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최고위원도 "빨리 전당대회를 치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과거처럼 비대위 체제로 길게 가면 안 될 것 같다. 비대위나 수습대책위는 기간을 최소화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패배 원인과 해법은?…혁신론 대 통합론(1)
당의 향후 진로는 총선 패인 분석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심재철 권한대행이 언급한 △변화와 혁신 부족 △보수통합 미진 △막말 사태 등 가치와 품격 저해 △코로나 대책 등 현안·정책 대안 부족은 모두 맞는 말이다. 문제는 선택과 집중이다. 유승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옛 새로운보수당 출신 의원과 당선자들은 '혁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혁적 보수중도 세력까지 합쳐서 미래통합당으로 출발은 했지만, 말만 중도세력, 개혁적 보수지 실질적으로 (통합) 이후 기존 자유한국당의 기존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선거를 치르게 됐다"고 지적하며 "탄핵 이후 보수정당의 변화하지 않은 모습의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했다. "결국 기존 지지층에 둘러싸여서 거기에서 끝났다는 것"이 가장 문제라는 얘기다. 정 의원은 "(당이 유권자들에게) 허구헌 날 광화문 거리에 나가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했던 모습들로만 각인됐다"며 "당이 혁신해야 된다. 말로만 혁신하는 게 아니라 원점부터 다 바꿔야 된다"고 했다. 그는 나아가 "기본적으로 우리 지지층, 지지자·당원들 뜻을 다 수용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지지층도 이제는 시야를 바꿔야 된다"며 "정말 우리가 공략해야 될 대상은 중간지대에 있는 건데, 이번 선거 과정 속에서도 결국은 우리끼리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황교안 대표가 어떤 의도를 가진 건 아니나, 결국은 탄핵당한 박근혜 대통령 시절 장관·국무총리를 한 사람이었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던 사람"이라며 "결국은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황교안 지도부 한계론도 펼쳤다. 따라서 정 의원의 해법은 "비대위 꾸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은 훌륭한 분이지만, 지금 우리 당이 처해 있는 상황은 그런 정도의 수준에서 바꾼다고 해서 떠난 국민들이 돌아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대위 누가 맡을 거냐' 정도로는 뛰어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또 간다. 혁신적으로 진짜 패러다임을 바꿔줘야 된다"고 했다. 김웅 당선자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권도 오만했지만 야당도 오만했다"며 "심판하기 위해서는 겸허하게 반성하고, 당을 개조·개혁하는 게 우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차명진 전 의원의 막말 논란을 언급하면서 "이걸 키울 수는 없기 때문에 말은 못 하고 있으면서 정말 '왜 보수가 이렇게까지 감수성 부족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되느냐' 한탄스럽더라"고 했다. 이는 김세연 의원, 김종인 위원장 등의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의원은 신문 인터뷰에서 "정치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데 이것을 감지하지도 못한 채 강경 지지층에 휘둘린 결과"(조선일보), "감수성이 없으니까 공감·소통 능력이 없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하지만 국민들은 들어주지도 않고 오히려 혐오감만 생기는 것"(경향신문)이라고 했다. 김종인 위원장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야당도 변화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얻기 위한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선거를 하는 과정 속에서 (당이) 변화해볼 수 있을까 했는데, 변화하지 않은 결과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결국 탄핵 불복 세력 등 강경 보수세력과는 손을 끊고,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옛 친박계와 절연하는 등 인물·노선에 있어서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총선 패배 원인과 해법은?…혁신론 대 통합론(2)
