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최종 고용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 고용 감소 충격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공운수노조는 9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최종 구매자' 이전에 '최종 고용자'여야 한다"며 정부가 △공공의료,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안전인력 등 일자리 확충 △공공기관 교대제 개편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확충 △일시적으로 필요한 긴급 방역 업무에 한시적 일자리 확충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지난 8일 4차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비 절벽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부문 선결제·선구매 제도를 도입해 나중에 사용할 것이라도 죄대한 먼저 결제하고 비축 가능한 물품과 자산도 최대한 조기 구매할 방침"이라며 "공공부문이 '최종 구매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소비 절벽뿐 아니라 일자리 절벽에 대해서도 정부가 최종적으로 충격을 방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이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꺼내든 '최종 고용자'는 본래 '민간이 충분한 고용을 하지 못할 때 정부가 나서서 이들의 일자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민간 금융시장에서 자금 흐름이 막힐 때 중앙은행이 나서서 자금을 빌려주는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미국에서는 1935년부터 1943년 사이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사업진흥국(WPA, Works Progress Administration)이 800만 명에게 공공 일자리를 제공했다. '최종 고용자'는 이런 조치를 상시화하자는 주장으로 풀이할 수 있다. 토마 피케티의 스승 격이자 불평등 문제 연구의 권위자인 앤서니 앳킨슨 런던경경대 전 교수 등이 여기에 찬성했다. 4차 산업 혁명 등 기술 변화로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기 힘들다는 전망이 확산하자,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기본소득과 함께 주목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공공운수노조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금지 △공공의료기관 확충 및 민간 의료기관 공적 통제 강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 중인 철도, 지하철, 공항 등 필수공공서비스 지원 △취약계층 안전망 강화를 위한 사회보장과 사회보험 확충 등을 요구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생계절벽에 내몰린 국민 삶에 대한 정부 대응은 현저하게 부족한 실정"이라며 "더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쉬운 해고, 법인세·상속세 감면 요구에 나서는 등 국민 고통은 외면한 채 한몫 잡으려는 몰염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공공운수노조는 해고 금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함께 살자 노정 교섭'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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