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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멸 위기 중에도 '네탓' 공방…한국당, 바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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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멸 위기 중에도 '네탓' 공방…한국당, 바닥이 없다 초선은 "중진 퇴진", 중진은 "지도부 퇴진"…책임은 대체 누가?

6.13 지방선거 참패로 후폭풍에 휩싸인 자유한국당이 갈피없이 흔들리고 있다. 홍준표 체제에 순응하며 침묵해 온 초선의원들은 '중진 퇴진론'을 들고 나섰고, 중진의원들은 지도부 탓으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15일 열린 한국당 비상의원총회는 한국당이 선거에 패배한 이유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날 김성태 권한대행은 의원들에게 흰색 셔츠나 블라우스를 입고 의원총회에 참석하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몇몇 의원들은 이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특히 안상수 의원은 파란색 상하의 정장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잡았다.

김 권한대행은 "국정농단 원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반성하지 못한 저희들의 잘못이 크다"며 "국민들의 성난 민심과 분노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선거는 국민들이 한국당을 탄핵한 선거"라며 "수구기득권과 낡은 패러다임에 머문 보수는 탄핵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자기보신을 위해서, 자기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뒷전에 숨어 뒷짐지고 있던 분들은 모두 반성해야 한다"며 "우리가 여전히 수구냉전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다면 국민들은 점점 더 우리들을 외면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수구기득권을 다 버려서 자유한국당을 해체해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무사안일 보신주의 뒤에서 딴 생각만하고 젯밥 눈독 들이는 부패보수를 청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중진의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한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한 데 대해 김 권한대행은 "우리당이 탄핵당한 마당에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물러날 분들 뒤로 물러나고 확실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권한대행이 국민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해서 흰색 셔츠를 입고 와달라고 부탁했으나, 안상수 의원이 파란정장으로 위아래 깔맞춤을 해서 입고 왔다. ⓒ프레시안(이정규)

네 탓 공방 속 책임은 도대체 누가?

성일종 의원은 "보수정치를 두고 책임 있게 일했던 중진들이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총에 앞서 이날 오전 김순례, 김성태(비례), 성일종, 이은권, 정종섭 등 초선의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10년 보수정치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중진은 정계은퇴하고, 자유한국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은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홍준표 전 대표 재임 기간 동안 각종 사당화 논란과 독선적 당 운영, 냉전적 대북관으로 한국당이 국민들 눈밖으로 밀려날 때에도 어떠한 직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던 초선 의원들이 모든 책임을 중진들 탓으로 돌리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도 있다.

중진들의 분위기는 또 달랐다. 4선인 유기준 의원은 초선 의원들의 중진 퇴진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한 중진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김성태 권한대행은 홍준표 전 대표의 힘으로 지도부가 된 것이니 원내지도부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홍준표-김성태 동반 책임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재선의원은 "(김 권한대행 체제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조기 전당대회에 거부감이 많아 당분간은 권한대행 체제를 해야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중진 퇴진론에 대해선 "당이 총력을 모아야 한다. 중진의원이 열린 공간으로 나와서 의견 개진도 해줘야한다는 의원도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처럼 초선은 중진들에게, 중진은 지도부에게 책임을 미루며 폭탄 돌리기를 하면서도 정작 책임있는 희생을 하겠다고 나선 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6선 김무성 의원은 이날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재탕' 불출마 선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 의원은 지난 2015년 12월에 이미 "20대 총선을 마지막으로 21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오히려 김 의원은
"분열된 보수통합을 위해 새로운 보수당 재건을 위해서 바닥에서 헌신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정계개편에서 역할을 하거나 차기 당권 경쟁에 도전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당권 도전설은 이미 파다하다.

이처럼 '네 탓' 공방과 '꼼수' 책임이 오가며 3시간 30분동안 진행된 의총을 마치고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무릎을 꿇고 대국민사과를 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펼쳐졌지만, 사망선고에 가까운 심판을 받고서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한국당 의원들의 '생존 본능'만 확인된 세리모니였다.


▲ 김성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비상의총 비공개 회의 이전에 대국민 사과를 하자고 계획된 일정을 뒤집고, 오후 6시 무렵 비상의총을 마치고 난 뒤 40여명의 의원들이 나와 무릎을 꿇고 로텐더 홀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90-100여명이 비상의총에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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