반면 '분열'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선거 당일 사퇴한 황교안 대표는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총선 패인에 대해 "통합당은 수 년간의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산고 끝에 늦게나마 통합을 이뤘다. 그러나 화학적 결합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국민께 만족스럽게 해 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재철 권한대행이 이날 언급한 "국민 다수의 열망이었고 명령이셨던 보수대통합도 미진했다", "선거를 앞두고 보수통합을 급하게 이루면서 체질 개선을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한 것도 비슷한 취지다. 주호영 의원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패배) 원인을 두 가지 정도로 꼽고 있다"며 "하나는 저희들이 공천이 너무 늦었다. 민주당은 1여 년 전에 70~80% 이상 공천에 버금가는 선거 준비가 다 돼있었는데 저희는 한 40일 남겨두고 (영남)지역에서 컷오프된 의원들을 (수도권으로) 데리고 가기도 하고, 막판에 드러난 저희들의 공천을 둘러싼 잡음, 막말 파동 때문에 표를 많이 잃은 것 아닌가"라고 했다. 주 의원은 "공천 난맥상과 후유증", "공천 막바지에 벌어진 아름답지 못한 '내 사람 심기 공천' 모습" 등도 지적했다. 문제가 '분열'에 있다면 해법은 당연히 '통합'이 된다. 주 의원은 차기 당·대권 후보군으로 꼽히는 홍준표·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의 복당이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이들을) 당 밖에 오래 두는 것은 당의 통합 전략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아니냐"고 했다. 나아가 주 의원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우리 당이 가진 생각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며 "빨리 합치는 게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송언석 의원도 전날 라디오 방송에 나와 "통합당을 만들 때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전체 통합을 하자고 얘기했지 않느냐. 그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국민의당이라든지 다른 정당을 비롯해 중도보수 쪽 생각이 비슷한 분들은 전체가 한 마음이 되어야만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당사자 격인 홍 전 대표도 이날 CBS 인터뷰에서 총선 패인으로 '막장 공천'을 들었다. 그는 "선거 참패의 가장 첫째 원인은 막 가는 공천, 막천을 했다(는 것)"이라며 "당내 통합 공천을 했어야 한다. 선거 후 자기 체제 강화를 위해서 경쟁자 쳐내기 공천을 했으니까 통합이 안 된 선거를 했지 않느냐"고 했다. 자신을 비롯해 김태호·윤상현·권성동 의원을 표적 낙천시킴으로써 당내 분열상이 노정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홍 전 대표는 반면 막말 논란에 대해서는 "정치 25년 하면서 선거 과정에서 후보를 제명하는 것을 처음 봤다"며 "처음부터 무시 전략으로 갔어야 옳았다. '지역구민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당하고는 전혀 무관하고 당은 그런 의견이 아니다'라고 하고 잘랐어야 옳은데, 그것을 당에서 나서서 제명을 한다? 진짜 듣도 보도 못한 선거 전략을 채택해서 하는 바람에 당이 전부 뒤집어썼지 않느냐"고 말해 '일찌감치 제명했어야 한다'는 당내 다수 의견과는 차이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공천 파동을 거치며 대립 구도에 놓인 황교안·홍준표 전 대표가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해서는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는 모양새인데, 이들의 주장은 보수통합을 거치며 당내 이질성이 커졌고 이를 조화롭게 조율해내지 못하면서 일어난 공천 갈등 등이 패배의 원인이라는 요지다. 따라서 당내 의견그룹 간의 융합을 시도해야 하고, 나아가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등 외부 세력과 추가 통합을 함으로써 몸집을 키워야 거대 여당에 대적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해법이다. 혁신론, 통합론 외에 현안·정책 대응에서 부족했다는 자성도 일부 나왔다. 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부분을 내가 국민들한테 설득을 잘 못 시켰구나, 그런 자괴감이 많이 든다"고 했다. 신 위위원장은 "지나고 보니까 일단은 공천이 많이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송언석 의원도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이슈들이 전부 덮였다. (코로나가) 이슈의 블랙홀이 됐다는 게 (패인으로써) 제일 크지 않을까 싶다"며 "그 동안 경제정책이 어려움이 많았는데도 국민들께 그 부분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던 우리 당의 책임이 많은 것 같다. 막판에 재난지원금을 정부에서 현금으로 소상공인들, 취약계층에 입금해준 것들이 상당히 주효했다고 본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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