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은 ‘코로나 총선’이 될 듯하다. 코로나 공포에 묻혀서 후보들의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역대 선거를 뒤흔들었던 안보, 경제, 외교도 신통력을 완전히 잃었다. 중요 의제로 들먹였던 ‘청년’도 사라졌다.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거리유세는 힘을 잃고 SNS 홍보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야권심판론과 정권심판론의 프레임도 그동안 문재인 정권이나 야당이 수행해 온 정치에 대한 평가 대신 코로나 방역의 성공론과 실패론이 대체하였다. 한국이 방역 모범국으로 부상하면서 코로나 공포를 조장하여 1위를 탈환하려던 보수 야당은 자멸하고, 여론은 방역성공론과 야권심판론으로 확 기울어졌다. 보수 정당과 언론은 그들의 상국(上國)인 미국에서 감염자가 40만을 넘자 코로나로 공세를 취할 엄두조자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이번 21대 총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냉정하고 진지하게 톺아보아야 한다. 앞으로 세계사는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리면서 코로나 전후로 나뉠 것이다. 지금 영웅도, 촛불을 든 시민도 아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이 지구촌에 대변혁을 초래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고속도로임이 확인되면서 세계화는 일시 중단 상태다. 환경파괴와 기후위기에 관한 담론이 일부 환경론자와 대중에서 전 세계인의 관심사로 확대되었다. 오큐파이 월스트리트에도 건재하던 신자유주의가 흔들리고 대량실업과 공황이 시작되고 있다. 이에 공공성의 증대, 공공의료체계 수립, 기본소득 등 좌파적 발상으로 공격을 받던 대안들이 속속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이 헤게모니를 거의 상실하고 그 자리를 서서히 중국이 대신하고 있다.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고 독선과 독단을 행하였던 트럼프, 아베, 아프리카의 독재자 등 권위적인 지도자들이 현저히 헤게모니를 상실하며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생명권력이 주권권력과 동맹을 맺으며 막대한 권력과 자본을 획득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중들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작하였다. 그들은 집에서 묵상하면서 여기저기 여행하고 비싼 것들을 소비하며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것보다 ‘지금 여기의’ 삶에 행복해 하면서 자신과 가족에 충실한 것이 소중함을,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이 가장 인간답게 사는 길임을 깨닫고 있다. 적게 욕망하면서도 행복할 줄 아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이 단지 석 달만에 석유 값을 반토막 내고 전 세계의 대기를 청정하게 하고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을 해야만 유지되는 자본주의 체제도 휘청거리게 하는 모습들을 확인하였다. 이번 총선에서 코로나 이후 사회에 대한 전망을 하면서 그에 부합하는 전환을 해낼 수 있는 선량을 확실하게 분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은 원래 한국 현대 정치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어 있었다. 4+1정당이 합심하여 수구세력의 반대를 돌파하여 어렵게 이룬 선거법 개혁에 따라, 21대 국회는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제도 안으로 수렴되어 다양성의 공존을 이룰 수 있었다. 그것이 두 거대 보수 양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이번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심판하지 못하면, 헌정질서가 파괴될 뿐만 아니라 여당도 합의한 선거법 개혁이 무력화한다. 거대 보수 양당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두 정당이 겉으로는 싸우면서 실질적으로 자본, 권력, 정보를 나누어서 독점하는 구조가 계속 이어진다. 불평등 심화, 기후변동, 신종 바이러스에 실질적으로 대처하자는 국민의 의사를 대변할 정치인이 국회로 진입할 수 있는 문을 닫게 된다. 국민의 의사와 국회 의석 사이의 괴리가 심하여 의회민주주의가 퇴행한다. 함량 미달의 위성정당의 비례대표들이 대거 국회의원의 배지를 달고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사악한 정치공작과 공포마케팅에 기만당하고 굴복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촛불 이래 첫 총선이다. 촛불 이후 불평등이 더 심화하고 서민과 노동자의 삶이 달라지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권을 교체했지만 국회는 바꾸지 못한 데 있다. 촛불의 정신이 이번 21대 국회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촛불이 주장했던 재벌개혁, 정치개혁, 교육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 등은 유령처럼 허공을 떠돌 것이다. 누가 촛불을 이어갈 선량이고 누가 이에 장애가 될 선량인지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바야흐로 21세기가 도래한 지도 20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식민세력, 냉전세력, 수구독재세력들이 분단모순과 지역주의에 편승하여 사대주의, 안보이데올로기, 반민주적인 담론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온갖 개혁을 방해하고 한국 사회의 모순을 심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적폐들을 이번 선거에서 청산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20세기로 퇴행할 것이다.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모순은 불평등과 기후위기다. 상위 10%가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한 기업에서 하위와 상위의 임금 격차가 100배에서 300배의 차이가 나고, 슈퍼부자 8인의 재산이 전 세계 하위 50%에 해당하는 36억 명의 재산과 같을 정도로 불평등은 극단 상태에 있다. 지구 온난화 등의 요인으로 슈퍼태풍이 불고 가뭄과 홍수가 극대화하고 빙하가 녹고 있다. 가까이로는 호주산불로만 10억 마리의 동물이 죽었다. 에볼라. 메르스, 사스, 코로나 등 신종 바이러스도 인간이 숲을 파괴하는 바람에 그 숲에서 원숭이나 박쥐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으로 변형한 데서 기인한다. 코로나 19도 그 연장선이며, 이제 4-5년 주기로 팬데믹을 겪을 것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 요인에 인공지능문제까지 더해지면 인류는 공멸할 수 있기에 대다수의 학자들은 이제 다른 세계를 열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약간의 반동과 진동이 있겠지만, 21세기는 자연과 공존하고 노동을 존중하며 차이에 바탕을 둔 평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런 사회로 우리를 이끌 선량을 잘 골라내야 한다. 최악의 진흙탕 선거다. 그럼에도 포기할 것은 아니다. 위성정당을 심판하여 촛불시민이 아직 건재함을 보여주자. 코로나 이후 사회에 대한 비전을 갖고 21대 국회에서 선거법과 국회 개혁을 당차게 수행하고 촛불 개혁을 추진할 후보와 정당에 표를 던지자. 순간의 선택이 대한민국과 나의 4년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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