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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승은 정말 국민의 승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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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승은 정말 국민의 승리일까? 촛불 독점과 협치의 실종…민생고 심해질 수도
6.13 지방선거 결과는 지난해 대선을 통해 형성된 정치 질서가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이끈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일당 우위' 체제를 한층 견고하게 구축한 것이다.

지난해 대선 득표율은 민주당(문재인) 41.1%, 자유한국당(홍준표) 24.0%, 국민의당(안철수) 21.4%, 바른정당(유승민) 6.8%, 정의당(심상정) 6.2% 순이었다. 단순화 하면, '문재인 < 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이었다.

민주당의 강세는 분명했지만,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국회 의석 역시 여소야대였다. 이로 인해 '촛불 연합'에 대한 기대가 생겨났다. 정치 질서를 '문재인+안철수+유승민+심상정 > 홍준표' 구도로 재편하자는 것이었다. 박근혜 탄핵에 동참한 세력들의 합산된 힘, 즉 '75% 연합'으로 한국당을 주변화시키자는 제안이 실제로 있었다. 협치, 혹은 '촛불 연정'이란 말이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흔했다.

취임과 더불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촛불 정부'를 선언했다. 하지만 촛불 연정이나 협치에 적극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촛불 독점'이란 말이 나왔다.

민주당에선 '20년 집권론'이 공공연했다. 추미애 대표는 "최소 20년 이상의 연속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이해찬 의원은 "네 번, 다섯 번 집권해야 정책이 정착된다"고 했다.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촛불 이후 한국 정치구도가 장기적으로 1.5당 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쉴 틈 없이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걸었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이명박근혜' 9년 실정과 국정파탄을 목격한 국민들은 환호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 넘게 고공비행 중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촛불 독점 현상도 더욱 강화됐다.

6.13 서울시장 선거는 지난해 대선의 연장전 성격이었다. 민주당(박원순) 52.8%, 자유한국당(김문수) 23.3%, 바른미래당(안철수) 19.6%, 정의당(김종민) 1.64% 순이었다. 단순화하면, '민주당 > 한국당+바른당+정의당'이다. 민주당의 압도적 우위가 확인된다. 반면 연정과 협치를 모색해야 할 동기는 더 약해진 것이다.

게다가 전례 없는 참패를 당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한동안 심각한 후폭풍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지난해 문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들도 일제히 물러났다.

추미애 대표는 14일 지방선거 승리를 "낡은 지역주의와 색깔론을 거부하고 수구 냉전 세력에게는 매서운 회초리 들었다"고 규정했다. 이해찬 의원은 "재작년 가을부터 촛불혁명이 시작돼 정권을 교체하고 1년 만에 이렇게 거대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을 넘어서는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겸손한 자세'와 '무거운 책임감'을 언급했지만, 20년 집권을 향한 첫 번째 문턱을 가볍게 넘은 듯한 자신감이 역력해 보였다.

'적대적 사회' 우려…文대통령 고공 지지율과 민생의 괴리 지적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진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자승자박이 이번 지방선거의 극명한 희비를 갈랐다는 데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야당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구축된 민주당의 초강세 현상에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문 대통령의 '촛불 독점'으로 인해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권 초부터 민주당 주류와 청와대는 양당체제로 재편을 생각한 것 같다"며 "냉전적 세력으로 한국당이 존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이로 인해 문재인 지지자들과 태극기 집회를 하는 사람들 양쪽만 발언권을 가지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발언하기 어려운 시민사회가 됐다"며 "사회가 굉장히 적대적으로 변한 것이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자들만이 주도하는 사회가 된 것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박 학교장은 또 "다당구도 대신 양당구도를 만든 결과로 민주당은 지방선거의 승자가 되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촛불이 만들어낸 정치 변화의 다원성을 폐기한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은 더욱 지배적 정당이 되었고, 위축된 한국당이 경합적 정당이 되겠지만, 사회는 더 분열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 학교장은 야당의 참패에 관련해서도 "쉽게 봐서 '보수가 끝났다'고 말하지만, 한국당이 없어져도 민주당의 절반이 보수"라면서 "최근의 최저임금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당은 사회경제적 문제에서 보수적 선택도 자유롭게 한다"고 했다.

입소스(Ipsos)가 지방선거 이틀 전인 11일 작성한 '지방선거 이후 정국 전망' 리포트는 민주당의 선거 승리가 문재인 정부 국정의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를 분석했다.

리포트는 "지난해 조기 대선을 통해 선출된 문 대통령은 촛불 지형의 상징 격"이라며 "(지방선거를 통해) 강화된 촛불 지형과 기존 정당지형 간 마찰은 2020년 4월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소야대 국회구조는 필연적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이 아무리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더라도 야당의 협조는 별개의 문제이자 정치적 영역"이라며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문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지만, 그 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지방선거 이후는 그간 대형 이슈에 가려졌던 다양한 민생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이라며 경제적 위기 요인을 주요하게 지적했다.

리포트는 높은 청년 실업률, 최저임금 논란, 근로시간 단축, 저조한 경제성장률, 불안정한 물가 흐름 등을 나열한 뒤 "문재인 정부는 이제 각종 민생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하고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할 시기"라며 "촛불 지형의 특징에 따라 국민들은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더라도, 각종 민생 문제를 계속 도외시 할 경우 촛불 지형은 서서히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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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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