리곤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의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막스·레닌주의적 혁명가로서의 생애를 시작한 피델은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그리고 쿠바 내의 극심한 빈부 차를 이용해 장기집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런 쿠바에서 라울 카스트로 의장이 오는 19일 두번째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계획이다.
카스트로 일가의 통치 체제가 약 60년만에 끝나고 4월 새 지도자가 선출되는 것이다.

쿠바에서 카스트로 일가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최장기 집권자들의 면면이 주목 받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네 번째 대선 당선을 확정했다.
그는 2000년 이래 대통령 네 차례와 총리 한 차례를 지내며, 총 24년간 장기 집권한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3월 11일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국가주석 3연임 금지조항을 폐기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본인이 원한다면 3연임은 물론 장기집권이 가능한 정치적 환경을 완성했다.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진 인물로는 1975년 사망할 때까지 47년간 중국과 대만에서 집권했던 장제스 대만 총통, 1994년까지 46년간 북한을 지배하다 아들 김정일에게 권력을 넘긴 북한의 김일성, 이 외에도 2011년 반군에 살해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오마르 봉고온딤바 가봉 대통령, 엔베르 호자 알바니아 공산당 제1서기 등이 40년 이상 집권한 인물이다.

한국에서도 매번 선거 때만 되면 수십년 권좌에 있던 인사들이 또 어깨띠를 매고 정치무대에 등장한다.
한국 정치인들의 최다선 기록은 국회의원이 9선, 지방의원이 7선이다.
선수만을 갖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36년 동안 국회의원을 한다는 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가능한 일일까.
‘위대한’ 법과 제도, 즉 ‘위대한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할 것이다. 입법권과 조례제정권을 가진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 스스로의 작품이다.

사회구조는 정치가 지배한다.
장기 독점의 정치는 사회 변혁을 가로막는다.
구조적인 저성장, 청년고용절벽, 생산성 저하, 계급과 계층 간 격차 심화 등 현재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는 독점의 정치에서 비롯됐다.
점점 더 비대해지는 공공부문, 규제의 늪에 빠져 왜소해지고 있는 민간부문, 대기업 노조와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 지키기 등등.
자율과 책임 등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실종, 타인, 특히 국가와 사회에 기대기 등은 도전과 모험, 변혁에 장벽을 쌓고 있는 독점 정치의 부산물이다.
이런 와중에 이권집단들의 자기 이권 챙기기는 갈수록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활개친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에서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의 면면도 다를 바 없다.
공천권자의 꽁무니를 따라 다니며 얻어낸 공천으로 당선된 이후에는 문어발식으로 이권에 개입하는 지방의원들, 30~40년 교육계에서 진 자리 한번 앉아보지 않았던 퇴직교육공무원들의 굿판이 된 교육감 선거.
‘정치꾼’들의 전유물이 된 합종연횡 따라하기 등을 통해 교육감을 하려는 인사들도 보수와 진보로 편을 나눠 후보단일화 등 당선을 목적으로만 하는 정치놀음에 빠져 있다.

최근 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을 보면, 지방선거 출마 예정 후보군들의 재산이 최초 당선 당시보다 많게는 배 이상 늘었다. 수십억원 자산가가 수두룩하다.
사업체가 있는 일부 지방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월급과 의정활동비만을 받고 살아야 하는 그들이 어떻게 그 만큼의 부를 축적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1977년 발간된 한완상의 ‘지식인과 허위의식’은 스스로를 지식인이라 자처하거나 사회적으로 지식인 대접을 받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거짓 지식인’이라고 규정한다. 
지식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으나 지식이 가진 역사적·사회적 맥락에는 철저히 무관심한 부류, 부조리한 사회 체제에 편승해 학문을 팔아 돈과 권세를 좇는 부류,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면서도 불이익이 무서워 침묵하고 수수방관하는 유형 등이다.
특히 이데올로기를 ‘기존체계의 기득이권을 보존, 옹호, 강화시키기 위해서 창출되는 허위의식’이라고 규정했다.
그 대칭점에서 유토피아는 ‘기존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동원되는 왜곡된 사상체계’라고 했다.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막을 내린 앙시앙 레짐(ancien régime)을 넘어뜨릴 때의 부르조아의 사상은 유토피아적이고, 그 후 이들이 강자층이 돼 기존질서의 주축이 되면 이들의 사상은 이데올로기로 변화된다는 한완상의 논리만 보면 지금 우리는 허위의식으로 포장된 이데올로기의 족쇄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영혼없는 지식인들이 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독점의 권력에 면죄부를 쥘까 우려스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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