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환자 성정체성에 따라 의료 질도 차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환자 성정체성에 따라 의료 질도 차별 [LGBT 차별을 넘어] 성정체성에 따른 차별 없애려는 미국
18. 성적 소수자 정체성, 진료 기관에서 정규조사 항목에 포함시켜야

미국의 많은 의료진은 자신과 성적 지향이 동일한 환자에게 직·간접적인 호의를 더 베푸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성애 의료인은 이성애 환자를, 동성애 의료인은 동성애 환자를 더 친절하게 대한다. 이성애 의료진이 다수라는 점에서 성적 소수자의 치료가 만족스럽게 이뤄지지 않음을 의미해 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워싱턴 대학 제니스 사빈 교수는 의사 2338명, 간호사 5379명, 의료보조 인력 1만1266명, 환자 21만4110명을 대상으로 2006년 5월~2012년 12월 사이 의료진의 이성애와 동성애 환자 불평등 치료 여부와 성적 소수자 치료 교육 이수 여부를 묻는 설문 조사 결과, 의료진이 자신의 성적 지향과 다른 환자에게 관심이 적었으며 간호학이나 의사 등의 정규 교육에서 LGBT 환자 치료 강의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혀내 2015년 7월 과학전문지에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이성애 의료진은 레즈비언이나 게이 환자보다 이성애 환자에게 명시적이고 암묵적인 호의를 더 베푸는 치료를 했으며, 동성애 의료진은 이성애 환자보다 동성애 환자를 더 적극적으로 치료했다. 양성애 의료진은 중간 정도의 치료 방식을 제공했다. 예외적 현상의 하나는, 이성애 여성 정신과 건강보조원은 레즈비언과 게이 남성에게 적극적인 호의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성애 남성 간호사는 이성애 남녀 환자에게 음성적인 호의를 제공했고, 이성애 간호사와 남성 의사는 이성애 여성 환자와 게이 남성 환자에게 강한 음성적 호의를 보였다. 여성 의사들은 이성애 남성 환자에게 강한 음성적인 호의를, 이성애 여성 환자에게 중간 정도의 호의를 베풀었다. 전반적으로 간호사들은 이성애 환자에게 강한 음성적 호의를 보인 반면 간호보조 인력은 이성애 환자들에게 매우 약한 음성적인 호의를 보였다.

이런 결과를 근거로 의료기관은 의료진의 성적 지향에 대한 편견을 완화할 방법을 교육해서 적절한 진료 원칙을 실천토록 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어 개인적 편견을 파악해서 절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런 의료 실천 방침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응급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자신의 성적 지향과 일치하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기를 의료진이 예상하는 것보다 8배나 많이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소수자는 진료나 치료, 의료 보험 등에서 이성애자들에 비해 매우 열악한 대우를 받는데, 환자와 의료진의 의사소통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브란딘 라우 조교수 등이 2015년 3~4월 응급병원을 찾은 환자 1516명(레즈비언 244명, 게이 288명, 양성애 179명, 이성애 804명)과 의료진 429명(의사 209명, 간호사 2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2017년 4월 과학 전문지에 다음과 같이 발표하면서 밝혀졌다.

연구팀은 미국 내 5개 의료기관의 환자에게 53개 문항을, 의료진에게는 45개 문항을 질문한 결과 환자들의 10.3%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데 비해 의료진의 77.8%는 환자들이 성적 지향을 밝히기를 거부할 것으로 여겼음을 확인했다.

환자와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 견해 격차를 줄일 경우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 환자 등 성적 소수자 진료나 치료가 훨씬 충실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약 800만 명의 성인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 의료기관에는 인종이나 연령에 따른 데이터는 갖춰져 있지만 성적 지향이나 그 정체성 등의 정보는 구비되지 않아 의료진이 병원을 찾는 성적 소수자 환자들이 원하는 독특한 진료를 제공치 못한다. 특히 의료진은 환자 사생활을 침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대부분의 환자는 자신의 정체성 등을 묻는 질문을 공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자와 의료진은 환자의 성적 지향 등을 구두가 아닌 문서 형식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나이, 인종 등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처럼, 환자의 성적 지향도 정규 조사 항목에 포함해야 하고, 그렇게 해야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제도 보완과 함께, 의료진의 성적 지향에 따라 환자에게 차이가 있는 의료 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교육 및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작업 등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