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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소수자는 2등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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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소수자는 2등 시민? [LGBT 차별을 넘어] 사회적 차별 경험이 많을수록 침묵

28. 여성 성적 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는?

타인과의 관계, 특히 애정 관계는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심적인 요인이면서 외부의 지원이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초적 요소이다. 그러나 성적 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차별적 태도가 강한 환경에서 살 경우 관계 유지하기 위해 침묵하는 경우가 있다. 여성 성적 소수자에게서 종종 발견되는 사례다.

레즈비언, 양성자, 퀴어 등 여성 성적 소수자는 지배적인 문화의 영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는 경향이 있다. 정체성을 밝힐 경우, 주변 관계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서다.

미국 심리학회의 다운 스지만스키 박사 등은 여성 성적 소수자가 사회적 관계에 미치는 다양한 외부의 억압적 영향을 받아 자신의 정체성에 침묵하는 현상을 여성 성적 소수자 540명을 대상으로 연구해 2016년 3월 과학전문지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보기 : )

조사 당시 이들 여성 성적 소수자들은 연애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였다.
참가자 540명 가운데 74%인 398명은 여성과 사랑에 빠져 있고, 26%인 142명은 남성과 연인 관계였다. 관계가 지속된 기간은 1개월~37년까지 다양했고, 평균적인 관계 지속 기간은 4.92년이었다. 연령은 18~77세였으며, 학력은 4년제 대학 졸업이 26%, 2년제 대학 졸업 18%, 고교졸업 24%, 고교 이하 학력은 3%였다. 거주 지역은 남부 28%, 서부 25%, 중서부 23%, 북동부 23%였다.


참가자 가운데 레즈비언은 58%, 양성애 26%, 퀴어 15%였고, '모르겠다'는 2%였으며, 이들 가운데 62%는 항상 레즈비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힌다고 답했다. 22%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행세한 적은 없으나, 동성애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동성애 성행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16%는 레즈비언과 비(非)레즈비언,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고 있다고 답했고, 43%는 오직 여성에게만 매력을 느끼며, 38%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12%는 남녀 모두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9%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고 답했다. 남성에게만 매력을 느낀다는 답변자는 없었다.

▲ 레즈비언 커플의 결혼 이야기를 담은 영화 <제니스의 웨딩>(메리 아그네스 도노휴 감독, 2015) 스틸컷.

이들 540명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하고 그것을 고급통계 방식으로 처리한 결과,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사회적 차별과 정체성에서 비롯된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침묵하는데, 이는 애정 관계가 식을지 모른다는 우려와 연관된 결과였다.

억압받는 성과 성적 소수자로 사회화된 의식은 여성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애인을 잡아두기 위해서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애정 관계에 반영되었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침묵하는 것은 성적 지향성에 바탕을 둔 압박감과 애정 관계의 질적인 측면과 관련이 있었던 것.

이들은 특히 부정적 환경 요인에 의해 애정 관계가 방해받을 때 무기력하고 소외감을 느끼면서 그에 대한 대응으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침묵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만약 침묵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의 애정 관계가 상처받을 것으로 우려한 결과다.

참가자들은 대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필요보다 상대방의 필요를 우선할 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침묵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위상이 2등 시민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어,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경우 이처럼 제한적인 방식을 취하는 경향이 높았다.

애정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의 성적 정체성에 침묵하는 건강하지 못한 방식을 취하거나 파트너의 욕구를 위해 자신의 욕구를 희생하고 자신을 외부의 기준에 의해 판단하게 되면서 이들의 애정 관계 만족도가 감소했다.

연구자들은 이상과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성적 소수자에 대한 대처 방식으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해 부정적인 경험과 자아 상실과 같은 불행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방식을 택하거나 이런 태도를 강화할 교육을 받고 자신과 파트너의 욕구 모두를 충족시키면서 자신의 필요와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도록 하고 동시에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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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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