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을 탄생시킨 '보수 통합'의 한 축이었던 유승민 의원이 약 한 달 반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섰다. 옛 새누리당 원내대표, 바른정당 대선후보를 거쳐 구 새로운보수당을 이끌어온 유 의원은 총선 불출마와 통합에서의 공천·지분 포기를 선언한 후 통합당 출범식 등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잠행해 왔다. 유 의원은 29일 오전 자신의 측근인 지상욱 의원의 총선 선거사무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날 오후에는 새보수당 시절 인재 영입된 김웅 전 부장검사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는 앞서 지난 27일에는 지 의원의 옆 지역구인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선거사무소를 지지 방문했고, 26일에는 천안함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지 의원와 김 전 부장검사, 진 전 장관은 모두 새보수당 출신이다. 유 의원은 지난 46일 동안 공개 행보를 하지 않았던 데 대해 기자들과 만나 "46일 동안 입을 다문 것은 내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도 공천이나 나라 돌아가는 것에 할 말이 없었겠느냐"며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시작하는 과정에서 내가 다른 목소리 내는 것보다는 통합이 잘 되고, 상처가 잘 아물어서 새 보수정당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잘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했고 일정 부분 그런 성과가 공천 과정 중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새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의 신설합당과 제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에 다른 모든 절차에 대해서는 새로 합당을 추진하는 분들께 맡겼다. 제가 공천권도 지분도 당권도 전혀 요구하지 않았다. 공천 과정에서 제가 힘을 쓸 수 있는 자리는 전혀 없었다"면서 "공천이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인데, 그 공천이 잘 됐든 잘 못 됐든 끝났다"고 말해 공천 과정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시사했다. "공천이 잘 됐든 잘 못 됐든 우리 후보니까"라는 말은 같은날 오후 김웅 후보 사무실 방문 자리에서도 나왔다. 유 의원은 특히 측근인 민현주 전 의원이 민경욱 의원과의 '공천 뒤집기' 파동 결과로 최종 낙천한 데 대해 "민 전 의원 공천이 몇 번 뒤집힌 그 과정에 대해서 저는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민 전 의원이 만약 공천을 받았더라면 보수 정치가 개혁보수라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누구보다 큰 힘이 될 후보였다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공천 과정에서 잘잘못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입밖에 안 내겠다"고 말해 미묘한 여지를 남겼다. 공천 관련 문제 제기를 안 하겠다는 취지의 말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문제가 없지는 않다는 점, 이를 선거 후에 따져 보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또 자신이 공개적으로 호소한 새보수당 출신 당직자들의 고용 승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이 문제 또한 내가 선거 끝나고 당 지도부에 다시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해서, 나머지 해결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천, 당직자 고용 문제 등은 모두 선거 후에 황교안 지도부를 상대로 '후(後)정산' 하겠다는 예고다. 그는 "지금은 선거가 코앞에 있어서 이 문제를 더 이상 선거 때까지 이슈로 삼지 않겠지만, 끝나면 이 부분을 분명히 제기하겠다"며 "황 대표를 만나면 이야기를 분명히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선거가 끝난 후에 꼭 바로잡을 문제"라고 이날 오후 송파 방문 후에도 언급했다. 그는 자신이 통합당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데 대해 "(맡은 생각) 전혀 없다"며 "통합을 하면서 일체 당직·당권에 대해 요구를 안 했고, 내가 한 말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전에 중앙당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을 누군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들은 적은 있지만, 그건 제가 맡지 않겠다고 고사했다"며 "제법 오래된 얘기"라고 밝혔다. 황 대표의 소통 여부에 대해서는 "최근에는 연락 주고받은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전화든 문자든 주고받은 것이 제 2월 9일 기자회견 직전"이라며 "그 때 저는 황 대표를 꼭 만나서 통합의 의미와 서로의 생각을 진솔하게 얘기하고, 통합이 잘 돼서 앞으로 새로 생길 보수 신당이 국민들 마음을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게 뭐냐, 제일 중요한 선거 전략이 뭐냐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그 때 만남이 불발됐다"고 언급했다. 선거 국면에서 황 대표와 만날 가능성에 대해 묻자 그는 "자연스레 기회가 있다면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수도권 후보를 현장에서 돕는 게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4월 14일까지 오로지 그 일만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날 지 의원은 유 의원의 방문을 환영하면서, 유 의원이 이틀 전 옆 지역구의 진수희 전 장관 사무실을 방문했던 점을 언급하며 "서울 중구·성동을, 중구·성동갑, 종로. 이 세 지역은 인접해 있다. 보수 통합의 화룡점정을 찍는 선거 전략으로, 이 세 지역이 한꺼번에 힘을 모아야 한다. 개혁 보수의 상징인 유 의원이 이곳을 찾음으로 인해 보수 통합의 화룡점정이 찍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의 종로 방문 가능성을 시사한 말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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